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중국 산둥(장보고 유적지 답사)

여섯번 째 이야기: 쯔보-칭저우-웨이팡-쓰다오[Ⅱ]

Geotopia 2014. 7. 1. 22:38

◆ 넷째 날 : 2013.8.10(토)

 

여 정 : 쯔보(완하오호텔)-강태공사당-순마갱-제나라역사박물관-칭저우역사박물관-웨이팡(점심식사)-쓰다오    * 이번 글은 빨간색 글씨까지 입니다.

 

<4일째 여정  *원도: Google>

 

▶ 빠르게 선진화 되어 가고 있는 나라

 

  칭저우 시내로 접어들었다. 도로 옆 인도에 자전거 거치대가 설치되어 있고 모양이 똑같은 자전거들이 여러 대 거치되어 있다. 모양이 같은 것으로 보아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하고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공공 시설물인 모양이다. 우리 아산시에서도 이 자전거 대여 제도를 운영하는데 기회가 없어서 아직 이용을 해보지는 못했다. 서울시에서는 자전거를 의도적으로 훔쳐가는 사람이 있어서 TV에 방영된 적이 있었는데 개인의 생각 없는 행동이 훌륭한 제도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게 하는 결정적 방해요소가 되기도 한다. 중국에서 만나는 대여 자전거는 그래서 신선하다. 빠르게 선진화되어 가고 있는 증거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청저우 시내의 시민용 자전거>

 

▶ 박물관 입구 금속 탐지기가 하는 역할은?

 

  칭저우박물관 입구에는 금속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어서 관람객들이 모두 검색대를 통과해야만 한다. 작년까지는 없었다고 김교수님이 말씀하신다. 박물관에 왜 검색대가 필요한 것일까? 공항에 설치되어 있는 이유는 무기를 소지하고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인데 그렇다면 무언가 귀중품이 소장되어 있어서 무기를 소지하고 들어가서 강탈해갈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인가? 참 희한한 장치이다. 어쨌든 이 장치는 박물관에 대한 기대를 한껏 부풀린다. 무언가 귀중한 물건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청저우 박물관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

 

  이 박물관 역시 장보고와의 관련성은 없어 보인다. 대신 김교수님은 불상과 관련된 설명을 자세하게 하신다. 솔직히 역사적 사실의 나열은 내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게다가 어제 술기운까지 서서히 올라와서 설명을 듣는 동안 기둥을 기대고 앉아서 한 동안 졸고 말았다.

 

<박물관에서 역사 공부중>

 

▶ 익살스런 표정의 불상

 

  그래도 박물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돌로 만든 불두상(佛頭像)이다. 부처의 머리만 있는 조상은 우리나라에서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눈을 끄는 사실은 부처의 표정이다. 은은한 미소를 띠고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을 제외하고는 우리나라의 불상은 대체로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곳의 불상은 미소 정도가 아니라 입꼬리를 잔뜩 올리고 편안하게 웃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아주 편안해 보일 뿐만 아니라 어떻게 보면 심지어 장난스럽게도 보인다.

 

<편안하고 인간적인 웃음을 머금고 있는 불상>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불상의 재료가 화강암이 아니고 석회암 계열의 바위라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불상은 거의 대부분 화강암으로 조성이 되기 때문에 상당히 특이하게 보인다. 이 일대에서는 석회암이 많이 생산되는 모양이다. 박물관 관람을 끝내고 나중에 웨이팡으로 가는 길에서 우연히 차에 가득 석회석 블록을 싣고 가는 차(정확히 말하면 불법 개조한 경운기)를 보기도 했다.

 

<석회암을 싣고 가는 자동차>

 

  다른 불상들도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것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그런데 불두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불상들의 규모가 작은 편이다. 퇴적암이기 때문에 무늬가 없는 큰 돌을 구하기 어렵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리고 손목은 따로 만들어서 끼웠던 모양인지 손이 없는 불상이 많고 그 떨어진 부분의 단면이 불규칙한 것이 아니라 칼로 자른 듯 반듯하며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뚫어져 있다. 그리스 밀로의 비너스가 팔이 없는 이유 역시 이와 비슷한 제작 기법 때문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볼 때 이러한 제작 기법은 전세계적으로 널리 유행했던 방법이었던 모양이다. 

 

<팔목을 조립한 불상. 재질은 석회암이다>

 

  부처의 수인(手印)은 대충 알 것 같으면서도 실제로 보다 보면 잘 구분이 안 될 때가 많다. 그런데 마침 수인을 그림으로 설명해 놓은 전시물이 있다. 자세히 보지도 않고 얼른 사진을 찍기는 했는데 찍고 나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모르는 간체자도 있고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수인과는 다른 것들이 있어서 별 소용이 없다. 예를 들면 비로자나불의 지권인은 설명되어 있지 않다. 그러니까 같은 불교라도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르게 해석이 되는 모양이다.

 

<이해가 잘 안가는 수인

 

▶ 빈부 격차의 조짐을 보이는 전원주택가

 

  박물관의 옆으로 나가는 통로가 있어서 나가보니 새로 지은 단정한 건물들로 이루어진 전원주택가가 있다. 5층 안쪽의 건물들은 지붕의 모양과 색깔은 전통적 중국 냄새가 나고 골격은 콘크리트로 지은 퓨전 양식이다.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집이 재산으로서 기능하는 급속한 자본주의화 단계에 있음을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경관이다.

 

<청저우시 외곽의 신흥 주택가>

 

  박물관 뒤편으로 나가면 제법 큰 하천 너머로 칭저우시가지가 보인다. 칭저우 역시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한창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도시임을 알 수 있다. 아직 새 건물 냄새가 물씬 나는 고층건물과 건물을 짓고 있는 타워크레인 등이 아주 익숙한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박물관에서 바라본 청저우 시내>

 

▶ 중국에서 만난 청주 플라타너스길

 

  박물관 앞에는 길 양쪽에 플라타너스가 심어져 있고 아직은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무성한 가지가 터널을 이루는 길이 있다. 우리나라 청주의 플라타너스길이 연상된다. 우리말로는 똑같이 청주로 읽는 것이 마치 무슨 논리적 연관 관계라도 있는 양 생각되어 사진을 한 장 찍어 보았다.

 

<중국에서 만난 청주 플라타너스길>

 

  다시 출발. 웨이팡까지 가서 점심을 먹어야 한다. 자동차 안전벨트가 고장이 나 있는데 벨트 줄이 풀어졌는지, 끊어졌는지 그냥 묶어 놓았다. 그러니 당연히 벨트 길이가 조절이 안 된다. 먼 길을 가야할 것을 생각해서 풀어서 길이를 맞추려고 했더니 푸는 것도 큰일이다. 겨우 풀어서 다시 묶어 봤지만 이게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풀기 전이나 다시 묶은 다음이나 그게 그것이 되고 말았다.

 

<완전 수동형 안전벨트>

 

▶ 우리나라 사람이 잘 생겼다?

 

  웨이팡까지 가는 길도 도로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는 옥수수밭과 비닐하우스, 그리고 미루나무 숲의 연속이다. 다양한 상품을 선전하는 광고판도 계속 스쳐 지나가는데 낯익은 얼굴이 광고판에 등장한다. 장동건이 모델로 등장하는 남성복 광고이다. 왜 그런지 모르지만 중국 사람보다는 우리나라 사람이 더 잘생겨 보인다. 물론 장동건은 우리나라의 대표 미남이지만 중국의 톱스타들과는 다른 분위기가 있다. 민족의 분류상 북방계로 분류되는 우리와 남방계가 많은 중국인의 차이일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은 익숙한 것을 더 좋게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길 옆으로 펼쳐진 비닐하우스>

 

<도로 바로 옆에는 미루나무숲이 조성된 곳이 많다>

 

<장동건이 모델로 등장하는 광고판>

 

▶ 웨이팡의 点心

 

  웨이팡에 들러 점심을 먹고 간다. 한참을 달려서 웨이팡에 들어가는 이유는 오로지 점심을 먹기 위해서인데 그야말로 커다란 종이 한 가운데에 점을 하나 찍는 기분이다. 하지만 식사 내용은 간단한 점(点) 정도를 훨씬 넘는다.

  오후 2:30 가까이 된 시간에 웨이팡을 출발했다. 지금부터는 계속 샨둥고속도로를 달려서 쓰다오까지 돌아가야 한다. 그 거리는 대략 300km가 넘는 꽤 먼 거리이다. 평균 시속 100km로 달려도 세 시간이 걸리는 거리이므로 최소한 네 시간 이상은 달려야만 쓰다오에 도착할 수 있다.

  연의 도시 웨이팡은 낮이라서 그런지 거리가 비교적 한산하다. 고층빌딩과 널직한 도로와 함께 짐을 싣기 위해 개조한 빈티나는 오토바이가 공존하는 곳이다.

 

<웨이팡의 점심>

 

<연(鳶)의 도시인 웨이팡은 다양한 모양의 연을 형상화한 가로등이 특징이다>

 

<웨이팡 시내>

 

<이것은 무얼 형상화한 것일까?>

 

▶ 어떤 휴게소를 가도 술이 풍부하다

 

  제법 규모가 큰 하천을 가끔 건너기도 하고 규모와 모양이 비슷한 농가들이 모여 있는 협동농장처럼 생긴 마을을 지나기도 한다. 한 시간 반 정도를 달려서 지모(卽墨)라는 휴게소에 도착한다. 이 휴게소 역시 술을 파는데 유난히 술이 풍성한 것 같다. 말벌을 넣어서 담근 벌술이 있고 모양이 포탄처럼 생기고 이름이 진짜 砲彈酒인 술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유행하는 폭탄주는 구성 성분이 폭탄이라면 이곳의 포탄주는 겉모양이 포탄이다. 혹시 우리나라 관광객을 겨냥해서 만든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지만 벌술이나 포탄주나 모두 사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제법 규모가 큰 하천을 지난다. 웨이팡의 동쪽을 흘러 보하이만으로 빠지는 하천은 웨이허(潍河)이다>

 

<농촌 마을의 집은 모양이 비슷하다>

 

<저건 무엇에 쓰는 굴뚝일까? 뜬금없이 서있는 것이 철거된 건축물의 잔해가 아닌가 싶다>

 

<지모(卽墨) 휴게소에서 판매하는 다양한 술들>

 

<말벌을 넣어서 만든 술>

 

<포탄주는 모양이 포탄이다>

   

 <여기서도 '문명' 어쩌구 하는 글귀를 볼 수 있다. (변기)를 향한 작은 한 걸음, 문명의 큰 걸음>

 

<지모휴게소> 

 

▶ 중국의 옥수수도 이젠 사료용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시 드넓은 들판을 달린다. 끝도 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은 엄청난 양의 생산량을 자랑할 것이다. 뒷자리에 앉아 있던 강창현샘이 저 옥수수는 식용일까, 사료용일까를 묻는다. 지리학도 둘이 나란히 앉아 있으니까 묻는 것이다. 내 생각엔 식용이다. 이 나라가 미국이나 유럽처럼 목축이 발달한 나라가 아니므로 식용일 거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참 후에 가이드가 이에 답을 줬다. 다른 사람들도 가이드에게 여러 차례 물었던 모양이다. 내 생각과는 달리 거의 대부분 사료용이라고 한다. 거의 대부분 계약 재배로 심어만 놓으면 사료 회사에 수확을 해 간다고 한다. 보기 좋게 내 생각이 틀리고 말았지만 새로운 사실을 알기 되었으니 다행이다. 중국 사람들의 식생활 패턴이 최근에 경제성장과 함께 급속하기 바뀌는 것과 동시에 상업적 농업이 발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JCT>

 

<농촌과 옥수수밭> 

 

화강암 산지와 포도밭은 여름이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 같은 경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산둥반도 동북단의 산지에서 발원하여 남쪽으로 흘러 청두(靑島)로 빠져나간다>

 

<간격이 일정하지 않은 의자. 건너편의 의자는 매우 간격이 좁다>

 

▶ 휴게소에서 세차를?

 

  여섯 시가 거의 다 된 시각에 휴게소에 다시 한 번 들른다. 이 휴게소는 아무리 둘러봐도 휴게소 이름이 없다. 정면 건물 꼭대기에 그냥 샨둥고속이라고만 써 있다. 그런데 이 휴게소에서 또 재미있는 장면을 하나 목격했다. 휴게소 한쪽이 물에 흥건히 젖어 있어서 웬일인가 했더니 누가 차를 주차장에 세워놓고 세차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까만색의 닛산 TEANA라는 차인데 잘은 몰라도 싸구려 차는 아닌 것 같다. 한 사십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아줌마가 양동이로 물을 퍼다가 열심히 차를 닦고 있다. 이 무슨 해괴한 장면이란 말인가?

  나중에 출발할 때 보니 남편과 딸래미 둘이 함께 타고 간다. 세 사람은 아줌마가 차를 닦는 동안 손 한번 거들지 않고 남편은 광고판 앞에서 열심히 핸드폰을 만지작거렸고, 큰 딸은 광고판 뒤 그늘에서 무표정하게 엄마를 바라만 보고 있었으며 막내 딸만 가까운 거리에서 엄마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어서 모녀관계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했을 뿐이다. 그러니까 내 추측엔 이런 일은 중국에서도 흔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용감한 아줌마(아줌마는 우리나라에서만 용감한 것이 아닌 모양이다)의 행동에 가족들이 크게 동의하지는 않았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름을 찾을 수 없는 휴게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세차를 하는 여인과 절묘하게 모르쇠를 하고있는 가족들>

 

▶ 공룡을 바로 옆에 두고도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여섯 시가 조금 넘어서 송쿤(宋村)이라는 곳에서 고속도로를 내린다. 웨이하이시 관내로 들어선 다음이다. 여기서부터 국도로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야 쓰다오에 도착할 수 있다. 쓰다오에 가까워지면서 바다 쪽으로 대규모 풍력발전 단지가 있다. 석양이 지는 시간이어서 새들이 날아드는 제법 큰 하천을 또 만날 수 있다. 하구에 가까워서 감조구간으로 보이는 이곳에는 하천의 양쪽에 대규모 양식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가이드는 그것이 모두 해삼을 기르는 양식장이라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보양식으로 해삼을 매우 좋아하기 때문에 해삼의 수요가 특히 많다고 한다. 땅도 크고 인구도 많기 때문에 이 사람들은 쉽게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가 있다. 그러니 국내 시장이 적고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출을 지향해야 하는 우리나라와는 환경이 천양지차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통일 논의가 경제적 부담이니 퍼주기로 호도되는 현실을 보면 답답할 뿐이다. 바로 서해바다 건너에 이런 공룡이 살고 있는데 그저 작은 제 밥그릇 하나 지키려고 몸부림치는 꼴이 아니고 무엇인가?

 

<송쿤에서 고속도로를 내린다>

 

<해안쪽으로 풍력발전기가 많이 설치되어 있다>

 

<수심이 얕은 만입지를 양식장으로 이용한다>

 

<해삼양식장이라고 한다>

 

▶ 왠지 씁쓸한 최후의 만찬

 

  가이드와 관계자는 밤에 외출을 단속하느라 여념이 없다. 너무 멀어서 시내로 나올 수가 없다는 둥, 요즘 중국 어선의 불법 어로행위를 한국에서 많이 단속하기 때문에 어부가 대부분인 이 지역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다는 둥책임자는 그런 것이다라고 이해하려면 물론 이해가 되는 언사이기는 하지만 좀 유치하다. 차라리 솔직하게 조심해 달라고 하면 더 좋을 것을 말이다.

  우리가 마지막 밤을 보낼 곳은 치샨호텔(赤山大酒店)’이다. 이 호텔의 사장은 법화원과 함께 이 호텔을 운영한다고 한다. 바닷가에 자리를 잡은 이 호텔은 규모도 크고 주변의 경관도 수려해서 꽤 괜찮아 보인다. 하지만 15만 명의 쓰다오 시민 만으로는 유지되기가 어려운 규모일 것 같다. 즉 외국 관광객들, 특히 우리나라 관광객들을 겨냥해서 만들어진 호텔일 가능성이 크다.

  식당은 본관에 딸린 것이 하나 있고 별관이 따로 있어서 대규모 연회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오늘은 중국 마지막 날이라서 별관에서 만찬을 한다고 한다. 대규모 연회장에는 샤브샤브를 주 메뉴로 화려한 만찬이 준비되어 있다. 여러 종류의 채소와 육해공군이 모두 나오는 샤브샤브는 과연 중국답다. 이 많은 인구가 이렇게 먹어대니 그 수요량이 얼마나 많겠는가!

  이제 일행들과도 거의 낯이 익었기 때문에 식사 자리가 부드럽고 즐겁다. 항상 칭다오 맥주 두 병만 나오던 술도 만찬에서는 부족하지 않게 공급이 된다. 뷔페식이라서 각자 가서 샤브샤브 거리를 가져와야 하지만 엉덩이 무거운 내가 일어나기도 전에 다른 샘들이 가져온 것으로도 차고 넘친다. 나중에 라면 사리가 생각이 나서 한 번 다녀왔다. 하필 떨어져서 한국인 알바생의 입을 빌려야 했지만.

  넘쳐나는 음식을 먹으면서 마음 한구석이 아프다. 학술답사를 생각하고 왔던 내 생각과는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예산이 세금에서 지원된다는데 이런 사업의 타당성이 과연 있는 것일까? 누구를 위한 사업일까? 정말 교사들에게 장보고의 생애와 업적을 배우게 해서 우리나라를 해상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기획된 사업이 맞는 것일까?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아니다. 나는 결과적으로 오늘까지는 장보고의 위대함과 업적,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계승 발전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전혀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호화판 만찬으로 참석자들의 불만을 차단하기 보다는 원칙적인 운영으로 만족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우 차원이라면 우리는, 적어도 나는 소박한 세끼 밥과 역시 소박한 잠자리만 있으면 된다. 대신에 충실한 답사 내용이 있어야만 한다. 한 푼 한 푼이 국민의 재산이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막대한 예산이 부디 좀 더 유용하게 쓰이기를 바래본다.

 

<치샨호텔의 호화만찬>

 

<치샨호텔>

 

▶ 놀기에 가장 좋은 나라는 역시 대한민국!

 

  만찬 후에 쓰다오 시내 진출을 시도하기로 했다. 해변을 따라 긴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고 그 위로 산책로가 나 있다. 썩 친환경적인 시설물은 아니지만 이젠 그런가보다 싶다. 걷다보니 우리 팀들을 여럿 만난다. 혹은 아는 얼굴도 있고 그냥 짐작만 가는 얼굴도 있지만 반갑다. 어느 팀에게서는 맥주 한 잔을 얻어먹고 가기도 했다.

이 방파제는 쓰다오항이 자리를 잡고 있는 커다란 만의 안쪽(북서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호텔 근처는 바다에 바로 붙어 있고 시내 쪽으로 가면서 백사장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설치되어 있다. <지도> 그 길이는 대략 3km 정도로 걸어가기엔 약간 먼 거리지만 그 날은 정확한 정보를 모르는데다 만찬에서 술까지 한 잔 했으므로 용감하게 길을 나섰던 것이다. 무작정 걸어가다가 또 한 팀을 만났는데 이 팀들은 시내에 갔다가 돌아오는 팀이다. 시내 사정을 물었더니 거리도 꽤 되고 시내에 상가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는 비보를 전한다.

  그렇다면

  앞 쪽에 불빛이 반짝이는 건물이 하나 보여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무작정 가봤더니 다행스럽게도 술과 안주를 구할 수가 있다. 편의점도 아니고 술집도 아닌 집인데 술은 편의점 냉장고처럼 생긴 냉장고에서 나오고 안주는 주방에서 요리를 해 주는 것 같다. 현지인들 서너 명이 테이블에 모여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는데 다른 안주는 요란해 보이고 생콩을 껍질 째 삶아 놓은 안주가 간단해 보인다. 그걸 달라고 했더니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데 눈치로 보아 그걸 가져가라는 얘기다. 호의는 고맙지만 정확히 가져가라는 의미인지 확신이 없고 주인한테도 미안해서 한 접시 달라고 했더니 그것도 이미 삶아 놓았던 것을 냉장고에서 꺼내준다.

어떻게 하다가 길동무로 결합한 양산인가에서 오신 샘이 맥주를 추가 공급해주시는 바람에 제법 술판이 걸판지게 되었다. 가로등 불빛과 벤치를 찾아 앉아 벌이는 노변담화가 밤과 함께 무르익어간다.

그런데, ! 갑자기 가로등이 일제히 꺼져 버린다. 갑자기 암흑세계가 되니 당황스러운데 시계를 보니 12, 자정이 되면 가로등을 꺼 버리는 것이다. 노는 것은 우리나라가 최고다. 이들은 보통 열시까지 신나게 놀다가 열시가 되면 약속이나 한 듯이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사회주의의 강제성으로 인한 속박으로 봐야할까, 아니면 건전한 소비의 측면으로 봐야할까? 노는 것도 경제행위이므로 최고수준의 노는 경제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과소비 측면을 분명 가지고 있으나 그것이 돈을 돌게 하는 중요한 수단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 어쨌든 로마에서는 로마의 법을 따라야 하고 중국에서는 중국의 법을 따라야 한다.

 

<치샨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