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영남 일주

부산Ⅱ: 지질공원과 낙동강삼각주

Geotopia 2014. 2. 2. 16:13

답사 일시: 2014.1.17(금)~1.18(토)

 

주요 답사지: 고리원자력발전소(관망)-영도 해양조사원(전국지리교사연합회)-동구 산복 마을-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아미산 전망대-을숙도 에코센터-낙동강삼각주(부산광역시 강서구)   * 붉은 글씨 부분이 이 글의 내용입니다.

 

<1월18일 답사 경로 *원도: Google>

 

 

해양대학교 앞 매립지: 부산의 슬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숙소 앞이 바다인데 해양대학교가 있는 섬(조도)이 바로 앞에 건너다 보인다. 해양대학교로 들어가는 긴 제방은 해안으로부터의 거리가 700여m에 이르는데 얼핏보기에 수문이 없는 제방이다. 혹시 있다고 해도 해수가 자유롭게 이동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수로가 나 있을 것이다. 건설 당시는 해안의 구조물이 지형과 생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큰 관심이 없었던 시기였을 것이고 그래서 이런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이 가능했을 것이다. 아마도 자연을 극복한 멋진 역사로 칭송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시각으로 본다면 정말 '대책없는' 구조물이다.

  그런데 우리 숙소 앞의 해안도 매립이 되고 있는데 그 넓이가 상당하다.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해안 매립을 하는 것이 비교적 까다로운 편이다. 해안의 매립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사실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나타나게 된 변화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부산은 진퇴양난의 입장이라고 볼 수 있다. 매립을 하자니 환경이 문제이고 안 하자니 해안에 평지가 부족한 것이다. 이미 해운대 주변의 대규모 매립지 때문에 해운대 백사장이 침식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부산이다. 부산시는 해마다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해운대 모래를 보충하는 데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 안내를 맡은 반용부교수님은 해운대 침식의 원인을 바람으로 설명하신다. 해안선과 평행하는 호텔이 범인이라는 주장이시다. 하와이의 호텔들은 해안과 수직으로 발달하여 바람의 통행을 최소한으로 방해하는 데 비해 해운대의 호텔들은 모두 해안과 평행으로 서 있기 때문에 바람의 통행을 막아서 사구의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사구의 파괴도 문제이지만 또 한 가지 해운대 침식의 주 원인은 공급물질의 양에 비해 해안침식량이 많기 때문이다. 수영천 등 주요 공급지에서 모래가 연안류을 따라 이동해야 하지만 수영천 요트경기장, 해운대와 수영천 사이의 대규모 매립지 등이 연안류의 작용에 심각한 변화를 유발하고 있는 것이다.

  경동성 요곡운동으로 해안에 인접하여 산지가 발달하다 보니 일찍부터 해안 매립이 많이 진행된 곳이 부산이다. 심각한 교통난도 알고보면 해안을 따라 발달한 산지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광안대교처럼 아예 바다 한가운데로 길을 내지 않는 한 좁은 해안평야를 통과하거나 산 중턱을 지나가야 하므로 도로를 만드는 것도 다른 도시에 비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부산의 원활한 기능 수행을 위해 불가피한지도 모른다.

 

<해양대학교 앞의 매립중인 해안>

 

 

남해안 지질구조의 전시장: 송도해수욕장~암남공원

 

  일찍 서둘러서 숙소를 나섰더니 맨 먼저 답사 버스에 승차할 수 있었다. 연수원에서 숙박을 한 사람들은 아직 체크아웃을 마치지 못한 모양이다. 모두 네 개의 코스가 준비되었는데 '부산지질공원과 낙동강삼각주 코스'가 인기가 많아서 두 팀이 꾸려졌다. 다른 코스들도 모두 매력적이지만 하나만을 선택해야 하므로 가장 매력적인 것을 골라야만 한다. 나는 삼각주 안에 들어가서 지형과 농업 등을 자세하게 살펴 볼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나중에 보니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지만) 낙동강 삼각주가 가장 매력적이었다. 지리교사들의 생각이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첫번째 일정은 부산지질공원이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에 이르는 해안산책로(송도해안볼레길)를 따라 가면서 암석해안을 답사하는 것이다. 지질학 전공의 고종선박사님이 안내를 맡아 주셨는데 우리 지리학도들에게는 상당히 유익한 정보가 많다. 많은 연구자들이 지리학의 주요 개념을 정리했는데 대부분 '지구과학적 지식'을 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지리학은 지표면의 자연환경과 인간 생활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지만 지표 자연환경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지질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때가 자주 있기 마련이다. 나의 경우는 때때로 만나는 암석 노두를 보고 그 암석의 종류를 구별해 내는 것이 항상 어렵다. 하지만 지리학 연구에서 그것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므로 갈증은 있으되 그것을 애써 공부해 볼 기회를 찾아보지는 않았다. 대략 화성암, 변성암, 퇴적암 정도만 구분을 해도 지표의 지리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는 사실상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더라도 알고 싶은 것이 교사들의 강박관념에 가까운 지식욕구이다. 고종선박사님의 지질구조 설명은 그런 맥락에서 많은 지리교사들의 흥미를 자극한 것 같다.

  부산은 경상계로 일컬어지는 백악기 퇴적암 뿐만이 아니라 중생대 화산암과 관입암(불국사화강암)이 섞여서 나타나는 복잡한 지질구조를 자랑한다. 오히려 퇴적암보다는 화산암 계열이 더 많은 지역으로 황령산, 금정산 등 부산에 있는 대부분의 산들은 백악기 화산암으로 이루어진 산들이다. 낙동강 하구를 중심으로 상당히 넓은 지역에서는 제4기 충적층이 넓게 발달하고 있다.

 

<해안'볼레길'. '올레'가 등장한 이후로 '둘레' 등 수많은 '길'들이 탄생했는데 '볼레'는 처음 봤다. 무슨 뜻일까?>

 

<이번 여행에서는 울산 반구대에 이어 두번째로 이런 종류의 안내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전설이나 역사류 보다는 이런 것이 훨씬 반갑다>

 

<이 일대는 대부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유천층군 다대포층으로 화산암과 퇴적암이 혼재한다. *Kdban: 현무암질안산암 / Kdup: 상부-녹색, 녹회색, 회색응회암질 사암이 대부분이고 역암세일 협재 / Kdlw: 상부-적색, 회색, 녹회색사암셰일 역암으로구성 / Kan: 안산암질화산암류복합체 안산암류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중생대 퇴적암과 화산암의 경계면. 설명이 없다면 육안으로 구별하는 것이 쉽지 않다>

 

<파도가 흘러들어오고 있는 부분이 경계선이다.. 아래쪽은 퇴적층이 발달하지만 위쪽은 모양이 불규칙한 화산암이다>

 

 <북서-남동 방향의 절리는 한반도의 대표적 구조선인 북동-남서방향의 수직방향으로 발달한 2차 절리에 해당한다>

 

<동북동-서남서 방향의 절리면은 한반도의 전형적인 구조선의 방향보다 다소 남쪽으로 치우친 지각운동 방향을 보여준다>

 

<영도와 부산의 서남부 지역(송도해수욕장 쪽)을 잇는 남항대교. 다리 이름에 왜 '대'자가 붙는지 모르겠다는 반교수님의 생각에 나도 전적으로 공감이 되었다. '대'와 '소'의 합리적 구분이 없을 뿐만 아니라 굳이 '대'를 넣어서 뻥을 칠 필요가 없는데도 굳이 '대교', 또는 '대로'라는 이름들을 별 생각없이 짓고 있다>

 

<송도해수욕장에 설치된 구조물들. 안전선 구실을 하나?>

 

<퇴적암을 관입한 관입암맥>

 

<산화가 진전되어 붉은 색을 띠는 퇴적층  *아래 설명문 사진 참조>

 

<관입암맥과 구조선을 반영한 절리면, 그리고 퇴적층>

 

<퇴적층에 발달한 환원점(흰색 반점)  * 아래 설명문 사진 참조>

 

 

<암남공원의 낚시꾼들>

 

<백악기 퇴적층과 남항대교>

 

<퇴적층과 화산암이 교대로 분포하는 노두. 퇴적층을 화산암이 관입하였다>

 

 

 

<상반의 지층이 하반의 지층보다 아래로 내려와 있는 정단층면>

 

 

 

<양파껍질 모양으로 암석이 떨어져 나오는 박리는 화강암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이곳에서는 특이하게 백악기 퇴적층에서도 발견이 된다-암남공원 옆 산록에서>

 

<토양모재층 위에 풍화가 진행되지 않은 암석층이 남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토양층에 뿌리를 내린 식물이 암석의 절리면을 통과한 후 모재층에 도달함으로써 암석층의 풍화(생물적 풍화)를 더욱 촉진하게 된다-암남공원 옆 산록>

 

 

 

낙동강 하구 : 하구둑 건설 후 더욱 빨라진 퇴적 작용

 

  다대포를 지나 아미산전망대로 이동했다. 몇 해 전에 왔을 때는 안타깝게도 안개가 많이 끼어서 낙동강 하구에 형성되고 있는 사주들을 관찰할 수가 없었다. 오늘은 비교적 날씨가 좋아서 하구 전체가 잘 보인다. 보통 하굿둑을 건설한 이후 공급 물질의 양이 줄어들어서 사주의 발달이 저조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낙동강 하구의 사주들은 하굿둑의 건설 이후에도 거의 변화가 없이 발달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더 빨리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고 반교수님께서 말씀하신다. 어떤 이유일까? 교수님의 추측은 이렇다. 하굿둑은 밀물 때는 수문을 막고 썰물 때는 열기 때문에 밀물 때 부유물이 상류로 역이동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하굿둑이 건설되었다고 해서 상류에서 공급되는 물질들의 공급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건설 직후 일시적으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지만 물이 흐르는 한은 절대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공급물질은 변함이 없고 조간대를 왔다갔다하던 부유물들이 상류로 이동하는 것은 차단을 당했으므로 오히려 미립질의 퇴적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정확한 조사를 해보지는 못했다는 말씀을 덧붙였지만 상당히 타당성이 있는 가설인 것 같다.

  실제로 하구에서 가장 가까운 해수욕장인 다대포는 최근 퇴적이 너무 많이 진행되어 해수욕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한다. 해안선의 침식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해운대와는 달리 다대포는 퇴적물이 너무 많아서 고통을 당하고 있는 것이다. 바다와의 거리가 멀어지기 때문에 해수욕장으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퇴적물의 입자가 너무 고운 것도 해수욕장 기능 저하의 원인이라고 한다. 갯벌에 근접하는 토양 입자로는 사람들을 유인하기가 쉽지 않다. 4대강 사업 때 준설한 모래는 건축재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지만 반교수님의 말씀에 따르면 너무 입자가 얇아서 사실상 건축자재로는 쓸 수가 없다고 한다. 낙동강 상류 지역이 소우지라는 사실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대운하라는 것은 지리학적으로 볼 때 너무 말이 안되는 허구이다.

  전망대 건너편 명호도의 끝부분에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건설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개발 이전에는 농어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며 살고 있었는데 전통 마을들은 해안선과 평행하는 여러개의 선형으로 가옥들이 늘어서 있었다고 한다. 퇴적이 진전됨에 따라 해안을 따라 새롭게 집들이 들어섰기 때문에 그러한 경관이 나타나게 되었을 것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낙동강 하구. 도요등(왼쪽)과 백합등(오른쪽)이 보인다>

 

<하구의 동쪽(사하구 장림동 일대)은 주로 공장지대로 이용되고 있다>

 

<백합등에 나무가 두어 그루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사진을 찍어 확대해 보니 이런 작은 숲이다. 식물이 자란다는 것은 많이 안정된 섬이라는 뜻이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도요등. 가로등의 장식은 어떤 의미인지 알 수가 없다>

 

<다대포에는 퇴적물이 많아져서 백사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석호가 발달하고 있다>

 

<하구의 작은 사주 중에는 이런 갈대섬도 있다. 을숙도는 하구둑 건설 이전까지는 가장 대표적인 갈대섬이었다>

 

<철새들의 고향 을숙도의 명성은 하구 주변에 많은 청둥오리전문점으로 남아있다>

 

<해안에 발달한 사구에는 해송이 자란다>

 

<신호초등학교가 해안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새롭게 지어졌다고 한다>

 

<신호대교에서 바라본 녹산교>

 

<에코센터 입구에서 바라본 하구둑 수문>

 

<하구둑이라는 엄청난 장벽을 넘기 위해서 몰려든 물고기들에게 더 큰 장벽은 인간이다. 뱀장어 치어를 잡는 어선들>

 

<어도 주변에 뱀장어 치어를 잡는 어선들이 서있다. 어도가 오히려 물고기를 몰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으니 과연 물고기를 위한 길인가, 사람을 위한 길인가?>

 

<낙동강 하구 에코센터에서 바라본 습지.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하필 어제 전북 고창에서 AI가 발생한 덕분에 산책은 금지되었다>

 

<한 때는 을숙도의 대명사였던 갈대>

 

<갈대를 지붕재료로 사용했던 전통 가옥은 바닥이 떠 있다>

 

 

 

▶ 낙동강삼각주 연안의 어촌: 도시화와 결합된 부산의 독특한 경관

 

  답사를 끝으로 전지연의 공식행사는 모두 끝이 났다. 일행들과 헤어져서 다시 우리만의 답사를 시작해야 한다.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낙동강 삼각주를 돌아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김해공항 부근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다시 남항대교를 건너 을숙도대교를 지향하고 서쪽으로 시내를 통과하였다. 을숙도대교 앞에서 우회전하여 낙동강의 동쪽으로 뻗은 강변대로를 타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낙동강과 을숙도가 보이는데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는 비행기들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자주 오는 곳이 아니다보니 나는 김해공항이 을숙도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변대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보니 을숙도 상공인데도 비행기의 고도가 착륙고도가 아닌 것을 보고서야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낙동강삼각주, 정말 크다!

  상류쪽으로 올라가면서 오른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아까 답사할 때 반교수님께서 말씀해 주신 낙동강삼각주 주변의 특징적인 경관을 찾기 위해서이다. 도시화로 삼각주 주변 지역까지 택지로 바뀌게 되면서 하구 연안의 어촌들도 모두 도시적 주거지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이 지역의 특징이다. 그래서 전형적인 어촌 경관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하지만 어업이 쇠퇴한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어업을 계속하고 있다. 그래서 나타나게 된 것이 도시적 취락 경관과 어선들이 함께 나타나고 있는 독특한 경관이다. 건물들 바로 앞까지 들어와 정박하고 있는 어선들이 매우 이채롭다. 서해안에 비해 조차가 작기 때문에 하천의 규모가 작아도 어선들이 상류쪽까지 꽤 많이 들어갈 수가 있는데다 평지가 적은 부산의 특성상 연안의 저지대까지 건물들이 세워졌기 때문에 나타나게 된 경관이다. 시내 복판까지 배들이 들어와서 정박하고 있던 도쿄가 떠오르는 경관이다.  

 

<경사가 심한 비탈에 집을 지어야 하므로 아파트는 여러 동을 거느린 대규모 단지가 불가능하다>

 

<삼각주 주변이 모두 택지로 개발되면서 많은 어민들이 아파트생활자가 되었다. 아파트 단지 가까이까지 들어온 배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이 지역의 특이한 경관이다>

 

 

▶ 낙동강 삼각주: 시화가 진행중인 부산의 돌파구

 

  제2낙동교에서 남해고속도로를 탔다가 출구를 찾지 못해서 낙동강을 건너 동김해IC까지 간 후에야 고속도로를 벗어날 수 있었다. 삼각주로 되돌아가기 위해 서낙동강을 가로지르는 김해대교를 건너면 다시 부산광역시이다. 다리를 건너면 바로 부산광역시 강서구인데 고층 빌딩은 없지만 가옥의 밀집도가 높은 시가지가 꽤 발달하고 있다. 오전에 갔던 하구쪽에는 대규모 주거단지가 만들어지고 있었지만 이곳은 농촌적 토지이용이 많고 시가지도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모습은 아니다. 아마도 그린벨트지역이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이 되었다. 해발고도가 2m 안팎에 불과한데도 이렇게 시가지가 만들어져 있는 것이 내 눈에는 이상하게 보인다. 어렸을적에 제방둑을 넘는 홍수를 거의 해마다 봤기 때문에 나는 이런 저지대를 보면 맨 먼저 홍수가 걱정이 된다. 어쨌든 이런 평지는 부산에서는 매우 귀한 곳이므로 앞으로도 계속 도시화가 진전될 것이다.

  지나가면서 눈으로만 보았을 뿐 삼각주 안에 들어와 본 적은 없었는데 오늘에서야 마침내 그 안에 들어와 보게 되었다. 예전 대학원 시절에 답사를 왔을 때도 김해쪽 충적평야만 답사를 했었고 이 섬에는 들어와 보지 못했었다. 섬의 이름이 명호도일까, 명지도일까? 명확하지 않다. 여러 지류들이 섬을 갈라놓고 있기 때문에 을숙도처럼 하나의 섬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어쨌든 낙동강 본류와 서낙동강 사이에 있는 이 거대한 섬은 남북 길이가 직선거리로도 18km가 넘고 동서 폭도 최대 6km에 이른다. 그 안에 있는 김해공항이 아주 일부만을 점유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경전철 대사역 앞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금세 시가지를 벗어나는데 시가지를 벗어나면서 바로 농촌 경관이 펼쳐진다. 대부분 논으로 이용되면서 비닐하우스를 이용한 시설재배도 많이 이루어진다. 넓은 경지 중간중간에 자리를 잡은 마을들은 건물이나 도로가 노후된 느낌을 준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더 아래쪽까지 내려가고 싶지만 벌써 해가 저물기 시작한다. 김해공항 중간쯤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되돌아가서 낙동북로를 탔다. 퇴근길 교통체증에 걸려서 지체되는데 잠시 길까지 잃어서 구포대교를 건넜다가 되돌아오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겨우겨우 대저IC에서 중앙고속도로를 탈 수 있었다. 이제 밀양으로 달리자!

 

<낙동강 삼각주를 제대로 보지 못한 아쉬움을 보충하기 위해 삼각주의 상류쪽을 들어가 보기로 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산-김해 경전철이 마침 지나간다.

 

<삼각주 가운데를 흐르는 평강천 주변 경관>

 

<평강천의 울만교에서 바라본 상류쪽. 멀리 김해의 신어산 산줄기가 보인다>

 

<삼각주 건너로 저무는 해>

 

<낙동강삼각주 김해 쪽>

 

<울만교에서 바라본 상류쪽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