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영남 일주

울산 Ⅱ : 울산은 공업도시가 아니다?

Geotopia 2014. 1. 29. 22:04

▣ 답사 일시: 2014.1.16(목)~1.17(금)

 

▣ 주요 답사지: 등억온천-작수천-언양 자수정 광산-반구대 박물관-반구대 퇴적층-태화강-학성-현대자동차(통과)-장생포 고래박물관-울산항 전망대-온산공단(통과)-강양항  *이번 글은 붉은색 부분까지 입니다.

 

 

 

고정관념을 깨끗이 깬 울산의 점심

 

  반구대에서 35번 국도로 되돌아 나와서 언양에서 24번 국도를 타고 울산 시내로 이동하였다. 울산 시내에서 첫 번째 목적지는 태화강 생태공원이다. 울산의 젖줄이라고 할 수 있는 태화강을 조망해보고 하천 주변의 넓은 강터를 활용한 공원이므로 우리나라 하천의 전형적인 특징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삼호교남교차로에서 7번 국도로 좌회전해서 삼호교를 타고 태화강을 건넜다. 건너자마자 생태공원을 지향하고 강변도로를 따라 하류쪽으로 내려갔다. 하천 제방이 도로로 이용되고 있고 강터는 다양한 운동시설로 이용되고 있다. 도로의 하천 쪽은 주차장이고 반대쪽은 모두 음식점들이다. 점심때가 되었으므로 음식점 간판을 보면서 내려가다가 주차공간이 넉넉한 곳에 차를 세웠다. 알고 보니 이곳은 ‘십리 대밭 먹거리 단지’라는 곳이다. 큰 기대 없이 가까운 떡갈비집을 골라 들어갔다. 떡갈비는 담양의 특산 음식이니 전혀 ‘울산스럽지’ 않은 음식이다. 주변을 둘러봐도 울산의 특징이 드러나는 음식점이라고 볼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경상도 음식은 맛이 없다’가 이제는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사실 상당히 오래전부터 때때로 느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에 느꼈던 그 느낌은 이상하게 오래간다. 이번에도 어제 대구 막창에서 그 느낌이 많이 불식되었지만 울산에서 먹은 점심이 대박이었다.

  반찬의 개수가 모두 22가지나 되는 호남풍의 상차림에 쌈과 떡갈비가 일품이고 주인이 직접 만들었다는 가자미식혜도 별미이다. 배에 약간 무리가 갔지만 떡갈비를 하나 더 시켜서 며칠 굶은 사람들 마냥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끝에 상을 말끔하게 치우고 말았다.

 

  경상도 음식 ‘맛있다!’

 

<스물 두 가지 반찬을 자랑하는 떡갈비 쌈밥>

 

<우연히 찾아간 태화강변 십리 대밭 먹거리 단지에서. 입맛이 돌았는지 아내는 떡갈비를 추가해 놓고는 내 배만 불렸다>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담갔다는 가자미식혜를 한 접시 더 먹고>

 

<반찬을 초토화시켰다. 지금보니 묵은 안 먹었네? 다른 것 먹느라고 거기까지 갈 시간이 없었던 듯>

 

 

태화강 생태공원

 

  먹거리 단지를 지나 하류 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태화강 생태공원이 나온다. 이곳은 대나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생태공원 뿐만 아니라 강터에는 대나무숲이 많다. 강변에 대나무가 자라는 풍경은 우리 지역에서는 볼 수가 없다.

  지도를 보니 태화강 생태공원은 일종의 하중도 처럼 생겼다. 그러나 지도를 자세히 보니 지류의 상류쪽이 막혀서 물이 양쪽으로 흐르지는 않으므로 완벽한 하중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하류쪽은 뚫려서 본류와 연결되어 있으므로 우각호도 아니다. 태화강 본류는 남쪽으로 곡류 하면서 북쪽에 포인트바(Point bar)를 발달시켰고 그 포인트바의 한가운데로 작은 지류가 흘러서 하중도 형태가 된 것이다. 지금의 본류가 먼저인지, 아니면 강터 가운데를 가르는 지류가 먼저인지는 불명확하다. 일반적인 하중도 형성과정은 곡류를 절단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지금 지류처럼 보이는 것이 나중에 생겨야 하지만 곡류의 정도와 현재 주요 흐름이 바깥쪽인 것을 보면 곡류절단으로 만들어진 전형적인 하중도는 아닌 것 같다. 지류의 건너편이 유명한 ‘십리대밭’이다.

 

<태화강생태공원. 상류쪽(서쪽)이 막혀있는 특이한 구조이다  *원도: 국토지리정보원>

 

<태화강생태공원. 앞에 보이는 대밭 너머로 본류가 흐른다>

 

<태화강생태공원 하류쪽. 신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학성공원

 

  울산 학성은 태화강과 동천의 합류지점에 남아있는 독립구릉에 쌓은 성이다. 대학원 때 답사를 와본 적이 있지만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왜성’이라고 부른다는 사실과 그 주변의 주택들이 모두 노란 색의 물탱크를 하나씩 옥상에 이고 있던 것이 기억에 남아있다.

  넓지 않은 학성공원 주차장에는 자동차가 가득 차 있고 공터에는 노인들이 많이 나와 있다. 주변이 주로 아파트보다는 단독 주택들이 많은 전통 주거지역일수록 공원에서 노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대구의 달성공원도 이곳과 유사한 주변환경을 하고 있었고 똑같이 많은 노인들을 볼 수 있었다.

 

<학성공원 안내판과 노인들>

 

  아내는 꾀가 나서 공원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한다. 언덕바지 경사가 만만치 않은데다 방금 과식을 해서 졸음이 밀려오는 모양이다. 공원 한쪽 구석에 어렵게 주차를 하고 혼자서 언덕을 올랐다. 곳곳에 암석들이 드러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반구대 일대에서 봤던 퇴적암이 아니다. 특이하게도 이곳은 주변지역과는 다른 신생대 화산암(제3계 장기통 당사리안산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동천과 태화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형성된 넓고 평평한 충적층 한가운데에 화산암 구릉이 튀어나와 있으므로 시계가 좋고, 또한 태화강을 통하여 바다와 바로 연결되는 위치였으므로 전략상 요충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학성은 정유재란 당시 일본 군대가 쌓은 성이어서 왜성이라고도 불리며 그 형식이 전형적인 일본식 성으로 우리나라의 다른 곳에서는 전혀 볼 수가 없는 독특한 형식의 성이다. 중앙부 맨 꼭대기에 본부 격인 본환(本丸)이 있고 그 외곽으로 한 단계 낮은 이지환(二之丸), 그 바깥쪽으로는 좀 더 낮은 삼지환(三之丸), 그리고 외곽에 성벽을 쌓고 곳곳에 해자를 만들어 놓았다.

  일본식 성이어서 국가사적에서 제외되었다는데 그것은 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학성은 엄연히 실재하는 문화유산이며 우리나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시설물이다. 그 배경과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지 거기에 민족감정을 개입시키는 것이 맞는 것일까? 확대해석하면 친일행위를 정당화하고 일제 강점의 역사를 근대화로 왜곡하는 어이없는 행위와도 상통하는 것이다. 결과로 남아있는 현상은 그 자체로 인정하되 그것을 명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과거에 얽매이지 않으면서도 그 부정적 잔재를 청산하는 바른 길이다.

 

<학성에서 볼 수 있는 화산암 암괴>

 

<태화강 상류쪽. 저층의 건물들이 대부분으로 강 건너편의 빌딩숲과 대조를 이룬다>

 

<동쪽 출입구 쪽에 있는 낙(요?)산대 뒷편으로도 화산암이 보인다>

 

<주변의 건물들은 예전에 답사를 왔을 때 처럼 여전히 저층의 건물들이 많고, 여전히 많은 건물들이 노란 물 탱크를 지붕에 얹고 있다>

 

<동천과 합류하는 태화강 하류쪽>

 

<김홍조라는 인물이 일제 강점기에 땅을 기증해서 만들어진 공원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계몽운동가에서 친일파까지 다양한 평이 나오는 인물이어서 갈피를 잡을 수 없다. 공공의 자산에 대한 국가기관의 설명인 만큼 정확한 역사적 평가가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울산은 공업도시가 아니다?

 

  울산의 대명사는 현대자동차일 것이다. 견학을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드라이브 삼아서 공장 둘레를 한번 휘 돌아보기로 한다. 왼쪽으로 현대자동차를 두고 태화강변을 따라 내려갔다가 성내삼거리, 염포삼거리에서 공장을 끼고 왼쪽으로 돌아서 다시 올라왔다가 명촌대교를 건너 장생포로 이동했다.

 

 

<성내삼거리의 표지판. 공업도시 울산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공업으로 성장하여 우리나라의 6대 광역시에 들게 된 도시가 울산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울산하면 공업이고 공업하면 울산이라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우리나라에 없다. 그런데 ‘울산은 공업도시가 아니다’라고 한다면?

  울산항 전망대에서 울산시 홍보 영상을 보고 있자니 화면에 이런 글귀가 나온다. 이야기인즉 울산의 60% 이상이 농업지역이라는 것이다. 그 앞에 나오는 자막 때문에 사실은 눈길을 멈추게 되었는데 정확한 문구는 생각이 안 나지만 ‘농업이 발달하지 않은 선진국은 없다’는 주제의 자막이었다. 바로 나의 지론이기 때문에 지나가는 화면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것이다. 맞는 말이다. 유럽의 작은 나라들은 어쩌면 우리보다 더 농업에 불리한 조건을 갖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 식량 자급률이 90%를 넘는다. 그에 반해 우리의 식량자급률은 40%대에 머물고 있다(http://blog.daum.net/lovegeo/6780225).

  그건 다른 기회에 이야기하도록 하고 울산은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공업도시가 분명하지만 돌아보니 의외로 다양한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가진 도시임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지질구조, 다양한 지형, 다양한 역사유산, 다양한 관광자원, 발달한 농․목․수산업… 등등. 짧은 경험이었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생포 고래박물관에서 바라본 울산만 내해> 

 

<고래박물관 주변은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울산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만. 현대조선의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이 보인다> 

 

<현대자동차 쪽에서 장생포로 건너오는 다리가 건설중이다> 

 

<울산항 전망대에서 바라본 울산만 내해>

 

<고래문화특구인 장생포 일대에서는 다양한 형태의 고래 조형물들을 볼 수 있다>

 

<장생포고래문화특구 표지 조형물. 신호대기중에 찍었더니 옆에 현대모비스 탑차가ㅠㅠ> 

 

<길옆의 고래 조형물> 

 

 

  울산항 전망대에서 만났던 즐거운 경험 하나 더!

  전망대에 방문객이 우리뿐이어서 너무 시간을 많이 보냈나 싶을 만큼 아주 여유있게 주변 풍광을 즐길 수 있었다. 나오면서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 만큼. 입구 안내데스크의 직원에게 ‘고맙습니다’ 인사를 하고 나오려는데 잠깐만 기다리란다.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사무실에 들어가더니 무언가를 들고 나오신다. 울산항 유조선 입체모형 조립 퍼즐이란다. 아내와 나에게 각각 한 개씩을 선물로 주시는데 기분이 참 좋다. 솔직히 이걸 우리가 조립할 것도 아니고, 우리 아이들도 이것을 놀이감으로 삼기에는 너무 늙었다. 손자는 없고… 하지만 그 훈훈한 마음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은 것이다.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꼭 조립을 해봐야겠다.

 

<집에 돌아와 아내와 둘이서 조립한 울산항 유조선 입체 퍼즐. 의외로 복잡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온산병은 이제 해결이 되었을까?

 

  일곱시까지는 부산의 영도까지 가야하므로 마음이 바쁘다. 소위 '온산병'으로 유명했던 온산공단은 그냥 지나치기만 하려고 했는데도 길을 놓쳐서 다시 돌아가야했다. 해안에 인접한 31번 국도를 타고 공단을 횡단할 생각이었는데 진입하면서 길을 잘못 잡은 것이다. 가다보니 공단을 점점 벗어나 내륙쪽으로 가더니 온산읍이 나온다. 외항로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야 하는데 그대로 직진을 해버린 것이다. 길을 잘못 든 덕분에 공단의 배후에 발달한 온산읍을 지나가게 되었다. 해발 100~150m의 야트막한 산을 경계로 온산읍은 온산공단의 서쪽에 자리를 잡고 있다. 공단과 함께 발달한 배후도시로 직교형과 방사형이 결합된 전형적인 계획도시의 가로망을 관찰할 수 있다. 그나저나 옛날의 그 공해문제는 이제 해결이 된 것일까? 지금은 별 이야기가 없는 것을 보면 공해산업이 이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었다는 뜻일까? 강양항이 어항으로 활발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공해 문제가 많이 해결이 된 모양이다.

  온산공단의 남쪽에 있는 것이 바로 그 유명한 강양항이다. '그 유명한'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이유는 아마츄어 사진가들이 많이 올리는 새벽 풍경 사진 때문이다. 특히 멸치를 삶는 것으로 보이는 사진을 여러 번 본 기억이 난다. 조차가 작은 남동해안에 면해 있기 때문에 강양항으로 빠져나가는 회야강은 작은 어선들이 충분히 드나들 수 있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백사장이 발달한 서생면 진하리쪽보다는 온산읍 강양리쪽에 배들이 많이 정박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강양리쪽이 하천을 따라 더 상류까지 마을이 분포하며 이 마을의 주민들은 대개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

 

<온산공단의 외곽지역에서는 이렇게 공장부지 조성사업이 계속되고 있다>

 

<울주군 온산읍 강양리와 서생면 화정리를 잇는 서생교에서 회야강 상류쪽으로>

 

<회야강 하구의 강양항은 온산읍(사진 왼쪽)에 속한다. 배들이 온산읍쪽으로 정박하고 있다>

 

<백사장이 발달한 서생면 진하리는 관광촌락으로 발달하고 있다>

 

  서생리에는 서생포 왜성이 있지만 역시 시간 관계상 그냥 지나갈 수 밖에 없겠다. 진하리 해수욕장과 간절곶 등도 울산을 벗어나기 전에 한번쯤 들러보고 싶은 곳이다. 잘 기억해 뒀다가 다음에 지리동아리 친구들과 올 때에는 꼭 들러봐야겠다. 아까부터 과일을 좀 사려고 길 옆을 살피며 갔는데 마땅한 과일가게를 찾을 수가 없다. 진하리 초입에서 발견을 했지만 길 건너편인데다 통행하는 차가 많아서 패스! 그런데 서생면을 지나는 동안 내내 길옆으로 늘어선 과일 노점들은 모두 배와 배즙만 판다. '서생배'가 유명한 이 지역 특산물인 것이다. 우리 부부는 이상하게 배만 먹으면 배가 아프다. 결국 서생면 소재지의 농협마트에 들러 귤, 방울토마토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울산은 정말 다양한 지리적 특징을 갖추고 있는 지리박물관이라 할만하다. 울산을 지리캠프로 답사한다면 자연지리, 인문지리를 망라하여 많은 것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시간만 충분하다면. 오늘도 부산의 행사만 아니라면 울산은 적어도 하루 정도는 더 묵어야 할 곳이다.

  갈길이 바쁘다. 부산의 그 유명한 교통지옥에 빠진다면 7시 전지연(전국지리교사연합회) 저녁 행사에 지각을 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