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라마?, 야마?, Llama!

Geotopia 2013. 2. 18. 09:21

  가축을 사육하는 목축업을 크게 나누어보면 하나는 큰 울타리를 쳐놓고 가축을 그 안에 놓아 먹이는 형태와 시기에 따라 가축을 일정한 장소로 이동시키면서 사육하는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곳에 놓아 먹이는 형태를 방목(放牧)이라 하고, 이동하면서 사육하는 형태를 유목(遊牧)이라고 한다. 방목이 주로 산업혁명 이후에 등장한 대규모 기업적인 형태의 목축이라면 유목은 열악한 자연환경에 적응하기 위하여 인류가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한 이래 등장한 목축의 형태이다. 그러므로 방목은 주로 아메리카나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신대륙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반면 유목은 유라시아나 아프리카 등 구대륙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보통 유목으로 키워지는 가축은 방목으로 키워지는 가축에 비해 기후 및 지형에 대한 적응력이 커야한다. 그래서 양과 낙타가 대표적인 유목 가축이 되었다.

 

  여기서 잠깐!

  만약 돼지를 유목한다면?

  잘 걷지도 못하는 주제에 많은 먹이와 물을 소비하는 돼지는 일단 유목에서 환영받기 어렵다. 거기다가 제 몸 하나 간수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니 짐을 운반하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러니 돼지는 '먹을 것이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유목민들에게는 환영받기 어렵다. 건조지역의 유목민들에게서 탄생한 이슬람에서는 돼지고기를 금기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남아메리카 고산지에서 이루어지는 유목은 어떨까? 자연환경이 다르므로 당연히 안데스 고산지에서 이루어지는 유목은 다른 유목지역과는 다른 특징이 나타날 것이다. 안데스산지는 고도가 높고 굴곡이 심한 지형적 조건 때문에 특히 이동이 불편하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가축들의 높은 기후적응력과 함께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한다. 거친 산지를 장거리 이동하려면 단순히 스스로 지형을 극복할 수 있는 능력을 넘어 짐을 운반할 수 있는 가축이 더욱 좋았을 것이다. 몸집이 작은 양이나 염소 등은 지형 및 기후 적응력이 강한 반면 짐을 운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낙타나 소는 짐을 운반하는데는 유리하지만 지형 및 기후에 대한 적응력이 낮다(물론 남미에는 낙타가 자생하고 있지 않았겠지만). 천만다행! 남아메리카에 정착한 몽골 인종인 인디오들에게 이런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가축이 눈에 띄었으니, 바로 남아메리카 특유의 가축 Llama나 Alpaca인 것이다.

                     

  여기서 잠깐, 두 번 째!

  이 'Llama'라는 낱말을 어떻게 발음하는 것이 옳을까? 어느 책에서는 '라마'로 표기하고 있고, 또 어느 책에서는 '야마'로 표기하고 있기도 하여 혼란스럽다. 이 가축은 남미 원산으로 이 낱말은 스페인어이다. 스페인어의 'Llama'발음을 정확히 우리말로 옮기는 것은 어렵지만 대략 '야마'에 가까운 정도로 발음이 된다고 한다. 'L'이 두개가 겹치면 '야'에 가깝게 발음이 되는 것이 스페인어의 특징(예를 들면 스페인 안달루시아의 중심지이며 축구팀으로 유명한 '세비야(Sevilla)'나 베네수엘라 오리노코강 일대의 사바나를 일컫는 '야노스(Llanos)' 등)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라마'는 영어식으로 잘못 읽은 것이다.

 

▶ 야마(Llama)

 

 

<야마: 페루 마추피추>

  

   소목 낙타과의 동물. 몸길이 2m, 꼬리길이 20㎝, 어깨높이 1.2m, 몸무게 60∼75㎏ 정도이다. 목이 길어 낙타와 비슷하지만 몸은 훨씬 작고 등에 혹이 없다. 남아메리카 서·남부 평지로부터 해발고도 5000m의 반사막지대에서 사육된다. 안데스에서 파타고니아에 걸쳐 야생하는 과나코(Guanaco)를 길들인 것이라고도 하지만, 오늘날에는 전혀 다른 별종으로 여긴다.

 

<과나코: 칠레 Torres Del Paine>

 

   몸빛은 보통 흰색, 또는 흰색에 갈색, 검정색 얼룩무늬가 있고, 때로는 온몸이 검거나 갈색인 것도 있다. 잉카시대에 가축화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다. 에스파냐인이 침입했을 때 잉카의 은광산에서는 30만 마리의 야마가 사육되고 있었던 것으로 보아 예부터 매우 중요한 가축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는 알파카와 함께 남아메리카 안데스 고지 특유의 가축으로서, 페루·에콰도르·칠레·볼리비아에 이르는 고원지대에서 케추아족과 아이마라족에 의해 주로 사육된다.

   알파카보다 크고 힘도 세며, 목초와 기후 적응력도 있어 고산지대에서 열대까지 모두 자랄 수 있다. 수컷은 짐 운반용으로 이용되는데 50㎏ 이하의 짐을 지고 1일 20㎞쯤 걸을 수 있다. 하지만 타고 다니는 데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말 등 다른 대형가축이 존재하지 않았던 에스파냐 침입 이전시대에는 유일한 운송수단으로서 잉카제국의 팽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오늘날에도 유목민이 농민과 교역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가축이다. 특히 4월∼6월에 걸친 우기 뒤의 수확기에는 수십 마리의 야마를 거느린 대상(隊商)이 초원과 협곡을 지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젖은 먹을 수 없지만 고기는 먹을 수 있는데 고기의 질감은 약간 질긴 편이다(☞야마스테이크 http://blog.daum.net/lovegeo/6780023). 가죽은 피혁, 지방은 등유(燈油), 똥은 연료로 쓰인다. 털도 의류용으로 이용되지만, 알파카보다 질이 좋지 못하다.

 

  알파카(Alpaca)

 

  

<케츄아족 할머니와 알파카 : 페루 쿠스코 삭사이와망>

 

   소목 낙타과 포유동물. 몸길이 2m, 어깨높이 90㎝, 몸무게 60㎏ 정도. 원종은 현재의 과나코로 생각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나, 비꾸냐, 또는 알파카의 야생종이라는 설도 있다. 야마보다 약간 작으며 머리와 귀가 비교적 짧고 목에 털이 많다. 털을 얻기 위해 남아메리카의 안데스 지역에서 가축화된 것으로 야생 생태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일정한 번식기는 없고, 임신 기간은 11개월 정도이며, 한배에 1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수명은 20년 정도이다. 야마에 비해 기후 적응력이 떨어져서 더운 열대에서는 사육이 어렵기 때문에 주로 남부 페루·북부 볼리비아 등의 4000∼5000m의 고지에서 사육된다. 페루에서도 사진처럼 쿠스코에서는 알파카를 키울 수 있지만 고도가 좀 더 낮고 저위도에 위치한 북쪽의 마추피추에서는 키울 수 없다고 한다.

  수리(suri)와 후야카야(huacara) 두 종이 있는데 수리종은 아래 사진처럼 털이 직모여서 털이 길면 거의 땅에 닿을 정도까지 자라는 반면에 후야카야종은 양처럼 곱슬곱슬하게 자라서 보다 통통한 모습으로 보인다.

 

<알파카 : 페루 쿠스코 삭사이와망>

 

  털은 가볍고 열 차단 효과가 뛰어나므로 파카·침낭·고급옷의 안감으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분류의 기본이 되는 빛깔은 연한 갈색에서 어두운 갈색까지의 색깔과 회색·흑색·백색·흑백 얼룩 등 다양하다. 알파카는 2년마다 털을 깎는데, 수리종은 마리당 3㎏ 정도가 생산되며, 후아카야종은 2.5㎏의 털을 생산한다. 양털과 바슷하나 다소 거칠며, 중간 굵기의 양털보다는 강한데, 후아카야종이 수리종보다 강하다. 후아카야종은 화학약품에 대해 양털과 유사하게 반응하는데, 수리종은 더 민감하다. 알파카 털은 페루에서 가장 많이 생산된다.

 

<비꾸냐: 볼리비아 포토시>

 

<호수로 물을 마시러 온 비꾸냐 떼: 볼리비아 포토시 차르코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