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두교는 힌두족의 민족종교로 인디아, 스리랑카, 네팔 등 남부아시아에 주로 분포한다. 그러나 힌두문화는 남부아시아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 걸쳐 나타난다. 남부아시아 이외의 지역에 힌두교가 분포하는 지역은 거의 없지만 과거 유적으로 남아있거나 불교에 반영되어 나타난다.
▣ 인도네시아에 남아있는 힌두교
전세계에서 가장 이슬람교도가 많은 나라인 인도네시아, 그 나라 이름에 힌두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가 들어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도네시아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쓰인 것은 19세기로 역사적 연원은 짧다. 하지만 이름에는 역사와 환경이 들어있기 마련이다. 영국이 식민통치를 했던 19세기에 영국인들이 인도네시아란 이름을 처음으로 붙였는데 이 이름은 'India'의 'Indo'와 섬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nesos'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영국인들은 이곳에서 인도의 자취를 느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을 것이다.
실제로 인도네시아에는 힌두문화가 꽤 많이 남아있다. 대표적인 예로 인도네시아 대표 항공사의 이름이 'Garuda-Indonesia'인데 여기서 Garuda는 힌두교의 대표적 신인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커다란 새이다.
▣ 발리 힌두교
인도네시아의 발리는 주민의 대부분이 힌두교를 믿는 힌두교가 살아있는 지역이다. 다른 지역에서는 역사적 자취만이 남아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독특한 현상이다. 또한 전세계 1위의 이슬람교도 숫자를 자랑하는 나라가 인도네시아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더욱 특이한 현상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독특한 역사와 관련이 있다. 일찍이(AD 1세기경) 힌두족은 인도양을 건너 인도네시아에 진출하여 힌두왕국을 건설했다. 그러나 힌두왕국은 14세기 이슬람 세력이 인도네시아에 침입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이후 이슬람 세력은 서서히 세력을 확대하여 16세기에는 자바가 완전히 정복을 당했다. 이슬람 세력에게 밀린 기존의 힌두 세력은 서쪽에서 들어온 이슬람에 밀려 동쪽으로 쫓겨 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대부분 정복을 당했지만 자바섬 동쪽의 작은 섬 발리에만 유일하게 살아 남았다. 발리섬 중앙에 있는 바뚜르 화산의 칼데라호 주변이 최후 힌두 왕조의 피난지였다. 그 후예들에 의해 힌두의 명맥이 유지되어 발리섬 전체에 걸쳐 힌두교도가 분포한다. 최후 힌두왕조의 피난지였던 바투르산 칼데라호 연안에는 지금도 1500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 동남아시아 힌두교
동남아시아에서도 힌두문화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캄보디아의 건국설화는 인도에서 건너온 왕자가 용왕의 딸 소마공주와 혼인하여 나라를 세운 것으로 되어있다. 용왕은 원래는 바다였던 이 일대(메콩강 하류지역)의 물을 몽땅 들이마셔서 소마공주가 살 땅을 마련해주었다고 한다. 용왕은 나가라는 전설의 뱀으로 힌두교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머리가 여러 개 달린 코브라이다.
힌두문화권임을 나타내는 문화요소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힌두교 신화가 모든 나라에 공통적으로 전하고 있으며 이를 춤으로 표현하는 압살라댄스가 유명하다. 압살라는 '유해교반(乳海攪拌, Churning of the Ocean of Milk, 젖의 바다 휘젖기)' 과정에서 나온 무희들이다. 압살라는 인도뿐만 아니라 타이, 캄보디아에서 그림이나 조각 등으로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불교사상으로 알려진 윤회사상도 힌두교에서 유래한 것이다. 타일랜드에서는 부모가 돌아가시면 개로 환생한다고 믿는다. 거리의 개는 누구의 부모가 환생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부모일 수도 있으므로 매우 환대를 받는다. 그래서 모든 음식점 앞에는 개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 음식점의 규모에 따라서 개의 개체 수가 조절이 된다. 발리의 개들도 마찬가지 이유로 대접을 받는다.
동남아시아는 일찍부터 인디아의 영향을 받아 사실상 힌두문화권이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불교 국가지만 불교가 힌두교에서 파생하였고 또한 이 지역의 불교(상좌부불교)는 모두 힌두교의 색채를 특히 강하게 갖고 있는 불교로 힌두교 문화의 특성이 잘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득도를 중시한다는 의미로 '소승불교'로 알려져 있지만 동남아의 불교는 '힌두불교'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듯 하다.
▣ 동아시아 힌두교
우리나라는 힌두문화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기 보다는 불교를 통해 간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연꽃을 타고 환생한 심청이 이야기는 대표적인 힌두문화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방생 문화도 힌두교에서 기원한 문화이다. 석탄일을 전후해서 전국의 많은 강가에는 방생객들이 함께 방생을 하는 장면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지금은 방생용으로 물고기를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지만 원래는 인간에게 붙잡혀 있던 동물들을 놓아주는 행사였다.
부여 궁남지의 연꽃. 힌두교에서는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신성시하는데 불교 역시 똑같다.
▣ 사무드라 만타나(젖의 바다 휘젖기)와 줄다리기
'젖의 바다 휘젓기'
힌두교 천지창조 신화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며 인도 문화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유럽 문화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것처럼 힌두교 창조신화도 인도 문화를 이해하는 기초 지식에 속한다. 뿐만 아니라 지리학도의 눈으로 보면 지리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인터넷에 넘쳐나는 자료로 대신하고 간단하게만 내용을 훑어보겠다.
영생불사의 약 암리타를 얻기 위해서는 젖으로 가득 채워진 바다를 휘저어야 했다. 거대한 바다를 휘저을 방법을 고민하던 신(데바/수라)들은 높은 산을 잘라오기로 한다. 가장 높은 산인 만다라산을 잘라오기로 했고 이 거대한 산을 바다까지 가져오는 일은 비슈누가 타고 다니는 새인 가루다가 맡았다. 산을 바다에 집어 넣었지만 이 거대한 산을 휘젓기에는 신들의 힘만으로는 부족했으므로 신들은 악귀(아수라)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악귀들도 영생불사의 약을 원했으므로 신과 악귀들이 힘을 합쳐 젖의 바다를 만다라산으로 휘젓기 시작했다. 하지만 거대한 산을 휘젓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나가족의 둘째인 바수키를 데려다 만다산을 감은 다음 바수키의 머리 쪽은 악귀들이, 꼬리 쪽은 신들이 붙잡고는 밀고 당기면서 젖의 바다를 휘젓기 시작했다. 지휘는 질서의 신인 비슈누가 맡았다. 그런데 휘젓기를 시작하려고 바수키를 양쪽으로 잡아당기자 바수키는 엄청난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수키는 독을 바다에 뿜어내고 말았다. 영생불사의 약을 얻기도 전에 바다가 독으로 뒤덮이게 되자 파괴의 신 쉬바가 나서서 독을 모두 삼켜버렸다. 쉬바도 독을 마시면 죽을 수 있기 때문에 독을 삼키지 않고 목에 저장했는데 그 이후로 쉬바는 몸이 파란색으로 변했다.
휘젓기를 하다보니 거대한 만다라산이 균형을 잃고 바다에 쓰러지려고 했다. 비슈누는 재빨리 거대한 거북이(쿠루마)로 변해 만다라산 밑으로 들어가서 쓰러지려는 만다산을 자신의 등껍질 위에 얹어서 휘젓기를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 원숭이 장군 하누만이 신들의 편에 서서 바다 휘젓기를 도왔다.
맨 처음 흰 암소가 태어났고 이어서 흰 말, 바루니(술의 여신), 라크슈미(번영, 지혜, 미 등을 상징하는 여신), 압사라가 나오고 신들의 의사 단반타리는 암리타가 든 호리병을 들고 태어났다. 그리하여 마침내 수많은 천지만물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힌두교에서 천지창조는 줄다리기로 이루어졌는데 우리나라에도 줄다리기 문화가 있다. 당진 기지시 줄다리기를 예로 들어보면 온동네 사람들이 모여서 거대한 줄을 만들고 이 줄을 양쪽에서 잡아당기는 겨루기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놀이인데 농민에게 풍년은 천지를 창조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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