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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으로 보는 태풍의 특징

Geotopia 2012. 8. 26. 21:10

<볼라벤으로 부러진 소나무. 충남 홍성군 홍동면 대영리>

 

▶ 서해안으로 통과한 볼라벤-한반도가 위험 반원에

 

  2012년 8월 20일 15:00 경 괌 서쪽 570km 해상에서 발생한 제15호 태풍 볼라벤이 2012년 8월 28일 18:00 현재 서해안을 통과하여 북한의 황해도(평양 남쪽 약 120km 부근)의 육지로 상륙하여 소형 태풍으로 바뀌면서 세력이 약화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태풍의 중심과 적어도 250km 이상 떨어져 있는 19:30 현재 여전히 천안에는 강한 바람이 불고 있다. 태풍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휴교를 하는 등 크게 걱정했던 것에 비하면 피해가 덜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가 보고되고 있다. 역대 5위의 강풍을 동반했다는 제15호 태풍 볼라벤은 우리나라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태풍이었다. 왜?

 

<2012년 8월 28일 18:00 이후의 볼라벤 예상 진로 및 규모  *자료: 기상청>

 

<2012년 8월 28일 18:00 현재: 평균기압 970hpa, 최대풍속 36m/sec(130km/h), 강풍반경 280km * 자료 기상청>

 

  첫 번째 이유는 그 규모와 위력이 엄청난 대형 태풍이었기 때문이다. 발생 당시에는 중심 기압이 1000hpa에 지나지 않는 소형 태풍에 불과했다. 그러나 서서히 북동진 하면서 점차 세력이 커져 25일 아침에는 중심기압 940hpa의 대형 태풍으로 바뀌었고 일본 남부 오키나와 근해를 통과했던 26일 09:00에는 중심 기압 920hpa의 초대형 태풍으로 변모했다. 

 

  두 번째 이유는 태풍의 진로가 서해로 예상되었기 때문이었다.  태풍은 오른쪽이 세력이 훨씬 강한 위험 반원이므로 서해안으로 통과할 경우에는 한반도 전역에 큰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1959년 9월에 한반도를 초토화 시켰던 전설의 태풍 사라(Sarah, 중심기압 905hpa, 한반도 상륙직전 기압 942hpa)에 비하면 약했지만 볼라벤은 진로가 서해안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많은 피해가 우려되었던 것이다. 사라태풍은 남해안의 거제도에 상륙하여 남해안을 강타하고 북동쪽으로 빠져나갔음에도 948명이라는 기록적인 사망자를 냈다.

 

<2012년 8월 28일 12:00 현재: 평균기압 960hpa, 최대풍속 40m/sec(144km/h), 강풍반경 430km  * 자료 기상청>

*서산과 천안은 위도가 비슷하므로 천안에서는 이 시간대에 가장 강한 바람이 불었을 것이다.

 

<볼라벤으로 쓰러진 나무. 충남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

 

<2012년 8월 28일 06:00 현재: 평균기압 960hpa, 최대풍속 40m/sec(144km/h), 강풍반경 450km  * 자료 기상청>

 

<2012년 8월 28일 08:45 현재 천리안 위성 영상   *자료: 기상청>

 

<2012년 8월 27일 18:00 현재: 평균기압 945hpa, 최대풍속 45m/sec(162km/h), 강풍반경 500km   *자료:기상청>

 

<2012년 8월 27일 09:00 현재: 평균기압 935hpa, 최대풍속 48m/sec(173km/h), 강풍반경 530km  *자료:기상청>

 

 

<2012년 8월 26일 15:00 현재: 중심기맙 920hpa, 최대풍속 53m/sec(191km/h), 강풍반경 550km   *자료:기상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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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필요악' 태풍-적도와 극의 급격한 열교환 체계

 

  적도의 열기와 북극의 냉기는 대기대순환 체계에 의하여 연중 교환이 되고 있다. 만약 이런 열교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적도는 너무 더워서 사람이 살 수 없을 것이다. 극지방 역시 계속 온도가 떨어져서 지금 보다 훨씬 낮은 기온을 나타낼 것이다.

  그런데 적도 부근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면 정상적인 대기대순환에 의해서는 충분한 열교환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대기대순환은 적도와 중위도, 중위도와 고위도, 고위도와 극 사이에 이루어지는 직접적, 간접적인 순환체계가 결합된 열교환 체계이기 때문에 그 속도가 느리다. 

  이때 태풍이 발생하게 되는데 태풍은 바로 적도 부근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할 때 발생하는 긴급 열교환 체계이다. 따라서 온도가 낮은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도록 되어 있다. 즉, 적도의 열기를 온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위도 지방으로 빠르게 운반하는 역할을 하므로 태풍은 적도 부근에서 시작하여 고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따라서 열전달이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면 세력이 약화되는데 그 위치가 대략 중위도 지역으로 동아시아의 경우는 우리나라가 그 종착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볼라벤도 북위 38도 부근에 이르러 평균기압 970hpa 정도로 약화되었다.

  이동 과정이 과격해서 그렇지 지구 전체의 환경체계로 본다면 꼭 필요한 것이 태풍이라고 볼 수 있다. 일종의 '필요악'이라고 할까?

 

▶ 태풍이 회전하는 이유와 진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거대한 회오리라고 볼 수 있는 태풍의 회전은 지구의 자전과 관련이 있다.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는 지구의 회전 에너지가 톱니바퀴처럼 태풍을 회전시키는데 적도를 중심으로 북반구는 반시계 방향, 남반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회전하게 된다.

  초기의 태풍은 무역풍의 영향으로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그러나 위도 30도에 이르면 편서풍의 영향으로 이동 방향이 북동쪽으로 바뀌게 된다. 태풍의 대부분은 편서풍대가 시작되는 제주도 남쪽에서 부터 동쪽으로 방향을 꺾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도착하는 태풍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으며 온다고 해도 대부분은 제주도와 남해안으로 통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해안 쪽으로 태풍이 상승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태풍의 이러한 이동 특징 때문에 남해안, 특히 제주도는 거의 모든 태풍이 통과하여 피해 빈도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번 볼라벤이 전국적으로 우려를 낳았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일반적 특징과 달리 서해안으로 진로가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2010년 9월에 한반도를 통과한 곤파스는 서해안으로 이동함에 따라 규모가 크지 않은 태풍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서해안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를 일으켰던 것이 한 예이다.

 

▶ 태풍의 오른쪽이 위험 반원인 이유는?

 

  그렇다면 태풍의 오른쪽에 놓이면 피해가 더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알고보면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북반구의 편서풍은 남서풍이다. 태풍은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므로 위치에 따라 바람의 방향이 다르다. 태풍의 왼쪽은 북동풍이 되는데 이는 편서풍(남서풍)의 방향과 역방향이 되므로 태풍의 위력이 약화 된다. 반면에 태풍의 오른쪽은 남서풍으로 편서풍과 같은 방향이 되어 더욱 풍속이 강해지는 것이다. 즉, 태풍과 편서풍이 같은 방향으로 불어서 힘을 합하게 되면 그 속도가 증가하여 피해가 더욱 커지는 것이다.

 

▶ 태풍이 소멸하려면?

 

  볼라벤은 평양 남쪽 120km 부근에서 육지로 상륙하면서 세력이 다소 약화되었다. 보통 태풍이 육지에 상륙을 하게 되면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하는데 태풍이 세력을 유지하는 중요한 열쇠가 '수분과 온도'이기 때문이다. 즉, 수분 공급이 중단되거나 저기압 중심부의 온도가 내려가면 태풍은 그 세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적도 해상의 온도가 상승하여 저기압이 형성되면 강력한 상승기류가 형성된다. 강력한 상승기류는 폭우의 원인이 되는데 수증기가 응결하여 비를 내리는 과정에서 저기압의 내부로 열이 방출되면서 저기압 내부의 온도가 계속 유지가 된다. 저기압 내부의 온도가 유지되므로 지속적으로 상승기류가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태풍이 적도 해상에서 시작되어 중위도까지 상승하면서도 저기압이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수분의 공급이 중단된다면 수증기의 상승이 중단되어 저기압 내부의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 깨지게 된다. 즉, 태풍이 소멸하는 첫 번째 원인은 저기압 내부로 수증기 공급이 중단 되는 것, 곧 육지에 상륙하게 되는 경우이다.  두 번째 원인은 고위도 지역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저기압 중심부의 온도가 하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태풍이 우리나라를 지나 동해로 빠지거나 육지에 상륙하게 되면 그 세력이 급격하게 약화되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강력한 태풍이 북한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평안북도 이북의 북부지역은 대체로 태풍 피해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바로 태풍의 형성 조건이라고 볼 수 있는 수분과 온도 조건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볼라벤은 그 '이례적'인 사례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으로 상륙한 뒤에도 그 세력이 크게 약화되지 않고 북한을 관통할 것으로 예측되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로 가정해 볼 수 있다. 우선은 볼라벤은 서해 해상으로 이동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충분한 수분이 공급되었고 또한 지형적 장벽이 없는 해상으로 통과했기 때문에 이동속도가 빨라 미처 세력이 약화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해 볼 수 있다.

 

▶ 라오스의 고원 이름 '볼라벤'

 

  태풍의 이름은 영향권에 들어있는 나라들이 10개씩 제출한 이름을 차례대로 붙이는데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은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라오스에 있는 고원의 이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 등 10 개의 이름을 제출했는데 2005년 일본에 큰 피해를 입힌 나비는 독수리로 대체되었다. 태풍위원회는 해마다 전 해에 많은 피해를 입힌 태풍의 이름을 제외한다.

 

<2012 볼라벤 내습시 유행한 유리창 보호 장치. 태풍은 무사히 견뎌냈는데 이제 어떻게 원상복구를 하나…>

 

 

▶ 태풍이 추월을 하는 경우도 있다

 

  통계에 의하면 태풍은 해마다 약 31.3개 정도가 발생하며 그 중에서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12.3% 정도이다. 발생하는 순서에 따라 '제O호 태풍 OOO'식으로 이름을 붙이며 보통은 순서대로 북상을 한다. 그런데 2014년에는 제11호 태풍 할룽이 제12호 태풍 나크리에게 추월을 당한 재미있는 사건이 있었다. 11호 태풍 할롱은 7월29일 12시 경에 발생하였고 다음날 새벽3시에 나크리가 발생하였다. 그런데 나크리는 8월4일에 우리나라 남서쪽 해상까지 북상한 다음 소멸한 반면 할롱은 8월4일 당시 일본 오키나와 동쪽 1,000km도 더 떨어진 지역에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원인은 사실 간단하다.

  할롱이 발생한 곳은 괌 동쪽(동경 150도 서부)이었던 반면 나크리가 발생한 곳은 필리핀 북동부(동경 130도 서쪽)이었다. 즉 거리상으로 2,0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발생한 할롱이 북위 10도~20도 사이에서 서서히 서진하는 동안 전형적인 태풍 발생 위치인 필리핀 동부 해상에서 발생한 나크리는 바로 북상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태풍은 열대에 있을 때는 서쪽, 또는 서북서쪽으로 이동하며 속도도 시속 20Km~25Km 정도로 매우 느리다. 그러나 일단 북상을 시작하면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 보통이다. 할롱은 발생 이후 계속 북위 20도 아래 열대 해상에 머무르고 있었으므로 매우 느린 속도로 서진을 계속한 반면 나크리는 필리핀 동부에서 발생하자마자 바로 북상을 시작하였다. 결과적으로 우리는 '12호 태풍 나크리'에 관한 일기예보를 먼저 듣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런 일은 이번에 처음 있었던 것이 아니고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2014 제11호 태풍 할롱과 제12호 태풍 나크리의 이동 경로 *자료: 기상청(편집)>

 

▶ 심지어 허리케인이 태풍이 되는 경우도 있다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은 전 세계에 형제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Hurricane(동태평양&카리브해), Cyclone(인도양), WillyWilly(남태평양) 등이다. 일반적으로 태평양의 날짜변경선(180˚)을 기준으로 허리케인과 태풍을 구분하는데 가끔 발행한 이후 이 선을 넘어가는 열대성저기압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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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변신한 13호 태풍 '페바' <2013.08.21 SBS>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1942539&plink=OLDUR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