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남쪽에 있는 일봉산은 화강암 산지다. 시내 지역은 풍화·침식이 진전되어 평지가 된 반면에 이곳은 침식에 견디어 남아 산지가 되었다. 하지만 오랜 침식으로 고도가 매우 낮은 구릉성 산지를 이루고 있다. 산의 곳곳에서 침식의 결과로 풍화층이 걷어져 나가면서 아직 풍화되지 않은 부분이 지표에 노출된 현장을 관찰할 수 있다.
그런데 이름도 선명한 '일봉구락부'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일봉'은 산의 이름일테고 '구락부'는?
'구락부'는 우리말에도, 영어에도 없는 국적 불명의 낱말로 'club'이란 영어 낱말을 말이 짧은(?) 일본 사람들이 일본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ク ラ ブ,俱樂部[kurabu]"로 썼던 것을 우리의 친일파(?) 지식인들이 그 한자음을 우리식으로 읽어 들여와서 생긴 말이다(같은 한자라도 우리나라와 중국과 일본은 각기 다르게 발음한다. 俱樂部의 우리 발음은 '구락부'이고 일본 발음은 '쿠라부'이며 중국 발음은 '주야오부'이다)
이런 정체불명의 낱말들이 우리나라에 꽤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浪漫(낭만)'이란 낱말로 'romance'란 낱말의 프랑스어식 발음을 일본어로 표현한 것이다. 즉, ロマン,浪曼[romaŋ]을 같은 발음의 좀더 폼나는(?) 한자인 浪漫으로 옮긴 것을 우리의 지식인(?)들이 그 일본말의 우리식 발음인 '낭만'으로 옮긴 것이다.
지리학의 지형관련 용어들도 이런 과정으로 우리말화(?)한 것들이 아주 많다. 扇狀地, 盾狀地, 卓狀地, 氾濫原 등등 열거하자면 수도 없이 많다. 한자를 생각해야만 뜻이 통하는 이런 정체불명의 용어들을 좋은 우리말로 바꾸기 위한 노력도 지리학의 연구와 더불어 우리가 해야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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