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문화 역사

전주 한옥마을

Geotopia 2012. 12. 24. 00:06

  한옥은 우리의 전통 가옥이므로 '한옥마을'은 전국적으로 여러 곳에 있다. 전주한옥마을은 그 중에서 대표적인 마을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대표적인 전통마을이다. 도시 내부에 있는 전통마을이므로 주민들의 개발 욕구를 보전해주면서 원형을 보존하기 위해서는 특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전주한옥마을은 그것이 비교적 잘 이루어진 곳이지만 전통적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러한 특징은 다른 도시 내의 한옥마을도 사정이 비슷하다.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는 선문답 같은 낱말이 있기는 하지만 사실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반되는 가치는 양립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주민의 편의와 경제적 이득을 보장해 주고 전통적인 경관도 유지하는 것은 어쩌면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한지도 모른다. 2년여 만에 다시 찾아온 전주한옥마을은 과거와 똑같은 모습으로 지루함을 줄 것이라는 올 때의 생각과는 달리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반겼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아름다움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된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내 눈이 지나치게 부정적인 것일까?

 

  한옥마을 주차장 입구 주변에는 새로 들어서는 건물들이 여럿이다. 골조를 만들고 있는 건물, 이제 골조가 완성된 건물, 지붕까지 완성된 건물 등… 그런데 공통적으로 골조는 콘크리트이다. 주택이 아닌 다른 용도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큰 규모의 건물이지만 옛날 새마을운동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가짜 전통건물이 떠올라서 씁쓸하다.

 

<새로 짓는 중인 한옥 건물. 시멘트 블럭이 눈에 거슬린다>

 

  널직한 태양에너지 집열판을 설치한 한옥도 눈길을 끈다. 현대식 건축물과 비교할 때 한옥이 갖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난방이다. 따라서 이런 시설물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한옥'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경관이다. 주민의 편의와 전통 경관의 보존을 잘 조화시키는 해법을 찾아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태양에너지 집열판을 설치한 퓨전 한옥>

 

  돌담길에 면한 창문의 유리창이 깨져서 위태로워 보이는 곳도 있다. 한옥과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일 뿐만 아니라 한옥마을의 깔끔한 이미지에 약간의 손상을 미칠 수도 있어 보인다.

 

<위험!>

 

  최명희문학관은 여전히 찾는 사람이 많아서 그 정문과 후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통행량이 상당히 많다. 그 통로에는 어디서 나왔는지 부숴진 텔레비젼, 전기장판 같은 것들이 나와있다.

 

<최명희문학관 옆의 쓰레기들>

 

<경기전 근처의 골목길>

 

  다양한 체험관이 설치되어 있어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고, 혹은 발길을 멈추게 한다. 테마형 촌락들이 전형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들인데 대부분 성인 대상의 아이템과는 거리가 있다. 가다보니 찻집이 하나 있다. 잠깐 들어갔더니 의외로 분위기가 괜찮다. 팔고 있는 전통차 맛도 좋고 커다란 통나무를 세로로 쪼개서 그냥 바닥에 놓은 찻상도 정겹다. 한옥 내부를 하나로 터서 찻집으로 만들었는데 한 가지 욕심을 내본다면 방과 방 사이의 벽을 허물지 말고 쪽문 같은 것으로 연결하거나 마루를 통해 옆 방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싶다.

 

<한옥마을 안에 있는 전통찻집>

 

<전통찻집 창문 너머로 바라본 한옥마을>

 

<나무 매달린 채 마른 홍시>

'인문지리 > 문화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풍수지리 사상  (0) 2013.03.08
아르헨티나의 독특한 문화  (1) 2013.01.21
하코네(箱根)신사의 토리이  (0) 2012.12.06
살아있는 일제의 유산  (0) 2012.12.06
굴포운하 터  (0) 2012.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