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식민지 침탈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도시인 군산에는 아직까지도 많은 식민지 유산이 남아있다. 우리 민족의 일제에 대한 감정은 남다른 데가 있어서 그동안은 일제유산을 일제잔재의 청산이라는 측면에서 정리하기에 바빴던 것 같다. 그것이 우리의 의도와 무관하게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지만 군산 곳곳에 남아있는 일제의 유산은 분명히 역사적인 유산이다. 그 유산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기억에서 지워버리는 것만이 올바른 방법은 아니다. 가시적인 경관을 없앤다고 해서 지난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심각한 문제는 문화적, 정신적 부분에서의 일제 잔재는 청산하지 못하고 가시적, 물질적인 것을 없애는 것에 집착한다는 점이다.
친일인명사전이 발간되자 사전에 등재된 일부 인물의 후손들이 제소를 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하지만 조상의 친일행위를 부인하고 덮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사실을 객관적으로 밝히고 후손으로서 부끄럽지 않게 살면 될 일이다. 친일행위자와 관련된 유물이나 유적을 없애기 보다는 보존하고 그와 관련된 객관적 사실을 명백하게 밝혀서 후손들이 판단하고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슬픈 역사를 다시 되풀이 하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군산시내 곳곳에 분포하고 있는 일제 유산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지금 군산시에서 많이 쓰고 있는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명칭은 적절치 못한 느낌이다. '근대'라는 낱말이 주는 어감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따라서 '일제 강점=근대화'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객관적 사실인 '일제 유산', 또는 '일제강점기 유산'으로 표기하면 어떨까? 그리고 가능하면 잘 보존해서 역사를 이해하는 현장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 전형적인 일본식 건축양식의 사찰인 동국사>
<동국사 대웅전 내부>
<옛날 군산세관>
<헐리고 있는 일본식 건물>
<헐릴 운명에 처해 있는 일본식 건물>
<지금은 음식점으로 변신한 옛 군산부윤 관사>
아래 사진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군산 일대에서 상업으로 상당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진 히로쓰라는 사람이 지은 집이다. 2층으로 된 이 건물은 나무 복도와 다다미방, 유리창과 미닫이문, 일본식 정원 등으로 구성된 정통 일본식 건축물이다.
<히로쓰 가옥의 정원>
<대나무로 만든 창문>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나무로 만든 복도>
<다다미방>
<2층에서 바라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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