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문화 역사

하코네(箱根)신사의 토리이

Geotopia 2012. 12. 6. 17:02

  신성한 장소의 입구를 나타내는 토리이(鳥居)는 우리나라의 홍살문과 비슷한 위치와 기능을 한다. 홍살문이 주로 사당같은 위인을 추모하는 공간의 입구에 세워진다면 토리이는 주로 신사의 입구에 세워진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문화적 관련성을 느낄 수 있는 경관 가운데 하나이다. 삼한시대 천군이 다스리던 소도를 표시했던 것이 새(鳥) 모양이었던 것과도 관련성이 있다.

 

<하코네신사와 아시호수를 연결하는 선착장 입구의 토리이>

 

<전주 경기전 입구의 홍살문>

 

<삼나무 숲길과 연결된 호안의 토리이>

 

  일본 가나카와(神奈川)현 하코네산 남록에 위치한 하코네신사는 아시(芦)호수와 직선상의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호수와 진입로가 연결되는 곳에 높다란 토리이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신사가 자리를 잡은 산기슭에도 또 하나의 토리이가 있는데 위쪽의 토리이가 육로상의 신사 입구에 해당한다면 호안에 있는 토리이는 수로상의 신사 입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신사 입구의 토리이>

 

  우리나라의 절이 전형적인 풍수상의 명당에 자리를 잡는다면 일본의 신사나 절도 일본식의 명당에 자리를 잡는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절의 입지와 일본 절, 또는 신사의 입지는 공통점도 있지만 차이점도 많다.

  우리의 명당 개념은 겨울이 춥고 지형이 복잡한 환경을 반영하여 만들어졌다. 지질구조가 복잡한데다가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지각운동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산계와 수계 등 지형이 매우 복잡하다. 더욱이 기후 환경도 계절의 변화가 심하고 특히 겨울철은 혹한으로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따라서 우리의 전통적 명당은 겨울의 추위에 견디기 위한 장풍(藏風) 형국과 농경 및 생활용수를 위한 득수(得水)를 가장 중요시 여긴다. 또한 외적의 침입에 대비하여 외부에서 쉽게 보이지 않는 입지를 선호한다. 우리의 전통적 명당 개념은 한반도 전역에 분포하는 내륙 평야인 침식분지와 유사하다. 배후 및 주변의 산지와 중앙의 평야, 그리고 평야를 가로지는 하천을 갖추고 있는 침식분지는 전형적인 주산과 좌청룡 우백호, 그리고 명당수와 안산의 구조를 갖추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나라의 사찰은 대개 이러한 형국을 갖춘 곳에 입지하는 경향이 강하다. 탁 트인 전망보다는 감춰진 듯한 위치와 구불구불한 진입로 등이 특징이다.

  반면에 일본 신사의 특징은 우리나라에 비해 방향성을 덜 중요시하며 바다나 호수, 또는 대로와 직접 연결하는 직선상의 통로를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지역이 겨울에 혹한이 없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비해 절실하게 남향을 요하지는 않는다. 또한 지질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지각운동의 역사가 짧아서 지형이 단순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명당 개념과 같은 복잡한 형국을 갖춘 곳이 드물다. 따라서 일본의 신사나 절은 도로나 바다, 호수 등과의 접근성이 좋은 위치에 입지하는 경우가 많다. 하코네 신사는 이러한 입지의 전형적인 사례로서 아시호수와 연결되는 직선상의 통로를 갖추고 있다.

 

<아시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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