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부시맨이 사는 법

Geotopia 2012. 7. 14. 09:03

  소(小)니그로 인종의 한 갈래인 부시맨(Bushman) 종족은 아프리카 칼라하리 사막 주변에 살고 있다. 성인 남자의 키가 150Cm정도라니 小Negroid라 할 만하다. 원래 이 사람들의 종족 이름은 산족인데 남아프리카에 들어온 영국인들에 의해 붙여진 영어식 이름이 부시맨이다. 오래 전 개봉되었던 영화 '부시맨'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 덕분에 ‘웃기는 사람들’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 영화는 코미디물 이었기 때문에 '부시맨'이란 이름은 이 영화를 본 대부분 사람에게 먼저 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이다.

<영화 '부시맨' 포스터 *출처: Daum 영화>

 

  ◇ 영화 '부시맨'-소유 개념이 없는 사회

  영화 '부시맨'은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 대륙을 날아가던 어느 백인이 마시고 남은 빈 콜라병을 비행기 밖으로 내던지면서 시작된다. 부시맨 마을에 떨어진 이 '하늘의 선물'은 처음에는 무엇에 쓰이는 물건인지 몰라 홀대를 받지만 점차 용도를 깨달아(?) 가면서 부시맨 사회에서 요긴하게 쓰이기 시작한다. 음식 재료를 찧고, 반죽한 곡물 가루를 밀어서 넓게 펴고, 어떤 때는 말 안 듣는 애들 머리통도 때려주고… 부시맨들은 창조적으로 ‘하늘의 선물’의 용도를 개발해 간다. 하지만 이 하늘의 선물은 점차 이들 사회에서 분란의 씨앗이 되어간다. 왜 일까?

  개인 소유의 개념이 없는 완벽한 원시공동체 사회인 부시맨 마을에 떨어진 문명의 찌꺼기가 소유의 개념을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이 요긴한 하늘의 선물을 서로 소유하려고 공동체 내에서 분란이 자꾸 일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분란이 자꾸 심해지자 마을의 원로들이 모여 심각하게 대책을 논의하게 되고 결국 이 선물을 하느님에게 반납하기로 결정을 한다.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서 편리함(?)을 포기하는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냥 폐기해 버리면 될 것을 참 착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하느님이 주신 것이니 차마 그냥 없앨 수는 없는 노릇이었던 것이다. 이후의 이야기는 반납 대표로 선정된 주인공('미카우'던가?)이 여행 도중 백인들을 만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린 것이다.

  ◇ 그 흔한 추장도 없다

  감독은 이후의 코미디에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 두려고 했겠지만 코미디보다는 영화 내용 중 짧은 부분을 차지하는 부시맨 사회의 삶의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막 주변의 스텝이라는 풍족하지 않은 환경에 사는 그들은 모든 삶을 매우 환경친화적으로 영위하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위협을 받는다. 그들에게는 여유라곤 없다. 먹을 거리도, 입을 거리도 모두 빠듯하다. 그러니 최소로 소비하고 환경을 파괴하지 않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오죽 했으면 그렇게 몸집이 작은 종족이 되었겠는가? 남는 생산물이 없으니 당연히 일을 하지 않는 계급이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추장이 없다. 다만 사건에 따라 대표자가 정해질 뿐이다. 사냥할 때는 가장 사냥을 잘하는 이가, 축제를 할 때는 가장 노래를 잘 부르는 이가, 과일을 채집할 때는 나무를 가장 잘 타는 이가… 이런 식이다. 미카우가 하느님에게 가는 사절로 뽑힌 것도 아마도 그가 가장 걸음을 잘 걸었다던가, 평소 하느님과 친했다던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이다.

 ◇ 친환경의 상징 작은 체구

  이 영화에 등장하는 내용은 아니지만 이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본 적이 있다. 부시맨들이 기린을 사냥하는 내용이었는데 이 역시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들의 사냥은 오로지 걷는 능력에 의존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이들이 사냥에 사용하는 도구는 그들의 체구에 걸 맞는 작은 크기의 활이 전부이다. 화살 역시 활에 어울리게 작은데 이 화살은 여러 발 기린을 맞춰도 덩치 큰 녀석을 쓰러뜨리는 데는 터무니 없이 위력이 약하다. 그래서 이들은 화살에 독을 발라 사용한다. 그러나 자연에서 얻은 독은 위력이 약하여 쉽게 기린을 쓰러뜨리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이들이 기린 한 마리를 사냥하는 데는 3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3일 동안 부시맨들은 계속 한 마리의 기린만을 따라 다닌다. 가까이 접근하면 또 화살을 날리고, 기린이 놀라 달아나면 다시 따라가고 하는 식이다. 이때 재미있는 것은 기린을 따라 다니는 동안 이들은 내내 물 이외에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무언가를 먹어서 힘을 내면 좋으련만 이들은 자신들이 배가 불러 힘이 나면 기린 역시 힘을 내어 멀리 도망간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한다. 결국 도망 다니다 지치고, 독이 온 몸에 퍼져 지친 기린이 쓰러지면 이들은 기린을 분해(?)하여 마을로 개선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은 온 마을 사람들이 축제를 벌인다. 소유의 개념이 없으므로 이때도 역시 사냥에 참여했는지 안했는지에 관계없이 고기를 공평하게 나누어 먹는다. 그리곤 또 휴식.

  ◇ 잡을 수 있어도 잡지 않는 사냥법: 오로지 걷는 능력만으로

  ‘배가 부르고 힘이 날 때 잔뜩 잡아놓고 편안하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이들의 이러한 행동을 우리는 쉽게 ‘미개’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한 발 물러서서 생각을 해 보면 이들의 삶이야말로 매우 과학적이고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열악한 자연환경에서 모든 것을 얻는 이들에게 자연환경의 능력을 넘어서 생산물을 뽑아내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3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은 채 기린을 따라다니는 것은 자신들의 소비를 줄이고 기린의 개체수도 유지하는 방편이다. 사냥이 레저․스포츠쯤 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고난의 행로이니 함부로 사냥에 나설 리가 없다. 이들은 생태계의 큰 틀 속에서 이를 구성하고 있는 하나의 요소로 자신을 인식함으로써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영원히 살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그들의 삶을 '미개'라고 단정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생각인가? 최대한 뽑아내고 축적하는 오늘날 자본주의적 삶의 방식이 몸에 밴 우리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지만…

  ◇ 생태학적 인간-환경 관계

  모두 다 그런 삶의 방식으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적어도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인간', '거대한 생태계의 일부분으로서의 인간'이라는 자세만큼은 배워서 새겨두어야 하지 않을까? 인간은 결코 환경을 벗어나서는 살 수가 없다. 따라서 환경을 파괴하는 행위는 바로 인간 자신을 죽이는 행위와 다름없다. 환경을 변화시키고 생산력을 높이는 데에 몰두해 온 인간들이 이제 환경 속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깨달아가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자각에서 비롯된 것일 것이다. 생태학(ecology)적 환경 해석은 그래서 양심, 또는 도덕적인 차원의 ‘운동’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가 걸린 ‘생활’로 인식되어야 마땅하다. 부시맨이 사는 법, 그것이 바로 우리의 미래이다.

  영화 '부시맨' 얘기 하나 더!

  '부시맨2'까지 재미있게 보았던 나는 어느 날 비디오 가게에서 우연히 '부시맨3'라는 영화를 발견하였다. 신이 나서 비디오를 빌려 와서는 '전혀 소문도 없이 언제 이 영화가 나왔을까?' 생각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비디오를 작동시켰다.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데 어째 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화질도 별로인데다 아프리카 벌판이 아닌 시가지만 자꾸 나오는 것이었다. 이상하다 싶어 비디오를 꺼내서 확인을 해보니. 앗! '부시맨3'라는 글씨 앞에 아주 작은 글씨로 '홍콩'이라고 써있는 거다. 주인공은 분명히 같은 사람인데 홍콩에서 만든 짝퉁 '부시맨'이었다. 발견하지 못한 내가 바보지. 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