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천안 시내 하천 답사(2)

Geotopia 2012. 6. 2. 19:37

 

천안천을 따라 출발!

 

  분수계는 눈으로 보기엔 정말 모호하다. 최상류이므로 당연히 길 옆 하천의 물은 말라있고 하수도 맨홀속을 들여다봐도 물의 흐름을 짐작하기 어려운 범위가 꽤 된다. 비가 신나게 퍼붓는 날 와 봐야 조금 알 수 있으려나? 승규는 자전거를 타고 가만히 있어보면 알 수 있을거라면서 몸소 실험을 해 본다.

  바지런한 승규는 벌써 우리가 오기 전에 반대쪽 한천 상류의 도랑물을 관찰할 수 있는 지점까지 내려갔다가 왔다. 나는 지난 번에 큰 아들과 북일고-단국대 뒷산 답사 때 이 길을 걸어왔었다. 잠깐 안성천 유역으로 내려 갔다가 되돌아 와서 본격적으로 천안천 답사를 시작했다. 아까 왔던 길을 되돌아가서 천호지에서 단국대 쪽 산책로로 방향을 잡았다. 알을 낳으러 나온 팔뚝만 한 잉어를 잠깐 구경하고 바로 달려서 천호지 제방을 건넜다. 천호지의 배수로는 23번 지방도 옆으로 설치되어 있다. 배수로 옆으로 산책로가 나 있어서 그 길을 따라 내려갔다. 이제부터는 한 동안 내리막 길 일 것이다. 농로를 따라 내려가 단국대 앞에서 천안IC로 이어지는 길을 가로지르면 왼쪽으로 시내버스 터미널(맞나? 삼성대로에서 입장 나가는 길에 있는 이곳은 항상 지날 때 마다 도로인지 터미널인지 헷갈린다)이 있다.

 

<천호지에서 바라본 천안 북부산지. 안성천 유역과 삽교천 유역의 경계가 되며 금북정맥에서 갈라진 영인지맥의 출발점이다>

 

▶ 정책을 하지 않는 것이 정책

 

  삼성대로 아래를 통과하여 내려가면 1번 국도를 가로지르기 전에 하천 옆으로 산책로가 나 있다. 물이 깨끗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오수를 따로 모아 흘려보내기 때문에 냄새가 폴폴 나는 불쾌한 지경은 아니다. 제방 풀밭에 아무렇게나 자전거를 던져 놓고 놀고 있는 꼬마들이 있다. 약간 야한(?) 사진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무렇게나 쓰러져 있는 자전거가 클로즈업 되고 아웃포커싱으로 풀밭에서 뽀뽀를 하고 있는 청춘남녀가 있는… 너무 식상한가? 주인공을 꼬맹이들로 바꿔봤다가 나와 마누라로 바꿔 봤다가 시덥지 않은 장면을 머리속으로 연출하면서 1번국도 아래를 통과했다.

  다리(방죽다리) 밑으로 통과하는 산책로 바닥에 비닐이 깔려 있어서 의아했는데 교각을 단장하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교각에 페인트를 칠하느라고 바닥에 비닐을 깐 것인데 느낌이 괜찮다. 교각을 단장하는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는데 이곳을 산책로로 가꾸다 보니 그런 발상이 나왔을 것이다. 어둠침침한 다리 밑은 자칫 청소년들 담배나 피우는 곳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밝은 느낌의 그림은 다리 밑의 어두운 이미지를 바꿔 놓기에 상당히 효과가 있어 보인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명하달의 관료주의가 심화되어 가고 있는 작금의 현실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업무 담당자의 작은 아이디어가 반영이 되어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 아닌가 싶다.

  '정책을 하지 않는 것이 정책'이라는 핀란드 교육부 이야기가 갑자기 떠 오른다. 대표자가 바뀌면 무언가 새로운 정책을 내 놓고 기존 조직을 흔들어대는 것이 이 나라 조직사회의 특징이다. 왜 이전 지도자의 망령을 털어내지 못해 안달을 하는 것일까? 성과를 인정하고 출발하면 그만큼 일도 수월하고 사람도 얻을 수 있을텐데… 이런 조직의 특징은 대표자의 입김이 조직의 구석구석에 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구성원들은 움츠리고 대표자의 입만 바라보게 되어 있다. 대표자의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다 하더라도 조직 모든 성원의 특징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더욱이 대개의 경우 이런 지도자들의 특징은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성과주의에 경도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직 구성원의 능력을 최대한 살려내기 위해서는 자발성을 인정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 '정책하지 않는 것이 정책'인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천당과 지옥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대림아파트를 지나 방죽안 오거리까지 가는 구간은 예전에는 복개하여 주차장을 만들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복개시설을 걷어 내고 복원을 한 구간이라고 한다. 천안 터줏대감 승규가 알려준 정보이다. 신부동 아파트 단지 한 가운데에 있는 '신부 제3교' 아래를 지나 천안시외버스터미널 북쪽에 있는 만남의 다리 아래를 통과했다. 이 다리는 둥근 아치로 제법 모양을 냈다. 방죽안 오거리까지는 계속해서 하천의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더샵오피스텔과 고속버스터미널 뒷 편의 나무로 만든 아치다리를 통과하면 바로 방죽안 오거리가 나온다. 천안에서 손꼽히는 혼잡지역인 방죽안 오거리에서 북쪽 1번국도 방향으로 가기 위해서는 신부교를 건너야 한다. 우리는 신부교 아래를 통과하자마자 하천 흐르는 방향의 왼쪽으로 천안천을 건넜다. 오른쪽으로 나 있던 길이 이곳에서 끝이나기 때문이다. 산책로는 징검다리로 건너편과 연결이 되어 있다.

 

<신부교 아래에서 징검다리를 건넌다>

 

  방죽안 오거리는 천안의 대표적인 저지대로 홍수가 잘 나지 않는 하늘 아래 편안한 땅, 天安에서는 홍수 전력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이 일대가 택지로 조성되기 전에는 모두 논이었던 곳으로 매립 후 택지를 조성했지만 근본적으로 지대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방죽안’이라는 이름에서도 이 일대가 저지대임을 알 수 있다. 얼핏 생각에 이 부근에도 하천의 합류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 되었지만 규모가 큰 하천을 찾을 수가 없다. 내 예상과는 달리 두정동 쪽에서 하이마트 사거리-롯데마트-성정동으로 이어지는 저지대의 물은 이곳에서 합류하는 것이 아니다. 천안축구센터 부근은 생각과는 달리 약간 지대가 높은 모양이다. 두정동-성정동에서 내려온 물은 축구센터의 서쪽에서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서부역의 서쪽 서부역사교 아래에서 천안천과 합류한다.

 

<신부교 아래 징검다리에서 바라본 신성교)

 

  신부교 바로 아래에는 신성교가 있다. 신성교는 방죽안오거리에서 성정동, 백석동 방향으로 이어지는 백석로의 출발점이다. 도로를 지나면서 보면 매우 혼잡한 거리인데 아래에서 보니 의외로 한적한 느낌이 드는 다리이다. 오늘도 휴일이므로 분명히 사람과 차가 뒤엉켜 있을텐데 혼잡한 거리와는 달리 바로 그 아래쪽에는 별천지가 있다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천당과 지옥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손바닥과 손등이 아주 가까이 있는 것처럼.

 

<신부교 아래쪽에서 바라본 상류방향. 더샵오피스텔 뒷편의 나무아치교가 보인다>

 

▶ 현상과 본질의 구별은 의미가 있는 것일까?  

 

  마치 굴 속을 통과하는 것처럼 컴컴할 정도로 경부선 철도가 통과하는 철교 아래쪽은 다리를 통과하는 거리가 멀다. 8~9개의 철도 노선이 복잡하게 놓여 있는 이곳은 그 넓이만 해도 60여m가 넘기 때문이다. 가끔 시내쪽에 왔다 갈 때 나도 자주 이용하는 경로인데 자동차도로는 하천의 북쪽으로 통과하는 반면에 산책로는 하천의 남쪽으로 이어져 있다. 북쪽에도 물론 산책로가 있지만 자동차도로의 옆으로 나 있는 인도이다. 하천 산책로를 타고 내려오다가 이곳에서는 잠깐 철교 아래로 이어지는 도로로 올라서서 길을 가로질러야만 한다. 하천의 남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는 경부선 철도를 넘는 성정육교를 지나면서 끝이 나고 다시 징검다리를 건너 반대편(북쪽)으로 건너 가도록 되어 있다.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넘는 것이 좀 귀찮기는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 만큼 가다가 한 번씩 하천을 건너는 것도 나름 재미가 있다.

  성정교를 지나 계속 하류쪽으로 내려가다 보니 산책로 옆으로 예쁜 꽃밭이 만들어져 있다. 'Colourful'이 딱 어울리는 다양한 색깔의 꽃들이 피어 있는데 꽃들이 마치 조화같이 생겼다. 자전거를 내려서 자세히 보니 분명 생화다. '조화 같은 생화라…' 생명체까지 복제하는 세상이니 이제 뭐가 진짜인지 헷갈리는 것이 당연한 지도 모른다. 시뮬라크르는 포스트모던 사회의 표상처럼 떠올랐다. 현상과 본질을 분류하고 꿰뚫어 보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 세상인지도 모른다. 현상은 현상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나의 사고는 여전히 현상 이면의 본질에 대한 관심으로 촉수가 뻗는다. 80년대 격변기를 거친 먹물의 속성인지도 모른다. 과거에 우리가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했던 선배들을 안타까워 했듯이 우린 아마도 원본과 시뮬라크르의 구별이 무의미한 시대에 그 구별을 굳이 꿈꾸는 돈키호테로 평생을 살지도 모른다.

 

<와촌교 상류에 있는 꽃밭의 조화같은 생화>

 

 

▶ 도심 하천이 갈수기에도 물이 많은 이유 

 

  와촌교 바로 앞에 다시 징검다리가 있다. 아까 건넜던 징검다리에서 불과 3백여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다시 자전거를 드는 수고를 해야만 한다. 징검다리를 건너 내려가면  바로 와촌교와 서부역사교 아래를 통과한다. 서부역 앞의 서부역사교에서 50여m 아래에 이르면 성정동 방향에서 내려오는 지류와 천안천이 합류를 한다. 바로 두정동-성정동 저지대를 따라 동쪽으로 내려오다가 천안축구센터 서쪽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러 내려온 하천이다. 제법 커 보이는 지류인데 좀 의아하다. 이곳은 지형으로 볼 때 봉서산 동쪽에서 모여서 내려오는 지류이므로 하천이 클 수가 없다. 

  강수가 여름에 집중하는 우리나라는 여름 이외의 계절에는 하천의 수량이 매우 적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요즈음 도시의 하천은 갈수기에도 물이 풍부한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오히려 여름 강수 집중도가 늘었으면 늘었지 다른 계절의 강수량이 늘었을리가 없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 원인은 생활하수이다. 강수량과 무관하게 배출되는 생활하수는 도시 규모가 클수록 많아진다. 오염이 심한 하수는 오수관을 따로 묻어서 종말처리장으로 직접 빼기도 하지만 모든 생활하수가 오수관으로 집적될 수는 없다. 도심의 하천이 과거에 비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깨끗한 수준이 되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삼림이 우거진 산지를 거의 끼고 있지 않으며 길이도 짧은 불당천이 일년 내내 풍부한 유량을 유지하는 것도 이러한 원인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아마 성정동과 두정동, 그리고 백석동 일부를 통과하는 이 하천 유역도 주택의 밀집도가 높아 건물에서 배출되는 생활하수의 양이 많기 때문에 작은 하천이지만 유량이 풍부한 것으로 보인다.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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