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하천(천안)

천안 시내 하천 답사(1)

Geotopia 2012. 6. 2. 13:20

답사일시: 2012.4.28(토)

 

▶일      정: 안성천 수계와 곡교천 수계의 분수계(23번 국도 상의 성거읍 요방리와 안서동의 경계)-천호지-신부동 역말-신부동 대림아파트-방죽안 오거리-서부역-와촌동-다가동 서해그랑블 아파트-중앙시장-남산-남부오거리(원성천과 삼룡천의 합류지점)-삼룡천-삼룡교-광교-삼거리초등학교-1번국도(삼룡사거리)-구성동 구률-구성동 천안죽전원-구성동 오천재-1번국도(삼룡사거리~원성2동 동부교)-원성천-남부 오거리-천안천, 원성천 합류지점(일봉산 동쪽 용곡동과 청수동 경계)-천안천-용곡동-남부대로-쌍룡천, 천안천 합류 지점(신방동)-천안(신방동), 아산(배방읍 장재리) 경계-휴대교-아산시 배방읍 휴대리-천안천,불당천 합류지점(배방읍 장재리와 배방읍 휴대리 경계)-휴대리-장재리-천안천,불당천 합류지점-불당천-장재4교-천안·아산역-장재리 휴먼시아아파트-쌍용고 앞 사거리(종착지)

 

<답사 경로  *원도: 천안시 행정지도>

 

▶답사 거리: 약 38.1km

 

▶함께한 이들: 천안지리연구회 '설걷이(설렘으로 걷는 이들)'

 

오랜 숙원 사업

  12시에 승규에게 출발한다는 문자가 왔다. 역시 부지런한 승규! 나도 서두른다고 미리 옷을 찾아 입고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최소한 30분은 먼저 움직인 것이다. 이상하게 승규와 약속을 하면 번번이 내가 늦어서 오늘 만큼은 일찍 가려고 했었는데 또 늦게 생겼다. 후다닥 밥을 먹고 집을 나섰지만 이미 12시 30분, 1시가 약속 시간이니까 30분 동안 부지런히 가야만 한다. 날씨가 상당히 덥다. 혹시 몰라 얇은 점퍼를 입었는데 쌍용공원 옆 언덕길을 넘다가 벗어 버렸다. 백석사거리를 거쳐 동서대로를 타고 동쪽으로 달려 역말오거리에서 단국대 방향으로 코스를 잡았다. 역말오거리로 넘어가는 동서고가교에서 잠깐 길을 잘못 들어 고가교 아래로 내려갔다가 되돌아 왔다. 날씨가 더워지니까 벌써 다리밑 그늘에는 동네 노인들이 모여서 담소를 즐기고 있다. 동서고가교는 자전거도로가 없어서 자동차도로로 역주행이 불가피하다. 특히 다리 초입부터 역말오거리에서 올라오는 고가와 큰 길이 만나는 합류지점까지가 좀 위험하다. 마주오던 택시가 나를 보고 경적을 울린다.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역말 오거리로 내려서니 이번엔 횡단보도가 없다. 1번 국도를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 대신에 육교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오래된 육교여서 계단으로만 되어 있는데 경사까지 급하다. 어쩔 수 없다. 싸구려 무거운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는 수 밖에…

  북일고 앞을 지나 단국대 정문 쯤에서 승규 전화를 받았다. 받으면서 시간을 보니 1시10분, 또 10분 이상 늦고 말았다. 자꾸 이러면 신뢰감을 잃게 되는데 쩝##. 천호지 제방을 건너 천호지 동쪽 공터에서 일행을 만났다. 2월말 부산 답사 때 보고 약 두 달 만이다. 언제봐도 설레이는 지리인들. 용진과 원기는 두정역까지 자전거를 싣고 전철을 타고 왔단다. 갑자기 밀려오는 세대차이! 난 왜 그 생각을 아예 하지도 못했을까?

  지난 번 부산 답사 때 천안답사를 번개모임으로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었지만 3월, 4월 정신없이 보내느라 제대로 챙기질 못했었다. 부지런한 총무 승규가 잊지 않고 연락을 해서 추진이 되었는데 승규는 원기가 기억을 일깨워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노라고 공을 후배에게 돌린다. 지난 번 답사 때 참가를 못했던 용진이는 '제명이 될까봐' 이번엔 꼭 참석하려고 별렀다고 너스레를 떤다. 꼭 회원의 절반이 참석했으니 번개 모임으로는 그리 서운하지는 않다. 지난 주 승규와 만나 코스 및 방법을 협의 했는데 오래전부터 혼자 생각했던 자전거 투어를 제안했더니 반색을 했었다. 자전거를 오래 탄 승규는 헬밋과 쫄쫄이 바지까지 갖춘 프로의 자세가 나온다. 자전거도 물론 우리 중에 제일 낫다. 나는 몇 해 전에 카드 포인트 15만점으로 산 중국산 자전거인데 원기는 무슨 행사 경품으로 당첨된 자전거란다. 가만 보니 완충 스프링도 안 달린 것이 내것과 형님, 아우님을 다투게 생겼다. 용진이 자전거는 무게가 장난이 아니다. 우리 셋 중에 포인트 15만점 짜리 내 자전거가 그 중 나은 셈이다.

 

 

천안천의 발원지는?

 

  출발!

  천호지 둘레로 2km 정도의 산책로가 설치되어 있다. 산란기라서 월척 붕어며 팔뚝만한 잉어가 얕은 물에 나와 펄떡펄떡 간지러운 몸을 갈대에 비벼댄다. 주워들은 바로는 붕어나 잉어는 배에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자기 힘으로 알을 밀어낼 수가 없기 때문에 수초 사이를 지나면서 몸을 누르는 것이라고 한다. 그 틈을 노리는 잔인한(?) 강태공들이 호숫가에 몇 명 눈에 띤다.

천호지로 유입하는 하천은 백석대학교 동쪽으로 흐르는 하천으로 국민은행 연수원 북쪽 문암저수지까지 발원지가 올라간다. 그러니까 이 하천이 천안천의 최상류라고 볼 수 있다. 이 발원지는 걸마고개를 분수계로 한다. 걸마고개는 성거산에서 태조산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상에 있는데 태조산 갈림길에서 약 2km 가량 북쪽에 있다. 걸마고개는 해발고도가 390여m에 불과하지만 매우 중요한 분수계이다. 즉, 삽교천 수계(천안천-곡교천-삽교천)와 안성천 수계(한천-입장천-안성천), 그리고 금강 수계(신방천-병천천-미호천-금강)의 분수계가 되기 때문이다(지도 참조-걸마고개는 지도의 오른쪽 상단에 있음).

  천호지로 유입하는 두 번째 큰 하천은 각원사 뒷산에서 시작하여 상암 방죽을 거쳐 호서대 앞-상명대 앞으로 이어지는 하천이다. 이 두 하천의 분수령이 되는 산줄기는 각원사 뒷쪽에서 시작하여 백석대학교와 상명대학교 사이를 지나 23번 지방도를 건너 천호지에서 끝을 맺는다.

  우리는 23번 지방도를 타고 올라가 안성천과 삽교천의 분수계가 되는 지점을 첫 번째 답사지로 잡았다. 경부고속도로가 통과하는 고가교 아래가 바로 그 지점이다. 이곳에서 남쪽 방향으로 흐르는 물은 천안천을 거쳐 곡교천-삽교천을 지나 아산만으로 빠지고, 반대로 북쪽으로 흐르는 물은 성거읍 요방리의 한천을 거쳐 입장면 신두리-용정리 경계에서 입장천을 만나 성환읍을 지나 천안시-안성시 경계 부분부터 안성천으로 이름을 바꿔 천안시-평택시 경계를 이루며 흐르다가 평택시를 거쳐 평택호에 이른다.

 

<안성천 수계와 곡교천 수계의 분수계인 경부고속도로와 국도23호의 교차점>

 

 

작은 고개, 하지만 긴 이별 고개

 

  결국은 아산만에서 다시 만나지만 거의 비슷한 곳에 떨어진 빗방울이 이 작은 고개를 사이에 두고 서로 헤어진다면 둘은 꽤 오랫동안 이별을 해야만 한다. 자연을 관찰하다 보면 사람이 사는 이치와 비슷한 것이 참 많다. 사람도 나이가 어릴수록 차이가 적다. 초등학교 때는 모두 귀여움을 받는, 한번쯤은 반장 비스므리한 것이라도 해 보고 우등상 비스무리한 것도 타보는 큰 차이가 없는 동무들이다. 혹시 그런 것들을 면제 받았다고 해도 크게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는 그런 때이다. 가능성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가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어떤 고등학교를 갔는지, 어떤 전공을 선택하고 어떤 대학교를 갔는지, 어떤 목표를 세우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았는지 등등 차이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났을 때 누구라도 그 사람을 가장 나중에 만났을 때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생각과 달리 매우 변한 모습을 보고도 자꾸 옛날의 잣대를 들이대려고 하는 관성을 사람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건 옳지 않은 잣대이다. 불과 몇 미터, 아니 몇 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빗방울조차 엄청나게 다른 길을 가게 되는데 하물며 사람은 어떻겠는가? 걸마고개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빗방울의 일생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북서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안성천으로, 남서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삽교천으로 가서 아산만에서 다시 만나지만, 남동쪽으로 떨어진 빗방울은 더 멀리 목천-병천-청원-세종을 거쳐 금강 본류를 따라 돌고 돌아 군산 앞바다로 간다. 바다에서 언젠가는 만날 가능성도 있지만 어쩌면 영원히 다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다. “걔가 왕년엔 내 발끝에도 못 미쳤는데 많이 컸어…” 류의 왕년에 타령은 그래서 옳지 않다. 오히려 그 동안 게으름을 떨고 스스로를 개발하지 못한 자신을 탓할 일이다.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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