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순아시아는 여름철의 풍부한 강수량과 고온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벼농사가 발달한다. 보통 벼는 강수량이 1,000mm이상이고 적산온도(積算溫度)가 2,400℃를 넘는 충적평야에서 잘 자란다.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많아 인구부양력이 크기 때문에 인류가 식량으로 먹는 곡물 가운데 최고라고 할 만 하다. 따라서 몬순아시아의 벼농사가 가능한 조건을 갖춘 곳에서는 모든 농축산물에 우선하여 벼농사가 이루어진다. 가축을 키우기는 하지만 대규모로 키우기 보다는 한 두 마리 정도를 키우는 것이 고작이다. 농업에 활용하기 위해 소나 물소를 키웠고 더운 여름철에 상해서 버려질 음식을 처리하기 위한 수단(?)으로 잡식성의 가축을 키웠다. 돼지, 닭, 개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축들은 왕성한 소화력을 바탕으로 남은 음식물을 완벽하게 처리해 주는 훌륭한 수단이었다. 특히 돼지나 닭은 상한 음식도 잘 먹는데 이들이 음식을 잘 못 먹고 배탈이 났다는 얘기를 나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이들은 단순히 '음식물 처리기'의 수준을 넘어 '생태적 냉장고'라 할 만 하다. 남은 음식을 생태적으로 잘 보관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맛있는 고기로 주인에게 되돌려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생태적 냉장고(?)는 자주 열 수가 없는 귀한 존재이다. 우리나라를 예로 들어보면 '백년손님'인 사위나 와야 씨암탉을 잡았고 환갑잔치라도 해야 돼지 고기를 맛볼 수 있었다. '소를 잡는다'는 것은 새 임금이 즉위하는 것에 비견할 만큼 '엄청난 잔치'가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따라서 몬순아시아 지역 주민들은 동물성 단백질의 섭취가 부족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가축을 사육하여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는 유럽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식생활 패턴이 발달할 수 밖에 없었다. 유럽은 아시아에 비해 농업환경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에 일찍부터 혼합농업 형태로 가축사육이 발달하였다. 여름이 서늘하고 연중 강수가 고르기 때문에 곡물보다는 사료작물을 재배하기에 더 유리한 기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몬순아시아 지역에서는 어떻게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했을까? 몬순아시아의 대표적 단백질 공급원, 그것은 바로 민물고기이다. 동남아시아의 모든 나라에 민물고기 요리가 발달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옛날부터 다양한 민물고기 요리가 발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메뚜기, 물방게, 심지어는 바퀴벌레 같은 곤충류와 뱀, 개구리 같은 양서류도 훌륭한(?) 먹거리가 되어왔다. 우리 민족이 개고기를 먹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베트남, 캄보디아 등 동남아의 여러 나라에서는 집 앞에 마당 대신에 연못이 있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이 연못은 다양한 용도의 용수를 저장해 두는 곳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주 단백질 공급원인 물고기가 자라는 곳이기도 하다. 귀한 손님이라도 오면 이들은 이 연못에 들어가 열심히 그물을 쳐서 물고기를 잡는다. 우리나라의 '씨암탉 잡는 것'과 유사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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