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신안군: 자은도,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자라도

퍼플(purple)섬

Geotopia 2022. 8. 7. 07:18

▣ 보라색 섬

  천사대교를 건너 암태도로 들어서면 보라색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안내판, 현수막 등등. 신안군이 보라색을 상징색으로 정했구나 생각하면서 암태도를 지나 자은도로 향하다 보니, 혹시 '자은도'의 '자'가 '자주(朱)색'에서 온 것이 아닐까? 그럼 보라색이 아니고 자주색이어야 하는데··· 그러고 보니 곳곳에 붉은색 돌들이 눈에 띈다. 철분 함량이 높은 화산암들이다. 이정도면 꽤 링크가 잘 된 '지역 만들기'다.

  그런데 자은도의 한자 표기는 '慈恩島'로 '서로 돕고 감싸주는 넉넉한 인심과 착한 인성을 격려하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지은 이름이라고 한다. 대대적으로 행정구역을 정비했던 신라 경덕왕(757년) 때의 일이다. 중국 삼국시대 유염이 제갈량에게 보낸 편지의 “間者迷醉 言有違錯 慈恩含忍 不致之于理 使得全完 保育性命(제가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하여 큰 실수를 하였음에도 승상께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셔서 생명을 부지할 수 있었습니다)" 라는 기록에서 따왔다고 전한다.

  그렇다면 자라도에서 왔을까? 자라도는 천사대교를 건너서 차로 갈 수 있는 가장 남쪽 섬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者羅島' 역시 '紫'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

  어쨌든 곳곳에 자주색인지, 보라색인지가 자주 눈에 띈다.

천사대교를 건너기 전부터 보라색이다. 압해읍 송공리.
현수막도 보라색. 드디어 비금도도 연결이 되는 모양이다. 암태면 가동리.
방파제 돌들이 자줏빛이다. 안좌면 소곡리
팔금도 응회암. 팔금면 원산리.
보도블록도 자주색. 팔금면 원산리
길가에 범부채꽃을 많이 심었다. 자줏빛으로 생각으로 몰아가다 보니 이것도 뭔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안좌면 복호리 자주대교 앞.

 

▣ 퍼플섬 가는 길

 

  '퍼플섬(purple island)'라는 표지판이 나타난다. 상징적인 뜻인지, 아니면 작은 섬의 이름을 이렇게 바꾼 것인지?

이건 자주색이라고 해야 하나? 암태면 가동리에 퍼플섬 표지판이 있다.
암태면 사무소를 지나면서 또 퍼플섬 안내 표지판을 만난다. 표지판도 현수막도 자주색이다.

  안좌도에서 자라도로 내려가는 길을 따라 가다보니 오른쪽으로 '퍼플섬' 표지판이 보인다. 급히 오른쪽으로 차를 돌려 달리다가 야트막한 고개 하나를 넘으니 온통 보랏빛 지붕들이 눈에 들어온다. 안좌면 수곡리, 슬슬 분위기가 달아 오르는 느낌! 그렇지만 이 마을은 'purple'은 아니다. 굳이 지적질을 하자면 'violet'에 가깝다.

안좌면 수곡리는 온통 보랏빛이다. 신안군 버스도 보라색인 것을 보면 보라색이 신안군 색이기도 한 모양이다.

 

 자주색(Purple)인가, 보라색(violet)인가?

 

  점점 헷갈린다. 급기야 퍼플섬 입구 기념품 매장에서 본격적으로 헷갈리기 시작한다. 퍼플이 보라색이 된 것이다. 우리는 흔히 이 둘을 잘 구별하지 않고 쓰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무지개색은 '빨주노초파남보'로 마지막 색이 '보라색'이다. 그런데 보라색 밖의 비 가시 광선은 '자외선( UV, ultraviolet rays , 線)'으로 표기한다. 그렇다면 '보라색=자주색'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보라색과 자주색을 굳이 구별하지 않고 쓰고 있는 셈이다.

퍼플이 보라색이 된 기념품 매장. 사실 이 색은 보라색과 자주색의 중간쯤 되어 보인다.

 

반월도와 박지도: 보라색으로 신안 최고 관광지가 되었다!

 

  보라색이면 어떻고 자주색이면 어떻랴. 드문 색이고 눈길을 끄는 강렬한 색인 보라색으로 색깔을 통일하여 칠한 것 하나로 반월도와 박지도의 운명이 바뀌었다. 관광객이라고는 볼 수 없었던 섬이 일약 신안군의 대표 관광지로 뛰어오른 것이다. 여러가지 인공 시설들이 관광자원으로 급부상 하고 있는 것이 요즘이다. 색깔도 그중 하나로 볼 수 있지만 출렁다리 같은 대규모 시설과는 약간 느낌이 다르다.

  보라색 꽃을 피우는 청도라지, 꿀풀 등이 섬에 많이 자라는 것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다리와 마을 지붕 등을 보라색으로 칠한 것 뿐만 아니라, 보랏빛 유채를 비롯해 라벤더‧아스타국화‧자목련 등을 해안 산책로를 따라 심었다. 

안좌도에서 반월도(퍼플섬)으로 들어가는 입구. 입장료가 5천원인데 보라색 옷을 입고 있으면 무료다.
안좌도와 반월도를 연결한 다리는 뜬다리이다.

 

  주민들은 퍼플섬이 전 세계 BTS 팬들의 성지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BTS의 상징색이 보라색이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BTS 멤버 V(뷔)가 만든 유행어인 ‘I PURPLE YOU’를 새긴 조형물을 섬 곳곳에 설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