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봄
무척 오랫만에 월봉산에 올랐다. 쌍용동을 떠난지가 벌써 5년, 그간에는 와보지 않았다. 쌍용동에 살 때도 자주 오지 않았으므로 적어도 5년도 더 전에 와봤다는 얘기다. 산 주변을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근래에 쌍용동에서 장재리로 넘어가는 길이 뚫리면서 장재리에서 산으로 올라가는 생태통로도 생겼다. 산을 걸으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니 사람들이 그다지 많이 찾지 않던 때에 왔던 것 같다. 10여년은 됐다는 뜻인가?
쌍용고로 학교를 옮겨서 아침, 저녁으로 지나가면서 보니 봄이 다 가기 전에 얼른 올라봐야겠다. 봄빛이 너무 예뻐서다. 언제나 느끼는 사실이지만 연두색 봄빛은 그냥 보는 것이 가장 아름답다.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어보면 언제나 결과가 실망스럽다. 색감일까, 구도일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또 렌즈를 들이댄다.
▣ 장하다 민들레!
생태통로에 민들레가 피었다.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곳을 골라 피었는데 모진 환경에 적응하느라 키도 작고 상처도 많다. 가장자리는 사람의 발길이 적을테니 그렇다 치고 길 가운데에도 피었으니 감탄스러울 뿐이다. 수많은 발길 속에서 싹을 틔우고 잎을 키워서 꽃을 달고 열매까지 만들었다니! 그 시간이 적어도 두어 달은 될 터인데 장하지 않을 수가 없다.
세파를 이기고 뿌리를 내린 민들레도 장하기만 하지만 스스로 사회적 약속을 지킨 사람들의 양식도 놀랍다. 누가 지켜보고 강제하지 않아도 길 한쪽으로 걷는 세상과의 약속을 스스로 잘 지켰다는 뜻이다. 코로나 극복 세계 1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구나 싶다
▣ 산이 낮아지지 않았을까?
풍화와 침식으로 산은 끊임없이 낮아지고 있는 중이다. 사람의 발길은 그것을 더욱 가속화한다. 사람이 다니면 길이 나고 식생이 사라진다. 침식을 방어할 수 있는 수비수가 없어지는 것이므로 침식이 더 빨리 진행된다. 꼭 10년 전에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보니 차이를 알 수 있다.
▣ 월봉산을 이루는 바위는 화강암만은 아니다
지질도에 의하면 월봉산 일대는 모두 중생대 쥐라기에 만들어진 흑운모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천안 시내도 거의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실제 답사를 해보면 화강암이 아닌 암석도 눈에 띈다. 편리구조가 선명한 변성암 계열의 암석이다. 화강암이 변성암을 관입하는 과정에서 그 경계가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심성암 계열이기는 하지만 입자가 굵고 거친 암석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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