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산지(천안)

망경산 : 버섯과 여름꽃들

Geotopia 2016. 7. 25. 07:53

산행일: 2016.7.24(일), 月光 월례 산행


경로


<경로 *원도: Google earth>


<경로 및 고도 *자료: GPS master>



더위를 피해(?) 망경산으로


  원래 금북정맥 스무고개에서 출발하기로 한 날이었다. 그런데 7월 마지막 주~8월 첫 주로 이어지는 최대 폭염기에 딱 걸려서 엊그제부터 엄청나게 덥다. 산행을 하다보면 덥고 땀이 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온이 높다고 해서 크게 어려울 것은 없다. 오히려 집에서 맥없이 진땀을 '흘리는' 것보다 움직이면서 적극적으로 땀을 '빼는' 것이 더 상쾌할 수도 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것은 무릎 고장이다. 한 2주 전에 배드민턴을 친 것이 화근이었다. 오랫만에, 정말 오랫만에 라켓을 잡았는데 이게 보통 재미있는 것이 아니다. 무릎에서 이상 신호가 왔지만 '한 게임만 더 치자'는 유혹을 못 이긴 것이 문제였다. 그게 좋아질 리가 없는데도 어째 시간이 지나면 깜박 잊고 실수를 반복하는 것일까? 라켓을 분지르고 싶은 마음이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2주일 동안 산행을 딱 한 번, 시운전 삼아 해본 것 빼고는 무릎 회복을 위한 휴식기를 가졌다. 많이 나아진 느낌이지만 낙오할 각오를 마음 속에 하면서 코스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너무 덥습니다. 어디 가까운 계곡이나 가벼운 산행코스 잡아주세요'

  우와~! 카톡에서 구세주의 말씀이 들린다. 근부샘이시다. '不敢請 固所願'이 바로 이때 쓰는 말이렸다! 금북 대신 갑자기 망경산을 타게 되었다. 하기사, 금북 예정 구간은 14km 정도였지만 최고봉은 460m 밖에 안 되는 구간이었다. 오늘 산행은 8km 정도이고 임도 구간이 많아 훨씬 약해지기는 했지만 최고봉은 망경산(600.9m)이니 한편으로는 더 어려워진 면도 없지 않다. 어쨌든 멀리까지 가지 않으니 느낌이라도 많이 수월해진듯 하다. 시간도 아침 일찍 대신 점심 먹고 오후 2시에 출발.


버섯 산행


  산행 때마다 가장 큰 특징으로 산행 이름짓기를 하기로 했는데 이번엔 '버섯산행'으로 짓고 싶다. 습기가 많고 날이 더워지면서 산에 버섯이 지천이다. 먹을 수 있는 것보다는 못 먹는 것이 훨씬 많지만. 정확히 말하면 먹는 것과 못 먹는 것을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 옳다. 알록달록한 것은 대부분 못 먹는 독버섯이라고 어릴 때부터 각인이 되어 있어서 웬만한 버섯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어쨌든 버섯이 눈에 띄게 많은 것이 이번 산행의 특징이다.


<팬케잌처럼 생긴 버섯>


<잘 익은 사과색이지만 이런 색은 독버섯의 특징이라고 배운지라 '겁나는 색'이다>


<알맞게 구워진 빵같기도 하고 거북이 등같기도 한 버섯>


<널직한 밀가루 반죽처럼 생긴 버섯>



▶ 완만한 북쪽 사면


  넋티에서 망경산에 오르는 길은 경사가 굉장히 급하다. 내 경험으로는 이 근방에서 가장 경사가 급한 곳이 아닌가 싶다. 금북의 곡두고개에서 태화산 방향으로 올라가는 길도 못지않은 급경사면이지만 넋티-망경산 구간보다는 약간 아래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한 길은 명막골에서 시작되는 임도를 타고 가다 북쪽 능선을 타고 망경산에 오르는 길이다. 임도가 완만한 경사를 이루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고도가 올라간다. 1.5km 정도 진행한 다음에 북쪽에서 망경산으로 올라가는 능선을 탄다. 햇빛을 잘 가려주는 숲속으로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기 때문에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망경산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정상에 도착하면 '어! 벌써 왔나?' 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묘한 길이다. 어떻게 같은 산에 이렇게 다른 길이 있나 싶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주면 금상첨화겠는데 오늘은 그런 행운까지는 없다.


<완만한 등산로>


<대개 고운 편마암 풍화토가 덮여 있는데 가끔 이렇게 암괴가 드러나 있다>



▶ 망경산 정상 막걸리


  망경산에 갈때면 은근히 기대되는 것이 바로 막걸리다. 광덕산 정상과는 달리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인데도 꾿꾿하게 자리를 지키는 망경산 막걸리 아저씨는 그래서 그런지 매니아틱한 단골들이 많다. 땀을 흘리며 올라가는 중에도 간간이 막걸리가 떠오르면서 은근한 힘이 된다.

  그런데,

  막걸리가 없다. 여나믄 명 남녀가 먼저 와서 자리를 잡고 왁자하게 떠들고 있는데 얼큰한 것이 벌써 막걸리 재고 처리를 끝낸 것이다. '휴일에는 좀 많이 갖다 노으시라'고 실없이 지청구도 아닌 지청구를 하고 있는데 얼큰한 팀에서 재고 처리 직전의 막걸리 한 병이 나온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산행의 맛은 이런 것이다.

  막걸리아저씨는 땡처리를 끝내고 짐을 싸고 있었는데 한 병이 반환되는 바람에 배낭에 넣었던 고추장과 멸치를 다시 꺼내 놓는다. 딱 한 잔! 산에서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적당한 양이다. 고니가 캔 맥주 큰 거를 하나 들고 와서 부족한 1%를 채워준다. 역쉬~~


<망경산에서 바라본 천안 불당동 일대와 배방 장재리 일대. 연무에 가려 아쉽다. 고추잠자리가 렌즈에 낀 먼지처럼 떠있다>


<망경산 정상에 있는 나무의 특이한 열매. 한약재로도 쓰인다는 이 열매는 무슨 열매일까? 막걸리아저씨도 이름을 모른다>



▶ 낙오


  내려가는 길에 오른쪽 무릎 뒷 오금에 은근한 통증이 온다. 장고개까지 오르막이 있고 그 다음에 제법 긴 내리막이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냥 임도로 내려가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행들은 원래 계획했던 코스로 가고 나 혼자 옆길로 새서 임도까지 짧은 하산로로 내려간 다음 좀 기다렸다가 돌아오는 일행들과 합류할 생각이었다.

  앞서 가시던 회장님께 고했더니 맨 앞에 가시던 근부샘께서 매우 빠른 반응을 보이시면서 되돌아 내려오신다. 그냥 가시라고 떠밀어도 막무가내, 결국 근부샘, 천규샘이 자발적 낙오를 해주셔서 셋이서 장고개 코스를 생략하고 임도로 내려왔다. 이 구간의 임도는 커다란 나무 숲으로 덮여 있어서 근부샘 표현을 빌면 문경새재가 부럽지 않다.


<망경산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는 길도 급경사면이다>


<망경산에서 내려가는 급경사면에 나무뿌리가 드러나서 계단 모양이 되었다. 침식의 결과로 드러난 뿌리가 침식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고마워 해야 하나, 미안해 해야 하나?>



<망경산에서 광덕산 쪽으로 능선을 타고 가다보면 능선 양쪽에 이런 급경사면이 발달한다>


<낙오하여 당도한 임도는 숲으로 덮여있어서 문경새재길 부럽지 않다>



▶ 여름꽃은 왜 화려하지 않을까?


  '꽃'은 '봄'과 어울린다.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가 울긋불긋 꽃대궐을 이루는 것이 봄이라면 여름은 짙은 녹색의 잎이 상징이다. 하지만 산행을 하면서 보면 의외로 여름꽃이 많다. 그것이 눈에 잘 띄지 않아서 그렇지 눈여겨 보면 여름꽃도 봄꽃 못지 않게 종류가 많다.

  왜 그럴까? 왜 여름꽃은 봄꽃처럼 화려하지 않은 것일까?

  당연히 답은 모른다. 벌, 나비를 굳이 유혹하지 않아도 될만큼 자연 환경이 좋다는 뜻일까? 꽃이 늦게 핀다는 것은 봄꽃들에 비해 열매를 완성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뜻일 것 같은데 그것과도 관련이 있을까?

  50mm 표준렌즈를 들고 산행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유는 없다. 그냥 광각이 아니라 내 눈과 똑같은 크기로 풍경을 찍어보면 어떨까 하는 뜬금없는 생각 때문이었다. 덕분에 전경보다는 근경이 많아졌다. 지리학도의 강박감을 버리고 접사까지는 아니지만 등산로와 임도 주변의 꽃들, 풀들, 벌레들을 찍어본다.


<여름꽃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꽃은 원추리다. 대개 군락을 이루기보다는 이렇게 독립군으로 핀다>


<이건 무슨 나무 열매? 먹는 열매는 아닌 것 같은데 되게 많다>


<이 꽃이 지천이다>


<임도 옆 척박한 자갈밭에 망초 한 그루가 서있다. 천대받는 망초지만 역경을 이긴 것 같아 낙락장송 못지않아 보인다>


<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고사리 역시 장하다>


<참나무잎시들음병 방제용 테잎인데 왜 느티나무에?>

☞ Click! 소나무 무덤, 참나무 포대기: 환경 차별 대우 http://blog.daum.net/lovegeo/6780787


<여름꽃 가운데 가장 향기가 강한 녀석은 칡꽃이 아닐까?>


<참나무들이 열매를 만들기 시작하면 어김없이 거위벌레가 활동을 개시한다. 거위벌레들이 알을 낳고 잘라서 떨어뜨린 도토리 열매>


<바랭이풀. 미국천사벌레가 붙어 있는데 초점이 잘 안 맞았다>


<무당벌레 종류인 것 같은데 정확한 이름은 모른다>


<역시 이름을 알 수 없는 꽃. 직무유기같지만…>


<이건 무슨 나무더라…?>


<이제서야 꽃씨를 날리는 민들레도 있다>


<임도에서 바라본 수철리. 인기있는 전원주택단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