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문화 역사

택리지, 전라도에 대한 박한 평가 뒤집은 황상의 필사본

Geotopia 2018. 12. 23. 10:55

▣ 조선 최고의 인문지리서 <擇里志>

 

  <擇里志>는 청담(淸潭) 이중환(1690∼1756)이 1751년 세상에 내놓은 인문지리서로 이본(異本)만 200여 종에 달하는 조선 후기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다. 당시에는 필사(筆寫) 외에는 책을 소장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으므로 좋은 책들은 필사가 널리 이루어졌는데 고전을 제외하고 이처럼 많은 이본이 전하는 책은 흔치 않다.

  원본을 그대로 필사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이본들은 필사자의 지식과 견해가 가미되는 경우가 많았다. <택리지> 필사본들이 다양한 제목으로 바뀌어 전하는 이유도 그러한 관행 때문이었다.

 

택리지 http://blog.daum.net/lovegeo/6780038

 

▣ 西人의 텃밭 충청도 태생의 南人 이중환

 

  <택리지>는 당색이 남인이었으며 당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관직을 잃은 지식인이었던 이중환이 지었으므로 당연히 그의 정치적 입장과 견해가 반영되어 있다. '八道總論'에 그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데 남인들의 지역적 토대였던 영남을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표현한 것에서 그의 견해를 엿볼 수 있다. 반대로 경기, 호남, 해서, 관북 등 대부분 지역에 대해서 부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심지어는 자신의 고향이었던 충청도 조차 '세도와 재리만을 좇는다'고 혹평하고 있다. 충청도가 고향이었으나 자신의 고향은 기호 서인들의 세력 근거지로서 자신의 정치적 입장과 반대되는 곳이었다. 고향은 정치적 반대파들이 득실거리고 반대로 자신과 정치적 입장이 같은 영남은 타향이었으니 그가 머물러 살만한 곳을 찾기가 얼마나 고단하였을지 짐작이 된다.

  '卜居總論'의 '人心'條에서는 조선의 당쟁사를 자세히 다루었다. 이 역시 '사대부의 살만한 곳'이 정치적 입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보았던 이중환의 입장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인심', 즉 '남의 처지를 헤아려 주고 도와주는 마음'이 당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인심조에서 이중환은 '당색이 같은 곳에 살아야 삶이 편안함'을 설파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남인 세력이 결집하고 있었던 영남이 '살만한 곳'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당색에 따라 좌우되는 인심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오죽하면 사대부가 없는 곳에 가서 문을 걸어 잠그고 사는 것이 가장 낫다고 했을까?

 

▣ 이중환의 견해에 대한 이견이 담긴 異本

 

 

[황상이 필사한 택리지  *자료: 연합뉴스 2018.12.23]

 

  치원(

巵園) 황상(黃裳, 

1788∼1863)이 필사한 <택리지>는 이중환 <택리지>와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 일반적인 <택리지>는 '팔도총론'이 앞에 나오고 '복거총론'이 뒤에 나오지만, 황상은 복거론을 먼저 쓰고 팔도론을 뒤에 붙였다. 아울러 팔도론 순서도 국토 변방에서 중심으로 서술한 이중환 체계를 부정하고, 경기도부터 외곽으로 서술해 나가는 방식을 택했다. 황상은 "전라도의 풍속을 두고 세상에서는 속이고 경박하다고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겠다. (중략) 예로부터 절의를 지킨 선비가 많았기 때문에 그 풍속이 또 호협하고 기개를 숭상한다"고 반박했다. 반면에 영남에 대해서는 "사람이 뻣뻣하고 사나우며 남에게 돈 한 푼 내주지 않는 인색한 기질"이라고 설명하였다.

 

☞ 관련 기사 https://www.yna.co.kr/view/AKR20181222042700005?section=search(전라도에 대한 박한 평가 뒤집은 택리지 필사본 발굴, 연합뉴스 2018.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