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질구조: 선캄브리아기 지층, 고생대층, 쥬라기 화강암
지질구조는 지형의 밑그림이다. 비산비야(非山非野)로 잘 표현이 되는 태안반도의 지형 특성은 기본적으로 지질구조와 관련이 있다. 태안반도의 지질구조는 상당히 복잡한 편이지만 기본을 이루는 암석은 선캄브리아기 변성암과 중생대 쥬라기 화강암류이다. 시원생대에 만들어진 땅을 화강암이 관입한 전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지질구조는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 나타나는 거의 전형적인 구조라고 볼 수 있다. 선캄브리아기에 만들어진 땅은 적어도 6억년 이상 침식을 받았기 때문에 기복이 작은 구릉지를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일대의 지질구조에서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남면반도와 안면도 일대에 고생대 퇴적암이 분포한다는 점인데 이 퇴적암은 선캄브리아기 변성암 지대를 피복하였다(최근까지도 안면도는 선캄브리아기 편암류 분포지역으로 분류되어 왔었다). 우리나라의 고생대층은 평남지향사, 옥천지향사 등 주요 지향사와 그 주변에 집중적으로 분포하는데 안면도는 지향사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다. 대부분 심해저에서 퇴적된 것으로 보이는 해성층으로 형성 환경은 주요 지향사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석회암 계열보다는 사암, 이암 등이 주로 나타난다.
또한 이 일대는 다양한 방향으로 단층선이 발달하고 있는데 특히 서북부(근흥, 소원, 이원 일대) 변성암 지대에서 두드러진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많은 지각운동을 받은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그 결과 풍화가 매우 진전되어 침식량이 많다.
이와 같은 지질구조적 특징은 기복이 적은 구릉성 지형이 발달하는 원인이 되었다.
▣ 지형: 非山非野
선캄브리아기 변성암을 화강암이 관입한 지질 구조는 한반도에 아주 흔하게 나타난다. 이 경우 관입한 화강암이 차별침식을 받아 침식분지가 형성되는데 한반도에서는 그 예가 아주 흔하다. 그런데 침식분지는 대부분 하천의 중상류 지역에 분포한다. 선캄브리아기 변성암이 배후 산지를 이루기 위해서는 적당히 융기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신생대 제3기에 일어난 경동성 요곡운동으로 동쪽에 치우쳐 융기했기 때문에 침식분지는 주로 한반도의 중부에서 동부지역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태안반도는 한반도의 서쪽 끝에 있어 기본적인 융기량이 작다. 게다가 후빙기에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저지대를 모두 침수시켜서 해발고도가 매우 낮다. 이러한 지형 구조에서는 화강암이 심층풍화가 되어도 깊이 침식이 될 수 없기 때문에 편마암 지역과 화강암 지역의 고도차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다. 이 일대에서는 오히려 노출된 화강암이 산지를 이루는 경우가 많다. 오랜 세월 침식의 결과로 만들어진 낮고 평평한 구릉성 지형, 즉 비산비야(非山非野) 지형이 발달하게 된 원인이다.
▣ 산줄기: 금북정맥에서 갈라진 말단부 산지
태안반도는 충남 서부지역을 동서로 관통하는 산줄기의 말단부에 해당한다. 이 산줄기는 금북정맥의 백월산(570m, 청양군 남양면)에서 갈라져 충남 서부지역의 중심에 자리를 잡은 가야산(677m)을 거쳐 서산의 팔봉산(362m), 태안의 백화산(284m)으로 이어진 다음 사방으로 지맥이 뻗어 나가서 서해에서 끝을 맺는다.
이들 지맥은 서쪽은 근흥반도(지영산,218m)와 소원반도(대소산, 221m), 북쪽으로는 이북반도(국사봉, 205m), 남쪽으로는 남면반도와 안면도(국사봉, 109m) 등이다. 서산의 팔봉산에서 갈라진 지맥까지 포함하면 팔봉산 북쪽의 대산반도(망일산, 302m)와 남쪽의 부석반도(도비산, 351m) 등 수많은 반도들이 사방을 뻗어나가 충남 서쪽 말단부를 이루고 있다.
▣ 리아스식 해안: 817km나 되는 해안선
이들 반도들은 돌출한 거리에 비례하는 깊은 만을 형성하여 해안선의 굴곡이 매우 심하고 연해에 많은 섬들이 발달하는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다. 해안선의 길이가 무려 817km에 달하며 최대 조차가 8.7m에 이른다. 리아스식 해안이며 조차가 크기 때문에 간석지가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으나 반도의 폭이 좁고 하천이 짧아서 해안에 공급되는 물질이 미세한 점토질 보다는 고운 사질토에 가깝다. 그래서 백사장을 이루는 퇴적물질이 미립질인 독특한 형태의 백사장이 발달한다.
반면에 가로림만, 천수만 등 넓은 만의 안쪽은 강한 파도 에너지가 미치지 못하면서 사방에서 많은 물질들이 공급되기 때문에 갯벌이 넓게 발달하였다. 이러한 환경은 일찍부터 대규모 간척 사업이 이루어지는 배경이 되었다.
▣ 좁은 경지, 밭농사 발달
좁은 반도가 사방으로 뻗어 있어서 경지가 좁고 불연속적이다. 작은 만이나 곡저지 등이 논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산록이나 구릉지는 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서산간척지(부남호)가 만들어지면서 논의 면적이 크게 늘었지만(논 104.14㎢, 밭 48.25㎢, 2012 현재) 전통적으로 논의 발달이 미약했던 지역이었다. '墾田 2,985결, 水田 7분지2'(「세종실록」), '田 3101결, 답1,467결'(「대동지지」, 김정호) 등의 기록을 보면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 논보다는 밭이 많았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약초, 담배, 콩, 고추, 마늘, 생강, 인삼, 과수 등 밭작물이 많이 생산된다.
▣ 기후 특징: 동위도의 내륙보다 기온이 높다
천리포수목원에는 '카피라라이스분홍쥐꼬리새풀'이라는 긴 이름의 풀이 자란다. 처음 봤을 때 낯설고 긴 이름도 매력적이었지만 흔히 볼 수 없는 다홍의 물결은 정말 멋졌다. 외떡잎 식물인 억새풀의 일종이니 꽃 자체가 아름답기는 어렵지만 무더기로 피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이 얼마나 매력적이었는지 모른다. 그 아름다움에 취해 모종을 사왔다. 포트에 딱 한 그루가 들어있는 볼품없는 모종을 사면서 화분 가득 새끼를 쳐서 하늘 거리는 모습을 상상했었다. 그런데 판매를 하는 직원이 집이 어딘지를 물었다. '아산'이라고 대답을 했더니 '잘 살지 모르겠다'고 걱정을 했다. 중국에서 수입한 종인데 추위에 약하다며 천리포에서는 잘 자라지만 내륙으로 가면 어떨지 모르겠다는 얘기였다. 혹시 실패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사다가 집에 심었다. 그런데 그만 그해 겨울에 얼어죽고 말았다. 봄이 되어 새싹이 나오기를 따뜻한 5월까지 기다렸지만 끝내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아산시 1월 평균 기온은 대부분 지역에서 -3℃ 미만이다. 반면에 태안군은 모두 -2℃를 넘는다. 적어도 1℃~2℃ 정도 태안지역의 겨울 기온이 높다. 태안과 아산은 위도가 비슷하지만 아산이 내륙 쪽에 있어서 겨울 기온이 낮다. 아산도 바다를 접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산만 안쪽이어서 태안 만큼 바다의 영향을 많이 받지 못한다. 서해안에 인접한 태안은 동해안에 비해서는 겨울 기온이 낮지만 내륙지역에 비해서는 높다.
▣ 강수량이 적다
태안군은 충청남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적다. 해안에 인접하여 습도가 높지만 높은 산이 없어 상승 기류를 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충청남도 강수 특성 중에 하나는 겨울 강설량이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최근 충청남도의 폭설 피해액이 증가하고 있는데 서해안 일대가 특히 피해가 크다. 그 이유는 온난화와 관련이 있다. 서해바다의 기온이 상승하면서 서해를 통과하는 겨울 북서풍이 수증기를 함유하는 양이 증가하며 수분을 많이 함유한 바람이 바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온이 낮은 육지에 도착하면서 급격히 응결하여 눈을 내린다. 전통적으로 호남 해안에서 일어났던 현상이지만 최근 충남 서해안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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