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다. 이 녀석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때가. 갑자기 나타났을리는 없으니 아마 그동안에는 개체 수가 많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런데 작년부터 내 눈에 띄기 시작했다. 하천변 벚나무 길 양쪽에 서있는 벚나무 잎을 아작내는 꼴을 작년 가을에 처음 봤다. 뽕나무잎도 이 녀석들이 좋아하는 먹잇감인 것 같다.
감나무 잎도 갉아 먹고,심지어는 화초도 갉아 먹는 장면을 작년에 갑자기 볼 수 있었다. 모든 나무를 좋아하지는 않는 모양인지 호두나무는 조금 건드리고 말았다. 호두는 겉 껍질이 약간 독성이 있는데 잎도 아마 냄새가 나거나 독성이 있는 모양이다.
한번 눈에 뜨이기 시작하니까 눈에 익어서 자꾸 보였다.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알을 낳는 듯하다. 찾아보니 500~600개를 낳는단다. 나뭇잎을 살짝 말듯이 구부려서 거미줄 같은 막을 치고 그 안에 알을 낳는다. 부화한 새끼들이 주머니 같이 생긴 그 잎 속을 가득 채우고 꼬물대는 장면은 여간 징그럽지 않다. 6~7월 경에는 이런 상태를 유지하다가 7~8월 경에 주머니를 빠져나와서 나무 전체로 퍼져 잎을 갉아 먹는다. 얼마나 식성이 좋은지 커다란 나무 하나가 하루 이틀 사이에 초토화 된다. 한여름에 잎이 하나도 없는 앙상한 나무를 보는 느낌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한 나무를 초토화 시키고도 부족하면 나무를 내려와서 다른 나무로 이동하기도 하는 독종이며 그 마져도 어려우면 초본류까지도 먹어치운다.
그런데 얼마 후에 다시 가보니 더욱 괴기스런 일이 벌어졌다. 벚꽃이 핀 것이다. 9월에 벚꽃이라니· · ·
잎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완전 초토화를 시켰기 때문에 나무의 입장에서는 가을이 깊어서 낙엽이 떨어진 것과 같은 상황이 되었다. 이제 봄을 준비해야 하는데 날씨가 따뜻하다. 당연히 잎을 피우기 전에 꽃을 피워야 하는 것이 벚꽃의 생리이다. 하지만 뭔가 정상적이진 않다. 추운 겨울이 생략되었고, 날씨도 너무 따뜻하다. 꽃이 피우기는 피웠지만 봄처럼 풍성하게 피울 수가 없다. 가을에 보는 엉성한 벚꽃, 아름답기는 커녕 괴기스런 이유이다.
유전자 변이로 동식물 간의 유전자 교환이 일어나는 괴이한 상황을 그린 영화를 본적이 있다. 벌레가 생태를 변화시키는 것과는 종류가 많이 다르지만 자꾸 오버랩이 된다. 환경 변화가 일으킨 일이라는 점에서 같은 맥락도 없지 않다. 황소개구리가 토착화되면서 가물치나 메기 등의 토종들이 천적으로 변화한 것처럼 언젠가는 토종 중에 이 벌레들을 먹이로 삼는 동물이 생길 것이다. 하지만 황소개구리의 예로 본다면 그 기간이 이삼십 년은 필요하다. 동물들이 의외로 입맛이 까다로운 모양이다. 새로운 것을 잘 먹지 않는 것을 보면. 일례로 아직도 물 속은 베스 천하이다. 그런데 어째서 이민을 온 녀석들은 토종을 가리지 않고 먹어치운단 말인가? 침략자의 본성인가?
새들이 이 녀석들을 먹기 시작하면 엄청나게 포식을 할텐데· · · 날아가는 새들을 붙잡아서 알려주고 싶다.
☞ 미국흰불나방 애벌레
'땅과 사람들 > 지리 시사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WTO,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 불가 적법하다' 판정 (0) | 2019.04.13 |
---|---|
해수면 위로 새 땅 솟아올라.. 인도네시아 화산 (0) | 2019.01.13 |
일자리 많은 동네, 아이들 웃음소리 컸다 (0) | 2018.10.06 |
누벨 칼레도니 독립 투표 (0) | 2018.10.05 |
19호 태풍 솔릭(Soulik) 이야기: 후지와라효과, 갑자기 소멸한 이유 등등 (0) | 2018.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