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지리 시사자료

WTO,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 불가 적법하다' 판정

Geotopia 2019. 4. 13. 12:41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처가 WTO의 규정을 위반했다고?


  먹거리를 스스로 선택할 권리가 없다면 주권국가의 수치다. 그런데 우리는 자칫하면 일본 후쿠시마 산 수산물을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식탁에 올릴 뻔 했다.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방사능 오염 가능성의 매우 높은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우리의 수입 정책에 일본은 WTO조항을 들이대며 수입을 종용해왔다. 일본산이 더 위험하다는 증거가 없는데도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다른 수입국과 차별적인 조치라는 주장이었다. 어이없게도 이 억지 주장에 WTO는 2018년 2월 1심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었다. 수입을 금지한 당사국이 그 위험성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수입을 허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와 차별적인 조치가 된다는 것이 WTO의 법논리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후쿠시마 산 수산물의 위험성을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 어찌하여 이런 어이없는 일이?


 어찌하여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을까?

  2014년 9월 우리 정부는 '일본 방사능 안전 관리 민간 전문 위원회'를 꾸려서 일본 현지 조사에 나섰다. 하지만 이 전문 위원회는 심층수나 해저토양 조사 등 심층 조사를 전혀하지 않았고 일본 측이 제공한 수산물 7건만 조사하고 말았다(JTBC, 2018.2.12, https://youtu.be/uWKZMhtMPdI). 결국 한국은 최종 보고서를 끝내지 못해서 'WTO분쟁 해결 기구'에 후쿠시마 산 수산물의 위험성을 증명하는 설득력있는 의견을 내지 못했다. 의견을 내지 않은 재판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즉, 반드시 패소하도록 되어 있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콕 집어서' 제소한 이유는?


  일본이 우리나라만을 꼭 찝어 제소한 이유를 짐작할만 하다. 당시 많은 나라들이 우리나라와 같은 조치를 취했고, 따라서 조사단이 일본에 파견되었다. 각자 나름의 방식으로 조사를 수행했을텐데 우리 대표단처럼 일본 정부가 제공한 수산물 일곱 건만 조사하고 철수한 나라가 과연 있었을까? 우리 정부의 이런 무성의한 태도를 보고 일본은 우리를 이길 수 있으리라 판단한 것이다.

  현재 전세계 51개국이 후쿠시마 산 수산물 수입을 규제(전면 금지는 19개국)하고 있다. 2018년 패소 당시에는 24개국이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수입금지조처를 법적으로 해소한 다음 이를 점차 다른 나라에 확대해 나갈 계획을 하고 있었다. 즉, 우리나라를 매우 우습게 본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난 것은 2011년 3월이고 우리 나라 정부가 수입 금지 조처를 내린 것은 2013년이다. '일본 방사능 안전 관리 민간 전문 위원회'가 일본에 간 것은 2014년이며,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를 WTO에 제소한 것은 2015년이다. 그리고 2018년에 1심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책임감과 전문성을 갖춘 조사단이 파견되었다면 충분히 자료를 모아 우리에게 유리한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

  WTO 심의 결과는 일본의 기대에 정확하게 부응을 했다. '얍쌉한 일본'이라고 욕이 절로 나오지만 정부가 국민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무원칙한 국정을 운영하던 당시 상황을 떠올리면 필연적인 귀결이었다고 생각된다.


▶ 기적? 원칙일 뿐이다.


  천만 다행으로 1심 패소 이후 능력과 책임감을 갖춘 전문가들로 대응팀을 꾸려 1년간 치밀한 준비를 했다. 그 결과 패색이 짙었던 항소심(최종심)을 승리로 이끄는 기적을 이룩했다. 원전 사고에 따른 위험성을 부각시킴으로써 WTO의 인정을 받은 것이다. 간단한 기본 원칙을 고수한 것일 뿐 따지고 보면 '기적'이라는 말은 어패가 있다. 오히려 1심 패배가 기적이라면 모를까.

  지금도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가 바다로 계속 흘러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도 후쿠시마 인근 8개 현(후쿠시마, 미야기, 이와테, 이바라키, 아오모리, 지바, 군마, 도치기)의 모든 수산물은 수입이 금지되며 미량이라도 방사능 물질이 나오면 추가'로 수입 금지 조치를 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