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2018.7.30]
2018년 12호 태풍 종다리, 이 녀석은 상식적인 태풍의 경로와는 전혀 다르게 움직여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시아 동쪽에 자리잡은 강력한 고기압 때문이라고 알려졌지만 워낙 경로가 특이해서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태풍은 서태평양의 적도 북쪽에서 발생해서 북서쪽으로 이동한다. 북서쪽으로 이동하는 이유는 무역풍 때문이다. 지구 자전에 의한 전향력으로 태풍은 반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서 서서히 북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북동쪽에서 불어오는 무역풍에 밀려 서쪽으로 방향이 꺾이는 것이다.
☞태풍의 특징 http://blog.daum.net/lovegeo/6779863
12호 태풍 종다리는 북위 20도 부근에서 뒤늦게 태풍으로 진화했다. 대부분의 태풍이 필리핀 동쪽 북위 10도~20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에 비춰보면 종다리는 평균보다 약간 늦게 형성된 태풍이다. 발생 초기에는 잠시 정상적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발생한지 몇 시간만에 진로를 바꿔 북동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무역풍의 북쪽 경계인 북위30도까지 완벽하게 무역풍을 거스르는 방향으로 이동하더니 북위30도 부근에서는 반대로 북서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 구간은 편서풍의 영향권이기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북동쪽으로 태풍의 진로가 바뀐다. 그러니까 종다리는 일반적인 태풍과 완전히 반대의 경로로 이동했다고 볼 수 있다. 무역풍 구간에서는 북동쪽으로, 편서풍 구간에서는 북서쪽으로…
[12호 태풍 종다리 이동 경로]
이런 현상은 정말 희귀한 현상이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이렇게 이동한 태풍은 없다. 허리케인으로 출발해서 태풍으로 바뀐 경우는 있었지만 무역풍과 편서풍을 완전히 거스르는 태풍은 만났던 기억이 없다.
☞ 허리케인에서 태풍으로 변한 바람 http://blog.daum.net/lovegeo/6780249
[12호 태풍 종다리 발생 당시(2018.7.26. 09:00 일기도. 남중국해와 대한해협에 강력한 고기압이 발달하고 있다. *자료: 기상청]
위의 일기도를 보면 약간은 이해가 된다. 현재 동아시아 일대를 찜통으로 만들어놓은 고기압이 여러 개 보인다. 이들 고기압에서 불어 나오는 바람이 태풍의 이동을 방해했다고 볼 수 있다. 즉, 원래 가야할 방향이었던 북서쪽(남중국해)에 고기압이 버티고 있었으므로 태풍이 이 고기압에 밀려 북동쪽으로 이동했던 것이다.
[2018.7.27. 21:00. 앞서서 북동진하던 11호태풍 우쿵이 소멸하고 그 자리에 강력한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있다. *자료: 기상청]
7월28일 새벽, 태풍이 북위30도를 넘으면서 방향이 북서쪽으로 바뀌었다. 위 일기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북태평양에 강력한 고기압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위세에 눌려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래서 종다리는 이례적으로 일본 혼슈 중부를 북서쪽으로 관통해서 동해로 이동했다. 하지만 북태평양에 중심을 둔 강력한 고기압이 동해로 확장하면서 종다리는 남서 방향이라는 태풍 최대의 굴욕을 당하면서 소멸했다. 일본 본토를 통과하면서 수분 공급이 끊겼기 때문에 더이상 세력을 유지할 수 없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더 쉽게 북태평양 고기압에 밀렸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12호태풍 종다리가 한반도의 무더위를 식혀주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다. 하지만 종다리는 무더위를 식혀주기는 커녕 한반도를 지배하고 있던 강력한 고기압에게 밀려나는 굴욕을 맛봐야 했다.
'땅과 사람들 > 지리 시사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벨 칼레도니 독립 투표 (0) | 2018.10.05 |
---|---|
19호 태풍 솔릭(Soulik) 이야기: 후지와라효과, 갑자기 소멸한 이유 등등 (0) | 2018.09.18 |
타일랜드 동굴에 갇힌 소년들: 석회동굴의 비밀 (0) | 2018.07.05 |
쌍독수리 세레머니: 코소보 독립의 꿈 (0) | 2018.06.25 |
[링크]How India’s Fishermen Turn Ocean Plastic Into Roads (0) | 2018.06.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