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지리 시사자료

타일랜드 동굴에 갇힌 소년들: 석회동굴의 비밀

Geotopia 2018. 7. 5. 14:30

◆ 동굴에 갇힌 이유, 찾았지만 구하지 못하는 이유


  2018년 6월 23일 타일랜드 치앙라이에서 12명의 축구 소년들과 코치가 관광지로 유명한 동굴에 들어갔다가 실종이 되었다. '탐 루엉'이라는 긴 동굴이다. 그런데 아무리 긴 동굴이라고 하더라도 13명이나 되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는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며칠 후 이들이 모두 안전하게 생존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무려 열흘이 지난 7월3일이었다.

 

  얼핏 잘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다.

  어떻게 길을 잃었을까, 열흘이나 발견이 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생존할 수 있었을까? 왜 발견되자 마자 구조되지 않는 것일까?…

 

  이 동굴이 '석회동굴'이라는 사실이 이 모든 의문에 대한 중요한 힌트이다.


[치앙라이와 탐루엉동굴의 지리적 위치 *Google earth]


◆ 탐루엉: 도이낭논(Doi Nang Non)산 기슭의 석회동굴


  이 동굴이 있는 치앙라이주는 타일랜드 북부의 미얀마 접경 지대에 위치하는 주이다. 다엔라오(Daen Lao)산맥이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뻗어 있는데 이 산맥 주변은 대부분 석회암 지대이다. 수많은 폭포와 동굴들이 분포하는 이 일대는 '탐루엉-쿤남낭논 삼림 공원(Tham Luang-Khun Nam Nang Non Forest Park)'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이 가운데 도이낭논(Doi Nang Non)산이 잘 알려져 있다. '잠자는 여인'이라는 뜻의 이 산은 멀리서 보면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굴곡이 큰 석회암 산지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도이낭논(Doi Nang Non)산. 카르스트 준평원(Hum) 뒷편으로 누워있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산을 볼 수 있다 *자료: Wikipedia]


  탐루엉(Tham Luang, อุทยานถ้ำหลวง-ขุนน้ำนางนอน) 동굴은 도이낭논산의 북쪽 기슭에 자리잡고 있는데 '큰 동굴'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길이가 10km에 이르는 긴 동굴로 이 지역의 대표적인 석회동굴이다. 석회동굴은 싱크홀(Sink hole)로 스며든 빗물이 지하의 석회암을 용식시켜 만들어지기 때문에 굴곡과 넓이의 변화가 매우 심하고 내부 구조가 복잡하다. 물의 흐름, 절리 발달 정도, 절리의 방향, 탄산칼슘의 농도 등 다양한 변수가 용식의 정도와 방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탐루엉동굴 안내판 *자료: Google earth]


[탐루엉동굴 내부 *자료: Google earth]


[탐루엉동굴 내부 *Google earth]


◆ 싱크홀로 스며든 물이 동굴 내부 저지대를 가득 채웠다


  소년들이 실종된 이유는 우선 굴곡이 심하게 차이가 나는 석회암 동굴의 특징 때문이다. 아래 단면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소년들이 이동한 구간은 표고차 5m 이상의 굴곡이 있다. 소년들이 들어갈 당시에는 동굴 내부에 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오르락 내리락 트레킹 하듯이 걸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소년들이 동굴 내부로 깊숙히 들어간 이후로 갑자기 폭우가 내렸다. 싱크홀을 통해 물이 스며들어야만 만들어지는 것이 석회동굴이므로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많은 양의 물이 동굴 안으로 흘러들었다. 우기에 해당하여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동굴 내부의 낮은 부분은 순식간에 물에 잠기고 말았다. 걸어서 들어갈 정도였던 개울이 깊이 5m나 되는 깊은 물로 변해버렸다. 뿐만 아니라 높이가 낮은 구간은 아예 빈공간이 전혀 없이 물로 채워졌다. 도저히 빠져 나올 수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수색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여러 통로를 수색해야 하므로 확률이 낮은 매우 힘이 드는 과정인데 더욱이 잠수 장비를 동원해야만 하는 매우 위험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또한 상당 구간이 물로 완전히 차단이 되었기 때문에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고 발자국이나 소지품 등 자취를 찾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다.


◆ 당장 빠져나올 수 없는 이유: 기복이 심한 석회동굴+열대몬순기후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구출이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 일대의 기후는 열대몬순기후(Am)인데 우기가 보통 5월~10월 사이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는 동굴 안으로 흘러드는 물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기후적으로 매우 악조건인데다 기복이 심한 석회동굴의 특징이 구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동굴이 좌우로 만 굴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하로도 심하게 굴곡이 져 있고 또한 표고차가 크기 때문이다. 위에 언급한 수색이 어려웠던 조건과 같은 이유인데 많은 구간이 물에 잠겨 있으므로 잠수하지 않고는 이곳을 빠져나올 수가 없다. 잠수에 능숙한 전문가들이 수색에 참여 했음에도 열흘이 걸렸다. 그런데 소년들은 수영과 잠수에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태이다. 당연히 구출이 수색보다 훨씬 어려울 수밖에 없다.


    

[생존이 확인 된 후 공개된 영상 *CNN 뉴스]


◆ 희망은 있다, 석회동굴이므로


  천만다행인 것은 동굴 안에 물이 있고 공기가 통한다는 점이다. 싱크홀로는 물만 스며드는 것이 아니라 공기도 유통이 되기 때문에 생존자들이 질식하거나 갈증에 시달릴 염려는 없다. 모두 석회동굴의 특징이다.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있고 음식물을 전달할 수 있으므로 최악의 경우에는 몇 달까지도 버틸 수 있다. 여러 명이 함께 있고 천진난만한 소년들이라는 사실도 희망을 크게 한다.

  당국은 배수펌프를 동원해 시간당 1천600만ℓ씩 물을 퍼내고 있다고 한다. 비가 더 내리지만 않는다면 시간당 1㎝씩 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소년들에게 잠수 기술도 가르치고 있다고 한다. 생존의 기적을 이뤘으니 곧 구출이 될 것이다. 멀리서 소년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현지 신문에 실린 동굴 내부 구조 *Bangkok post]


[일간 더 네이션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