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장마는 엑스맨…뇌우 동반한 미국형 돌연변이 집중호우
한반도 여름의 특징인 긴 장마는 기단들 합종연횡이 빚어낸 결과. 얕은 구름에 조용한 ‘온난형 호우’
올핸 높은 구름 ‘한랭형 호우’ 활개. 청주 폭우 주범도 뾰족한 당근구름
최근엔 휴지기에도 많은 비 내려 “장마 대신 우기로” 주장 있지만 “우기·건기 나누기엔 아직 미약”
일반적으로 호우는 구름 키가 10~20㎞로 자라면 구름 꼭대기 온도(운정온도)가 낮아져 빙정이 생기고, 이 빙정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큰 빗방울을 만들어 발생한다(한랭형 강우). 그런데 한반도에서는 여름철 북태평양고기압 주변을 통해 공급되는 수증기가 5㎞ 이하의 거의 물로만 이뤄진 낮은 구름을 형성함에도 큰비가 쏟아진다(온난형 강우). 마치 물을 잔뜩 머금은 스펀지에 물을 더 부으면 주르륵 쏟아지듯이 ‘저절로’ 비가 내린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손 교수 연구팀이 위도가 비슷한 한국 남부지역과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15년 동안 여름철 강우를 비교해 미국 기상학회 <기상월보>에 보고한 논문을 보면, 한국의 시간당 40㎜ 이상의 큰비 가운데 구름 높이가 10㎞ 이상인 경우는 21%에 불과한 반면 미국은 71%에 이르렀다. 평균적으로 한국의 호우 구름 높이는 8.6㎞인 데 비해 미국은 11.4㎞였다. 평균 운정온도도 한국은 영하 55도인 반면 미국은 영하 103도에 이르렀다. 손 교수는 “우리나라 장마철 호우는 천둥·번개도 동반하지 않은 채 줄기차게 오는 형태가 많다.
<충북 청주시에 최악의 폭우가 내렸던 2017년 7월16일 오전 9시 일기도>
하지만 올해 중부지방 폭우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비가 집중되는 한랭형 강우 특징을 보였다. 이용희 기상청 수치자료응용과장은 “높이가 작은 구름은 스스로 비를 만들지 못해 상승기류(바람)가 생기는 등 부력이 작동해야 비를 내린다. 상승 에너지의 생성과 해소가 반복되기 때문에 장마철에 비가 단속적으로 계속되는 특징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장마는 여느 해와 달리 한랭형 강우 구조를 보였다”고 말했다.
☞ 전체 기사 http://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807586.html <한겨레신문. 2017.8.21>
☞ 기상청이 장마 예보를 안 하는 이유
기상청이 공식적으로 장마 예보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때가 2008년이다. 그 이후, 즉 2009년부터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과 끝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유는 장마의 시작과 끝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2008년 기상청은 관행대로 장마의 시작을 예보했다. 하지만 국지성 호우 등으로 장마가 끝나는 시기가 모호해서 결국 장마 종료 예보를 포기하고 말았다.
이런 결정은 사실 갑작스런 일은 아니었다. 그 전 해였던 2007년 기상청은 7월 25일을 장마 종료일로 공식발표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장마 기간보다도 더 많은 비가 내렸다. 예보를 무색하게 한 이러한 기상 현상은 온난화와 함께 해마다 반복이 되고 있다.
그러면 장마가 공식적으로 우리나라 기후에서 사라진 것일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위의 일기도에서 볼 수 있는 것 처럼 장마 전선은 지금도 여전히 6월~7월 사이에 만들어지고 있다. 다만 옛날 처럼 단순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 시작과 끝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 그러니까 기상청이 장마를 예보하지 '않는 것'이라기 보다는 '못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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