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식물 가꾸기

호박 순 지르기

Geotopia 2017. 7. 18. 18:27

▶ 어미 덩굴 적심하기


  손을 전혀 대지 않은 상태로 몇 달을 놔뒀더니 수확이 시원치 않다. 여태까지 애호박을 수확한 것이 너댓개나 되나? 두 그루에서… 장마를 맞아 무성해진 잎을 좀 정리할까 하고 들여다 봤더니 어미 덩굴에서 바로 갈라진 아들 덩굴이 너댓 개는 된다. 그러니 줄기도 부실하고 열매도 시원찮을 수밖에. 아무래도 이상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아뿔싸!

  호박도 순을 집어줘야 하는 것이었다. 호박은 거름만 잔뜩 넣으면 되는 줄 알았다(거름을 잔뜩 넣지도 못했지만). 하지만 생각해 보니 어렸을 적에 막대기를 휘둘러서 호박순을 잘랐던 기억이 있다. 뭔지도 모르고 어른들이 하는 행동을 따라서 했었는데 꾸지람을 듣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호박 순도 잘라줘야 하는 것이다.



1. 어미 덩굴의 5절 이하에서 생긴 열매는 제거한다.

2. 어미 덩굴의 5절 이하에서 나온 아들 덩굴 가운데 세력이 좋은 덩굴을 2개(또는 3개) 정도 키우고 어미 덩굴은 자른다.

3. 아들 덩굴이 갈라진 곳에서 부터 5절 이하에 달린 열매는 모두 제거한다. 


▶ 화분에서 호박 기르기


   화분에서는 충분히 거름을 주기가 어려워서 호박을 기르기에 적당하지 않은 것 같다. 더구나 덩굴이 자라면서 중간중간 땅에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흡수해야 하는데 화분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니 만성 영양 부족에 시달릴 수 밖에… 그래서 열매가 맺혔다가 자꾸 떨어지곤 했던 모양이다. 확신은 없지만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산발한 듯 무질서하게 자란 어미 줄기를 과감하게 자르고 아들 줄기를 키우기로 했다. 그리고 아들 줄기에서 열매가 맺히면 더 이상 줄기가 자라지 못하도록 순을 질러줬다. 호박한테는 좀 미안하기는 한데 한 두개라도 더 튼실하게 맺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보면서.


<아들 줄기의 다섯번째 마디에서 열매가 맺혔다>


  결과는?

  안타깝게도 자라지 못하고 떨어지고 말았다. 보통은 노랗게 병약한 색깔로 변해서 떨어지는데 이 녀석은 제법 큰 상태에서 끝이 검게 썩으면서 떨어졌다. 순지르기를 잘못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병이 들었던 것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계속해서 열매 위쪽의 가지를 잘라 보기로 했다. 열매 하나를 수확하고 그 열매가 맺혔던 가지를 잘랐다. 다행이도 열매가 썩어서 떨어진 자리 근처에 다시 작은 열매가 맺혔다.


<열매가 썩어서 떨어진 자리 근처에 다시 열매가 맺혔다>


<다른 화분에도 두 개의 열매가 맺혔다. 위쪽 열매 위로 자라던 가지를 진작 잘라줬는데 다시 새 가지가 나왔다. 이번엔 그냥 두기로 했다>


<위쪽 열매>


<아래쪽 열매. 가지를 잘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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