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인구&가옥&취락

산지촌의 변화: 춘천 문배마을

Geotopia 2017. 6. 15. 16:46

◆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 냈을까?


  해발 350m를 넘는 산 속에 자리잡은 문배마을은 어지간해서는 찾기조차 어려운 산 속 마을이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곳을 찾아 냈을까 싶다. 하천을 따라 올라오다가 하천 주변에 너른 평지를 발견하고 삶터로 선택했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이 마을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마을 아래쪽에 구곡폭포라는 높다란 폭포가 있기 때문이다. 즉, 하천을 따라 이 마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높이가 50여m나 되는 폭포를 넘어가야만 한다. 지금도 이 마을에 들어가려면 폭포를 우회해서 800여m 꼬불꼬불 산 비탈길을 올라가야만 한다. 숲속으로 난 비탈을 오르다 보면 도대체 거기에 마을이 있을까 싶다.




<문배마을 *Google earth>


◆ 그렇다면 누가 이런 곳에 살기 시작했을까?


  역적 누명을 쓴 도망자?, 신분 장벽을 넘어 사랑을 이루기 위해 야반 도주한 남녀?, 가렴주구에 시달리던 농민?

  먼 옛날 문배마을에 발을 들여놓았던 사람들은 아마도 그와 비슷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구곡폭포. 하천을 따라 문배마을에 가려면 이 폭포를 넘어야만 한다>


◆ 산 속에 있어 산촌(山村), 사람이 적어 산촌(散村)


  동-서로 1km, 남-북으로 500m 밖에 되지 않는 작은 분지다. 마을 한 가운데로 계곡이 있지만 하천(강촌천) 최상류이기 때문에 물이 풍부하지 못하다. 그러니 벼농사를 짓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비탈을 일구어 밭농사나 할 수 있었을테니 많은 사람들은 살 수가 없었고, 그러므로 큰 마을이 될 수가 없었다.


<문배마을 올라가는 길>


<문배마을로 들어가는 능선. 사진의 오른쪽은 구곡폭포쪽에서 마을로 올라오는 길이고 왼쪽으로 마을이 있다>


<마을 들머리에서 바라본 문배마을 전경>


<마을 가운데에서 위쪽으로 바라본 장면. 얼마되지 않는 논밭인데 그나마도 대부분 경작이 되지 않고 있다>


<마을에서 폭포쪽으로 빠져나가는 계곡. 분지의 끝에 있는 협곡이다>


◆ '오지성'은 더 이상 문배마을의 상품이 아니다.


  먼 옛날에는 찾기조차 힘들었을 이 마을에 사람들이 꽤 많다. 등산객이나 관광객들이다. 춘천에 간다면 한번쯤은 들러보는 대단한 명소가 되었다. '오지 로망?' 도시민들에게 오지는 하나의 로망이다. 물론 살고 싶은 곳은 아니지만… 어쨌든 삼사십분 만만치 않은 산길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줄을 이어 산을 오른다. 산행 끝에 적당히 지친 사람들에게 음식은 강력한 유혹이다.

  고갯마루를 넘어 마을로 들어서다 보면 맨 먼저 마을 안내판이 손님을 맞는다. 김씨네, 신씨네, 한씨네… 각성받이 전통 마을의 모습을 보여주는 안내판이 아니라 음식점 이름들이다. 열 한 개나 되는 음식점들이 산을 넘어온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음식으로 특화된 마을이다. 대개의 관광촌락이 경관이나 체험활동이 중심이 되는 데 비해 문배마을은 그냥 노골적으로 음식점 뿐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원래 관광자원이었던 '오지성'은 이제 상품성을 잃었고 음식이 '산행 후 꿀맛' 정도로 변신을 해서 어엿한 관광자원 행세를 하고 있다.


<마을 입구에 설치된 문배마을 안내도>


◆ 출퇴근 하는 직장, 문배마을


  이곳에도 예외없이 사람들이 몰려가는 집이 있다. 입소문,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 소문이 참 대단하다.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집으로 향하는 긴 줄을 따라가지 않고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전망 좋은 집으로 향한다. 일단은 마을 전체를 대략 조망할 수 있으니 만족스럽다. 메뉴는 칡부침개와 산나물비빔밥이다. 맛은? 말할 필요도 없이 꿀맛이다. 전망좋고, 조용하고, 음식 맛있고, 나에겐 정말 과분하다.

  젊은 부부가 친절하기도 그만이다. 새로 지은(새로 지은 것 같은데 20년이나 되었단다)  전통가옥의 안방에 자리를 잡고 맛난 밥을 먹자니 궁금증이 생긴다. 이 오지에서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시키나? 물었더니 대답은,

  "집이 춘천이예요. 이곳으로 출퇴근 합니다^^"


<정갈하고 맛난 비빔밥과 칡부침개>


<마을 전경>


<마을 사람들이 차로 드나드는 임도>


◆ 물비린내 나는 저수지


  마을의 끝, 그러니까 가장 하류에 제법 큰 저수지가 있다. 농업용수로 쓰기 위한 저수지라면 상류에 있어야 하지만 이 저수지는 분지 끝에 있는 협곡 바로 위에 있어서 농업용수로는 활용되기 어렵다. 정화시설이다. 사람이 많아지고 음식물을 많이 판매하다 보니 당연히 이런 시설이 필요해진 것이다. 물이 제법 더럽다. 그에 어울리게 물비린내가 자욱하다. 이 깊은 산중에서 물비린내라니…


<분지의 끝에 이런 저수지가 있다. 농업용이라면 상류에 있어야 하는데 이 저수지는 분지의 끝에 있다. 하수 정화 시설이다>


<마을 중간에 있는 작은 저수지.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저수지이다>

'인문지리 > 인구&가옥&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촌락의 변화-농촌 아파트  (0) 2018.06.03
중심지이론  (0) 2017.06.20
정주간: 윤동주 생가  (0) 2017.06.07
서울의 차이나타운  (0) 2015.06.06
우데기-울릉도  (0) 201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