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8일 오후,
산책을 하던 중에 갑자기 소나기를 만났다. 의지할 곳이라고는 없는 들판 한 가운데라서 가까운 다리 밑을 향해 일단 뛰었다. 그래도 더위와 가뭄으로 타던 땅을 식혀주고, 적셔주는 반가운 비라서 맞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좀 전에 지나 온 마른 밭이 생각났다. 김장 배추모를 옮겨 심었는데 햇볕에 바싹 마르고 있었다. 다른 밭들은 지하수를 퍼올려서 밭 고랑에 물을 대주고 있었는데 그 밭은 그냥 마르고 있었다. 주인이 바빴는지, 아니면 천기를 읽는 사람이던지.
소나기하면 요란한 천둥과 번개가 떠오른다. 하지만 올여름에는 요란하고 말고 할 것 없이 소나기라는 것 자체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 오늘 소나기도 천둥, 번개는 없는 조용한 소나기다.
다리 밑으로 일단 비를 피하고 보니 제법 굵은 빗줄기와는 딴판으로 서쪽 하늘은 햇빛이 창창하다. 옛날부터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이라고 했었다. 어떤 사람은 호랑이 시집 가는 날이라고도 한다. 장가 가는 호랑이가 있으면 시집 가는 호랑이도 있겠지? 여우비라고도 하고.
근데 왜 호랑이는 이런 날 장가를 가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궁금했었는데 이건 도대체 설명할 방도가 없다. 옛날 속담들은 어느 정도는 논리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것이 많은데 '호랑이 장가 가는 날'은 도무지…
이런 날은 무지개가 잘 뜨는데 아닌게 아니라 동쪽 하늘에 선명하게 무지개가 떴다. 그것도 쌍무지개로.
<옮겨 심은 배추모가 말라가고 있는 밭을 지났다. 농부가 아니어도 걱정이 된다>
<햇빛 속에 비가 내리는 호랑이가 장가 가는 날. 호랑이가 장가를 간 덕분에 말라가던 배추들에게는 감로수가 떨어졌겠다>
<동쪽 하늘에 무지개가 걸렸다>
<쌍무지개다>
<다리 밑에서 비를 긋다가 본 풍경. 이런 완벽한 모양은 보기 어렵다. 다리 밑이라서 주변 풍광이 좀 아쉽지만>
<비가 잦아들면서 다리 밑을 나와보니 벌써 흐려지기 시작한다>
<비가 그치면서 시야가 엄청 맑아졌다>
<고룡산 자락에 걸린 쌍무지개 *안아령作>
<영인산 자락에 걸린 쌍무지개 *송경남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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