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의 시장, 아파트의 미래는?

  아파트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

  콘크리트의 수명은 100년도 넘는다고 하니까 아파트를 제대로 지으면 100년 이상은 쓸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하지만 콘크리트 골조의 수명으로 볼 때 이야기이고 실제로는 다양한 원인들이 아파트의 수명에 작용을 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우리나라 아파트의 평균 수명은 불과 23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고층아파트로는 1972년에 세워진 남산외국인아파트를 최초의 아파트로 꼽는데 이 아파트는 지난 1994년에 이미 철거되었다. 그러니까 불과 22년 만에 수명을 다 한 것이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는 우리와 많이 다르다. 아래 표는 우리나라 아파트의 수명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짧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앞으로는 좀 더 길어지겠지만 선진국과 비교할 때 월등하게 짧은 것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시공이 부실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급속한 도시화로 새로운 주거지가 빠르게 만들어지면서 구 주거지가 슬럼화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 또한 아파트가 '거주의 공간'을 넘어 재산 증식을 위한 '투자의 대상'이 되면서 효용가치를 상실한 아파트가 급속하게 쇠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이다.

  지금까지는 노후한 아파트들이 층수가 높지 않고 용적율이 낮았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기가 수월했다. 또한 수명을 다 한 아파트가 아직은 많지 않으므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사정이 매우 달라진다. 현재 우리나라의 아파트 거주 인구비율은 50%에 육박한다(2011 현재 47.1%). 전 국민의 반 정도가 아파트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원래는 땅값이 비싼 도시 지역에서 많은 인구가 거주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공동주택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단순히 거주 개념을 넘어 재산 증식 수단이 되었고, 그 결과 부의 상징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편리성이 추가되면서 아파트는 지난 수십년 간 우리나라 거주 형태의 대세가 되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아파트에 산다'는 말은 '가난하다'는 의미에 가까운데, 반대로 우리나라는 '도시민', 또는 '여유있는 사람'의 의미가 되었다.

  그 결과 땅값과 무관하게 전국 방방곡곡에 고층의 아파트가 무차별적으로 들어서는 기이한 현상이 만들어졌다. 농어촌 지역에서도 고층의 아파트를 흔히 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무한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과 재산 증식을 기대하는 입주자의 요구가 상호작용하여 만들어진 결과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사례는 아파트의 미래가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아파트의 비율이 우리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프랑스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므로 우리나라는 더 큰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높이 올라갈 만큼 올라간 아파트를 누가, 어떻게 재건축을 한단 말인가?

  자본은 이익을 추구하므로 더 높은 건물을 짓지 않으면 이익을 만들어낼 수 없다. 더 높이 짓는다는 것은 더 많은 수요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했다. 더 높이 지을 때 수요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시골지역으로 갈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또한 아파트가 재산 증식의 수단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식해 가고 있다. 자본이 아파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이유이다.

  그렇다면 개인주택처럼 주인이 다시 짓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수백, 수천 가구의 경제적 상태가 모두 이질적이기 때문에 뜻을 모아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더욱이 90년대에 엄청나게 공급된 아파트들은 미래의 어느 시기에 동시에 수명을 다할 것이다. 그 혼란은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런 판국에 아파트를 더 짓는다면?

  암담하다.

  단기적인 경기 부양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이대로 가면 아파트는 미래의 큰 재앙이 될 것이다. 프랑스에서 약간의 힌트라도 얻어보자.

 

[SBS 스페셜] 아파트, 혼란의 시장-애물단지로 전락한 파리의 아파트

http://tvpot.daum.net/v/vc064re2erU3MYU3UhYhi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