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영남 일주

청남대

Geotopia 2014. 1. 14. 22:37

▶ 답사 일 : 2014년 1월 14일(화)

   

<청남대 GPS자료 *원도: Google>

 

  정말 오랫만에 아무 일 없는(?) 방학이다. 방학이라고 해봐야 보충수업이 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이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인지라 이번 방학은 정말 특별하다. 고3 담임의 프리미엄이랄까? 온전하게 방학을 몽땅 만끽하게 된 것이다. 고3 담임이라도 이렇게 저렇게 다른 학년 지원을 나가다 보면 이렇게 똑 떨어지는 방학을 맞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런저런 자잘한 업무에다 아내 역시 사정이 비슷한지라 둘이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웠다. 일이란 것이 무리하지 않으면 이루어지기 어렵다. 여전히 일이 끝나지 않은 아내를 재촉하고 이번 주말 친구들과의 약속은 전화로 때울 각오까지 하면서 출발을 감행했다.

  막내를 혼자 두고 떠나는 것도 조금 마음에 걸린다. 아침 식사를 하면서 농반진반으로 한번 더 동행을 타진했지만 녀석은 혼자 있겠단다. 난생 처음 혼자 있을 생각을 하니 엄두가 안 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내심 부모가 빨리 집을 나서주기를 기대하는 청년의 심리가 교차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원래 계획은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옥천IC에서 옥천으로 들어가서 옥천부터 국도를 타고 영동-김천-구미로 내려갈 작정이었다. 그런데 청주IC를 지나면서 갑자기 청남대가 생각이 났다. 지난 번에 수능후 프로그램으로 탐방 계획을 세웠다가 추진이 잘 안됐던 곳이기 때문이다. 아내도 기꺼이 동의를 했으므로 고민없이 진로를 변경했다. 열한시가 다 되어 출발했으므로 아무리 서둘러도 오늘은 옥천을 넘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므로 차라리 앞에 일정을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이 오히려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하면 또 어떻랴? 일정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여행이므로 서두를 이유가 전혀 없다.

  청남대는 방문객이 많을 때는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은 문의면 소재지에서 입장권을 끊고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오늘은 방문객이 많지 않은 날일 것 같아서 그냥 들어가 보기로 했다. 가는 중에 인터넷 예약을 시도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결재가 되지 않아서 결국 매표소에 도착하고 말았다. 다행스럽게도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그냥 통과시켜준다.

 

<예전 경호부대가 사용하던 것으로 보이는 막사처럼 생긴 허름한 건물이 입구이다>

 

<역사문화관에는 역대 대통령의 사진이 걸려있다>

 

<대통령들의 휘호. 특권을 마다하고 청남대를 백성들에게 돌려준 노무현대통령의 한글 휘호가 눈길을 끈다>

 

<한번 더 들여다 보는 '사람사는 세상'>

 

<청남대를 소개하는 입체 영상. 자전거에 장착된 전기로 작동하는 모양이다>

 

<청남대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될 당시 노래방에 탑재되었던 건전가요 목록>

 

<대통령들의 손모양만이 아니라 탈렌트들의 손모양도 있다. 이곳을 배경으로 찍은 드라마에 출연했던 사람이라고>

 

<방탄유리가 둘러싸고 있는 본관 앞에는 300년이나 된 모과나무가 있다. 원래 있던 것이 아니고 건설 당시 어딘가에서 뽑아 왔다고 한다>

 

<내륙이지만 차령 이남으로 대나무가 잘 자란다>

 

<산책로마다 이름이 붙어 있는데 이곳은 전두환대통령 산책로이다. 다 돌아볼 수는 없을 것 같고 호수로 연결되는 이 길을 선택한다>

 

<전두환산책로 육각정에서 바라본 대청호. 맨발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항상 반들반들한 상태를 유지했다고…>

 

<이중 철조망이 청남대를 둘러싸고 있다>

 

<이 정도면 군사분계선이 울고 갈 것 같다>

 

<산책로 옆의 팔각정>

 

<산책로변의 편암류>

 

<편리구조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편암류가 분포한다>

 

<청남대 일대의 지질구조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양어장도 있다>

 

<청남대 역사문화관>

 

  청남대 시계는 2009년을 마지막으로 멈춰있다. 노무현대통령이 국민에도 돌려 줌으로써 대통령 전용 별장의 의미를 잃게 된 것이다. 나는 여전히 대통령이 가끔 찾는 곳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전혀 찾지 않는다고 한다. 좀 아쉬운 생각이 든다.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사진도 찍을 수 없는 본관 시설은 사용하지 않으니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대통령이 이용할 수 없다면 일반인들에게 개방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본관 시설 뿐만 아니라 테니스장, 수영장, 골프장 등이 사용하지 않아 점점 쇠락해가고 있는 광경이 안타깝다. 어떤 시설이든 사용하지 않으면 쇠락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옥외에 있는 시설들은 정도가 더 심하다. 전체 시설을 다 개방하지는 못하더라도 점차 일반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면 더욱 살아있는 청남대가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당시 떠돌던 수중 아방궁은 사실이 아닌 것 같지만 대청댐 준공식에서 '경치가 좋다'는 전두환대통령의 언급 한 마디로 비서실에서 건설을 추진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는 절대권력의 단면을 잘 보여준다. 팔각정의 마루는 언제나 반들반들한 상태를 유지하여 대통령의 방문을 대비했다고 한다. 본관의 방탄유리와 38선이 울고 갈 엄청난 철조망 역시 참 낯설다. 국가원수의 안위는 물론 매우 중요한 것이지만 과연 이 철조망이 차단한 것이 누구였을까? 국민과 하나되지 못하고 국민을 차단한 대통령은 역설적으로 국민을 무서워했던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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