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열차를 탔다. 반가운 선후배님들을 만나는 자리여서 차를 두고 갔다. 술 한 잔 걸칠 욕심으로… 계획대로 거나하게 한 잔 나눈 후 막차를 탔다. 대천역 출발 21:35 무궁화 열차. 취기는 여전히 거나했지만 아쉬운 마음에 홍성에서 내려야 하는 후배와 함께 열차 카페를 찾았다.
그런데…
헐~
직원이 있어야할 곳에는 직원 대신 자바라막이 굳게 드리워져 있고 이런 글귀가 붙어 있는 것이다.
'영업사원 부족으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영업사원이 부족하다니? 일자리가 없어서 온 나라가 난리인데도 영업사원을 못 구할 만큼 이 일이 어렵고 수입이 안 되는 일일까? 한때는 홍익회라는 열차 판매 업체가 노다지라는 얘기도 나돌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잘 납득이 되질 않는다.
머리가 복잡한 중인데 마침 승무원이 지나가길래 물었더니 약간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막차는 거의 영업을 안 합니다"
"그러면 다른 차는 영업을 하구요?"
"네"
머리가 더 복잡해진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게 말이 되는 것도 같고 말이 안 되는 것도 같다. 이 차가 서울에 도착하면 얼추 열두시가 다 될테니 누가 이 시간까지 나와서 일을 하고자 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니 말이 되는 것도 같다. 하지만 기관사나 승무원들은 그런 불편을 감수하면서 밤에 근무를 하지 않는가? 막차 근무자가 고정되어 있는 것도 아닐 터이니 막차 근무가 어렵더라도 교대를 하면서 꼭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이 사태가 더욱 궁금해진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죠?"
"글쎄요… 막차는 손님이 적어서 이익이 생기지 않기 때문 아닐까요?"
"정 그러면 여객 전무님이 잠깐 문을 열어주시면 안되나요?"
"안됩니다. 저희는 그런 권한이 전혀 없어요. 저희와 무관한 민간업체거든요"
거기까지 듣고 보니 대충 그림이 그려진다. 독점 판매권을 가지고 있던 홍익회(불의의 사고로 퇴직을 한 철도 관계자들이 운영을 했었다고 한다)의 권한을 박탈하고 일반 업체에게 운영권을 불하한 것이 지난 2008년으로 벌써 오래 전이다. 낙찰을 받은 업체는 영업을 통해 이익을 내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열차 카페가 길거리에 있는 여늬 카페와 같은 거라고 하면 문을 닫건 말건 그건 순전히 주인 맘이다. 하지만 열차카페는 열차에 속해 있으므로 열차와 같은 하나의 공공서비스로 볼 수도 있다. 그렇게 본다면 이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아마도 코레일과 업체 간에 체결된 계약에 이런 것을 용인하는 조항이 있었으니 이런 일이 벌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카페도 열차의 일부로 봐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러므로 이익과 무관하게 반드시 써비스를 해줘야 하는 것이 옳다.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민영화'로 옮겨졌다. 열차의 일부에 불과한 열차카페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만약 이 열차 운영권이 몽땅 민영화 된다면? 어쩌면 이 막차는 아예 없어질지도 모른다. 전체 좌석 대부분이 텅텅 비어있는 이 열차는 틀림없이 적자일 터이니 경제 논리로 본다면 운행하지 않는 것이 유리한 것이다. 아니면 차삯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만큼 비싸져야만 한다.
걱정된다. 생산성과 공익성이 구별되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현실 때문에 더욱 등골이 오싹해진다.
☞ KTX민영화 관련 현직 기관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http://www.slrclub.com/bbs/vx2.php?id=free&no=29576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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