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카르스트&화산 지형

기생화산(parasitic volcano)

Geotopia 2013. 4. 9. 17:14

  오름은 주화산인 한라산의 분화 이후 제주 곳곳에서 지하의 용암이나 스코리아, 가스, 화산쇄설물 등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소화산(小火山)이다. 학술용어로 기생화산이라고 하며, 독립된 산이나 봉우리를 뜻하는 오름이라는 아름다운 제주말로 표현되기도 한다. 멀리서 바라보면 한라산을 빙 둘러싸 보호하는 수비수 같기도 하고 한라산이라는 어머니가 낳은 자식들 같기도 한데 제주도의 오름은 그 밀도에 있어서 세계적 수준이다.

 

<산굼부리에서 바라본 한라산과 오름들>

 

▶ 오름의 생성

 

  제주도에는 총 368개의 오름이 있으며 주로 한라산 산록인 중산간 지역에 집중 분포하고 있다. 제주시에 210개, 서귀포시에 158개가 있으며, 읍면별로는 애월읍이 50개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구좌읍이 40개, 표선면 31개, 안덕면 31개, 조천읍 30개 순이다. 제주도에 오름은 한라산 정상 부근에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어느 곳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오름의 형태는 일정하지 않아 그 외형적 특성에 따라 말굽형 오름, 원추형 오름, 원형 오름, 복합형 오름으로 나눌 수 있다. 총 368개 오름 중에서 말굽형 오름이 가장 많은 174개이며, 원추형 102개, 원형 53개, 복합형 39개 순이다. 말굽형 오름은 분화구의 일부분이 용암유출과 같은 요인에 의해 침식되어 말굽 모양으로 발달한 오름이다. 원추형 오름은 분화구가 매워져 있거나 심하게 침식되어 뾰족한 형태의 오름을 말한다. 원형 오름은 산정상부에 원형 분화구(굼부리)를 갖고 있거나 산굼부리와 같이 분화구만으로 이루어진 것을 말한다. 복합형 오름은 화구가 2개 이상으로 조합되어 있는 형태로서 원형 분화구와 말굽형 분화구를 2개에서 5개까지가 한 화산체에 밀집되어 있는 형태를 말한다.

  대부분의 오름은 단단한 암석이 아니고 ‘스코리아(송이)’라는 자잘한 돌과 같은 것으로 되어있으며 그 위에는 식생이 정착하여 빗물을 머금어 물이 흐르거나 지하로 스며드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하천이 메마르고 지하수를 얻기가어려운 제주도에서는 오름이 수분 함양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바라본 제주도와 오름들>    

 

▶ 오름과 제주 문화

 

  제주는 신들의 고향이라고 할 만큼 전설과 신화가 많다. 육지보다 이렇듯 많은 신화를 가지게 된 것은 그만큼 제주의 자연환경이 다양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중 오름은 신화와 전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고 있다. 애초 오름의 생성은 설문대할망이 제주도를 만들면서 퍼온 흙이 치마 사이로 떨어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시작한다.

  목축업이 이 오름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고 밭도 이 오름들 자락에 만들어졌다. 수목으로 우거진 오름 자락에 불을 놓아 화전을 만들었으며 바람 많은 제주의 초가집을 덮는 띠가 자라는 곳도 오름과 그 자락이다. 유채가 들어오면서부터는 유채가 노란 꽃을 피워 올리는 곳이 되기도 했다.

 

▶ 스코리아(scoria), 송이

 

  길게 형성된 틈을 따라 분출하는(열하분출) 용암은 휘발성분이 증가하는 곳에서 폭발 형태로 변하게 된다. 마그마에 함유된 휘발성분은 압력이 낮은 환경으로 변하면 마그마 속에 있던 휘발성분이 분리되어 맥주 속에 있던 이산화탄소가 맥주병의 상부에 거품을 이루는 현상과 같이 마그마의 상부에 높은 압력으로 집적된다. 가스가 집적된 부분이 폭발에 의해 지표에 나오면 부석(浮石, pumice)이라고 하는 암석 파편으로 산출된다. 부석은 유문암질의 용암에서 형성된 것으로 하얀 색에 가깝고 기공이 많아 물에 뜨게 되는데, 현무암에서 유래한 부석은 특별히 스코리아(scoria)라 부르며 검은 색을 띄고 기공이 적고 무거워서 물에 가라앉게 된다. 제주도에서 ‘송이’라 부르는 암석 파편은 대부분이 스코리아에 해당한다. 용암 분출에서 휘발성분을 주로 하는 폭발로 화산활동이 변하면 주로 콩알 크기에서 주먹 크기의 검은색의 스코리아로 이루어지는 높은 산을 만들게 되는데 이를 분석구(cinder cone)라 하고 제주에서는 오름이라 한다. 이러한 분석구를 형성하는 폭발은 불기둥 높이가 대략 500m에 이르며, 이런 분출 양상을 이탈리아에 있는 스트롬볼리 화산 분출 양상에서 이름을 따 스트롬볼리안(strombolian) 분출이라고 한다. 분석구를 형성한 스코리아들은 서로 성글게 엉켜있어 손으로도 쉽게 캐낼 수가 있다. 대부분의 분석구는 한 번의 화산활동 기간을 지나면 마그마가 굳어 화도는 막히게 되며 일생을 마치게 된다. 이런 화산활동이 끝난 뒤에도 상당 기간 하부에서는 열이 공급되는데 이러한 열에 의해 스코리아는 산화되어 붉은 색을 띄게 된다. 분석구에 따라서는 붉은 색의 스코리아와 검은 색의 스코리아가 함께 산출되기도 한다.

 

<절물오름에서 바라본 제주도 동쪽 오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