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카르스트&화산 지형

응회구(tuff cone): 성산일출봉

Geotopia 2013. 4. 9. 17:13

  제주도의 동쪽 끝인 성산에서 일출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곳인 일출봉은 제주10경 중 단연 제1로 꼽힌다. 정상의 거대한 분화구는 마치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을 바다로 옮겨 놓은 듯하다. 하지만 바다에 우뚝 선 성산 일출봉은 도내 360개에 이르는 새끼(기생)화산의 하나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도내 중산간 지대에 존재하는 여느 오름들과는 다르다. 만들어진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출봉의 응회암>

 

  중산간지대에 흩어져 있는 약 360개의 오름들은 거의 육상의 지표면을 뚫고 분출한 분화구들이다. 따라서 이들 오름들은 현무암 지반 위에 화산이 분출할 때 함께 튀어나온, 보통 현무암보다 훨씬 기공이 많은 돌(제주도에서는 이를 송이라고 부른다)들이 흩어져 쌓여 있다. 반면 일출봉은 해변에서 보면 치밀하고 푸른빛이 감도는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주성분이 화산재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일출봉이 이 같은 구성을 보이는 이유는 얕은 바다 속에서 분출한 화산(수중폭발화산)이기 때문이다.

  1963년 아이슬랜드의 남쪽 바닷가 한 곳에서 바닷물이 부글거리며 끓고 용암이 분출해서 화산섬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 섬이 수면 가까이 성장하게 되자 용암 분출이 멈추고, 바닷물에 뒤섞인 검은 화산재와 물방울, 그리고 하얀 수증기가 거대한 분수와 같이 하늘을 향해 치솟았다. 이렇게 몇 달간 지속된 분출에 의해 만들어진 섬이 섯시(surtsey)화산이다.

  제주도 암석은 현무암질 마그마가 분출한 후 용암이 되어 흐르다가 식어서 만들어진 암석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뜨거운 마그마가 지표를 향해 올라오던 도중 지하수를 만나거나, 바닷물이나 호숫물 또는 빙하와 같은 얼음을 만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마그마나 용암은 급히 식고 물은 끓게 되는데, 이런 냉각과 가열 반응은 매우 격렬하게 일어나 큰 폭발을 일으키게 된다. 물이 풍부한 지역에 마그마가 관입한 것이 바로 5,000년 전 일출봉을 만든 수성화산활동의 원인이다. 수중폭발화산의 폭발력은 용암과 물의 비율이 1 : 1정도일 때 가장 크며 이때 만들어진 것이 수월봉이나 산방산 앞 용머리해안 같은 응회암이다. 이보다 물의 비율이 더 많을 경우 폭발로 부서진 용암조각이나 가루, 화산재 등의 점성이 높아져 원뿔처럼 경사가 급한 화산체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일출봉이다.

  마그마나 용암이 물에 의해 급격히 냉각되며 산산이 부스러져 분출한 화산재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흑색 유리와 같다. 이렇게 수성화산활동에 의해 생긴 유리질 화산재가 쌓여 만들어진 소규모 화산체를 ‘응회구’ 또는 ‘응회환’이라 한다. 제주도에 분포하는 대부분의 오름은 ‘분석구’인데, 이들은 구성 물질, 화산체의 크기와 형태가 ‘응회환(응회구)’과 다르다.    

 

<해안쪽은 해식을 당해서 더 급경사면을 이루고 있다>

 

  응회환은 분화구가 대체로 깊으며, 분화구 주변의 화산재층이 작은 경사(15° 이내)와 낮은 높이(100m 이내), 그리고 넓은 분포를 갖는다. 반면 응회구는 분화구가 지면보다 훨씬 높은 곳에 나타나고, 화산재층이 큰 경사(30° 내외)와 높이를 가지고 있다. 분화구의 바닥이 해발 90m에 있으며 높이가 180m에 이르고, 경사가 30°를 넘는 유리질의 화산재층으로 구성된 일출봉은 전형적인 응회구에 해당된다.

  일출봉에서 우리가 가장 쉽게 관찰할 수 있는 구조는 황갈색 또는 짙은 회색의 응회암층들이 무수히 쌓여 만들어진 층리이다. 화산재가 화구 근처에 겹겹이 쌓이면 경사는 점점 가팔라지게 되는데, 이 때 만들어질 수 있는 경사에는 한계가 있다. 물질이 쌓이다가 어느 한계점에 이르면 더 이상 쌓이지 못하고 미끄러지거나 무너지게 되는데, 이러한 경사 각도를 안식각이라 한다. 자연 환경에서 가장 높은 안식각을 갖고 쌓을 수 있는 자갈도 안식각이 35°인데, 일출봉의 응회암층들이 보여주는 경사는 최대 45°에 이르고 있다. 어떻게 일출봉의 화산재들은 안식각보다 훨씬 가파른 사면에 쌓일 수 있었을까? 그 원인은 일출봉의 화산재들은 분출할 당시 물기를 머금고 있어서 안식각보다 가파른 경사에도 쌓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싹 마른 모래로는 모래성을 쌓을 수 없지만 축축한 모래로는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지금의 일출봉이 형성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20~30°의 경사를 이루고 있는 서북 사면을 제외한 나머지 사면이 파도에 의해 거의 직벽에 가깝게 침식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성 당시의 모습은 서북 사면과 비슷한 경사의 원뿔 모양이었을 것이다.

  또한 원래는 육지와 격리되어있는 섬이었지만 파도의 작용으로 연안의 모래가 이동, 퇴적되어 육지와 연결된 육계도이다. 즉, 일출봉과 섬 사이에 모래톱(sand bar, 사주)이 자라 만들어진 길이 3km, 폭 5백m 안팎의 육계사주인 신양반도에 의해 본섬과 이어진 것이다.

  성산포는 제주 동쪽의 최대 어항인 동시에 동부 관광의 중심이 된다. 우도로 떠나는 도항선과 관광유람선, 낚시선, 어선 등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용머리해안의 응회암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