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정상이 아니라 평지에 있는 제주도 유일의 분화구로 산굼부리는 ‘산에 생긴 구멍(굼)’이란 뜻의 제주도 방언이다. 전체적으로 큰 대접모양을 하고 있다. 낮은 구릉을 이루고 있는 산굼부리는 주차장에서 제일 높은 곳까지의 높이 차이가 31m이며, 정상에서 바닥까지의 깊이는 132m로 주차장이 있는 지면보다 100m나 낮다. 분화구 상부 지름은 635m이고 하부 지름은 약 300m이다. 분화구 주변에는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암석이 분포하고 있다. 용암에 의해 형성된 암석은 산굼부리 전망대의 북쪽 보행로 주변과 전망대에서 분화구 북쪽 절벽에 5m정도의 두께로 분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암석에는 휘석 반정이 드물게 산출되고, 곳곳에 클링커(clinker)가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아(Aa) 용암이 분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국내 유일의,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폭렬공(Maar)에 속한다는
이러한 용암 분출에서는 분석구의 분화구에 비해 크기가 작은 분화구가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인데, 산굼부리는 분화구가 넓고 깊다. 132m에 이르는 분화구 깊이에서 분출이 있었다면 전망대 부근에는 폭발에 의해 만들어진 스코리아와 같은 암편들이 있어야 할 텐데, 용암 분출에 의해 형성된 암석만 분포한다. 마그마 물질이 분출과 폭발을 하게 되면 지하에는 공간이 생기게 되어 지반이 가라앉게 된다. 지반이 가라앉게 되면 원형의 함몰구조가 형성되는데, 이런 함몰구조의 지름이 1km를 넘으면 칼데라(caldera)라고 하고, 1km보다 적으면 피트 분화구(pit crater)라고 한다. 산굼부리는 용암 분출을 일으킨 마그마가 공급이 갑자기 줄어들었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함으로써 지하에 공간이 형성되어 위에 있던 암석들이 지금의 깊이로 침강하여 만들어진 피트분화구이다.
한라산 백록담보다 조금 더 크고 깊은 이곳은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분화구 안의 일조량이 달라서 난·온대성 수목이 공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식물의 보고라고 불리우는 이곳에는 420여종의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데, 말 그대로 거대한 자연 식물원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천연기념물 2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산굼부리가 가장 아름다울 때는 가을로 사람 키 보다 큰 억새가 산굼부리 북쪽 사면을 가득 채워 장관을 이룬다. 제주도는 원래 억새가 많기로 유명하다. 제주도의 전통가옥인 초가집의 지붕은 볏짚이 아닌 억새이다. 이 산굼부리의 억새밭은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명소이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넓은 초지가 보이고, 비자림과 조랑말을 탈 수 있는 곳들이 널려 있고 멀리로 한라산의 그림자가 드리워 제주만의 독특한 풍광을 볼 수 있다. 여름 어떤 날에는 분화구 안 아래위의 기온차로 인해 생기는 작은 구름을 볼 수 있어 신비로운 경험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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