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태풍이 오지 않은 해여서 벼농사가 풍년이었다. 우리나라 가을의 대명사인 따가운 햇살이 막바지 이삭만들기를 도와주고 있다. 태풍이 오지 않는 해는 이처럼 논농사에 풍작을 안겨주고 과일을 맛있게 해주는 반면 김장용 채소 등 가을 밭작물에는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특히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비가 오지 않는 우리나라의 강수 특성상 태풍이 오지 않으면 저수지의 저수용량을 채울 수가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태풍이 오지 않는 해는 틀림없이 겨울가뭄에 시달려온 것에서 이러한 특징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에도 태풍이 오지 않아 겨울가뭄에 시달렸던 전례가 있다. 자연환경은 절대선도 절대악도 없다. 좋고 그름의 판단은 인간의 매우 자의적인 판단일 뿐이다. 모든 자연현상은 정상적일 때 가장 생태환경에 적합한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해에는 단풍이 고왔다. 단풍은 여름이 더우면 곱다고도 하고, 비가 많이 내리면 곱다고도 하는데 2009년 여름은 유난히 덥지도, 비가 많지도 않았는데 왜 곱다는 것일까? 어쨌든 은석산에도 가을이 와서 곱게 단풍이 들었다. 자생하는 나무가 주로 떡갈나무 종류여서 멋진 단풍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가을은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