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음식문화

여수 굴찜

Geotopia 2012. 12. 6. 13:44

  교통,통신이 발달하고 지역 간의 접촉이 활발해지면서 지역 간의 차별성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간의 차별성은 존재한다. 과거에 비해 차별성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줄어드는'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많지만 사실은 외적 변화에 대한 반응이 동일하지는 않다. 따라서 정확한 표현은 차별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차별성이 '변화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음식으로 비슷한 성격의 음식이지만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90년대부터 홍성을 중심으로 충남 해안지역에서 유행이 시작된 굴구이는 지금도 홍성, 보령지역의 대표적 겨울 음식이다. 바닷가 사람들이 겨울에 별미로 굴을 구워먹던 것이 상업화한 것인데 수요가 늘어 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해 남해안 양식굴이 대규모로 유입하기 시작하였다. 보통 '석화'로 불리는 일반 굴과 비교하여 결성천 하류 서해안의 굴은 '목화'라고 불리는데 솔가지를 바닷물에 담가 굴씨를 붙이기 때문이다.
  굴구이를 먹기 위해서는 '전투장비'가 필요하다. 양념과 반찬 외에도 뜨거운 굴을 집기 위한 장갑, 굴 껍질을 까는 칼 등 예사롭지 않은 장비가 필요하다. 불을 피워야 하므로 점잖게 방 안에 앉아서 먹을 수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가끔 뻥뻥 소리를 내며 튀기는 굴껍질에 움찔거리며 눈을 감아야 하는 것은 예삿일이다.
  그런데 홍성, 보령 굴의 대타 구실을 하고 있는 남해안 굴의 원산지에서는 어떨까? 이곳에서도 역시 '굴구이'를 먹을 수 있는데 풍경은 많이 다르다. 사진처럼 실내에 앉아서 편안하게 먹을 수가 있다. '굴 구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사실은 '굴 찜'이기 때문이다. 타지 않고, 튀지도 않으며 맛은 구이와 거의 차이가 없다. 차별성이 지역 간에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다. 특정 지역에서 활용되는 방법이 분명 좋은 점이 있지만 그것이 쉽게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지 않고 기존의 관성을 유지하는 속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전남 여수의 굴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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