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음식문화

전설의 충무김밥

Geotopia 2012. 11. 19. 22:25

  충무김밥의 시작은 한국전쟁 직후인 1952년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 간다. 당시 남해안의 대표적인 어항이었던 통영항에서 바다로 고기를 잡으러 나가는 어부들에게 그들이 바다에 나가서 먹을 김밥을 만들어 팔던 아낙들이 있었다. 여인들은 벼락당(서호동 여객터미널 뒤편)에서 고기잡이를 나가는 어부들에게 김밥을 만들어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았다. 그런데 어부들이 새벽에 사가지고 나간 김밥은 더운 날씨 탓에 점심 때 쯤에는 상해서 먹을 수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김밥 아줌마들은 김밥과 속을 분리해서 맨밥을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싼 김밥과 무로 만든 섞박지, 매콤한 주꾸미 무침을 이쑤시개와 함께 싸서 팔기 시작했다. 1960년경에는 통영에서 부산이나 여수를 오가는 여객선에서도 팔기 시작하였다. 여수, 또는 부산에서 출발한 배가 통영에 들어올 때는 거의 점심 때였기 때문에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김밥장수들이 전마선(배와 배 사이의 연락을 맡는 작은 배)를 타고 김밥을 팔았다. 당시부터 김밥장수를 했던 유명한 사람은 뚱보할매(고 이두익, 1994년 작고), 최가메할매(작고), 꼬지할매(본명 미상, 작고), 김복순할매(83) 등이었는데 이들은 전마선에서 잽싸게 배에 올라 김밥을 팔았다고 한다.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진 동기는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특별시 여의도에서 열렸던 대규모 문화 축제에 뚱보할매가 충무김밥을 가지고 나가 구경을 온 관광객들에게 팔면서부터다. 사실 뚱보할매가 충무김밥을 만든 원조 할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무김밥을 전국에 알린 공헌은 인정해야 한다. 충무김밥은 김밥용 김, 밥은 물론 섞박지와 주꾸미 또는 갑오징어 무침이 맛있어야 한다. 하지만 솔직히 충청도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충무김밥은 그 명성에 비해 엄청나게 간소한(?) 음식이다. 나는 처음 충무김밥을 만났을 때 음식이 더 나오는 줄 알고 한참을 기다렸었다(사진을 보라! 그게 전부이다). 그야말로 '간단명료'한 경상도 음식의 전형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런데 통영의 명물인데 왜 '충무김밥'이 되었을까? '충무김밥'은 통영의 옛이름인 충무에서 온 이름이다. 충무는 충무공 이순신장군의 휘호에서 가져온 이름으로 1955년 통영읍이 시로 승격할 때 처음 쓰이기 시작하여 1995년 충무시와 통영군이 통합되어 원래 이름인 통영시가 쓰이게 될 때까지 약 40여년간 쓰이던 이름이다. 충무시가 생길 무렵부터 유행했기 때문에 지금도 충무김밥으로 불리운다.

  *통영(統營)은 三道水軍統制營에서 온 이름인데 삼도수군통제영은 임진왜란이 발발한 다음 해인 1593년에 처음 설치되었다. 원래는 여수의 전라좌수영이 삼도수군통제영으로 이용 되었으나 임진왜란이 끝나고 1599년 거제도의 경상우수영으로 옮겨졌다가 1604년에 경상우수영이 지금의 통영시인 거제현 두룡포로 옮겨지면서 1895년 폐지될 때까지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곳의 지명이 통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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