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종교

문화의 공통성-기복신앙

Geotopia 2012. 12. 3. 17:30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이런 돌무더기들이다. 이런 돌무더기들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도 있지만 근래에 만들어진 것들이 많다. 이러한 경관은 남해안이나 중부내륙 지역에서 볼 수 있었던 마을 입구의 돌탑(도시)이나 당산 나무 주변에 돌을 던지던 풍속에서 비롯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산의 돌탑처럼 정형화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이처럼 정형화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기독교를 비롯한 유일신 사상이 널리 퍼져있음에도 이러한 경관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은 전통적으로 기복신앙이 발달했던 우리 문화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길 옆의 돌탑 *경기도 안성 서운산>

 

  이러한 기복 신앙은 특정 지역에만 분포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나라 만의 특징은 더더욱 아니다. 우리나라는 무언가를 자꾸 올려놓는 방법으로 복을 비는 반면에 중국의 일부 지역(백두산의 북쪽 자락 지린성 일대)에서는 바위 아래의 틈을 괴는 방법으로 복을 빌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로 나무를 쌓는 재료로 사용하지만 중국에서는 나뭇가지를 주로 사용하여 돌을 괸다.

 

 

<돌을 이용하여 바위를 괸 모습 *중국 둥베이>

 

  러시아의 중앙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일대에서는 나뭇가지에 형형색색의 헝겁을 매다는 기복신앙을 만날 수 있다. 아래 사진과 같은 인공구조물 뿐만 아니라 근처에 자라는 나뭇가지에도 지나가는 여행자들이 붙여놓은 헝겁 조작들을 관찰할 수 있다.

 

 

<세르게 입구에 매달린 천조각들 *러시아 이루크츠크>

 

 

<세르게 앞 나무에 묶여 있는 헝겁 조각들 *러시아 이루크츠크, 이해원 사진>

 

  많은 지역에서 이와같은 토속적인 기복신앙을 상징하는 다양한 경관들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문화를 창조한 인간의 공통적인 본성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는 이러한 특징들은 민족과 국가를 뛰어 넘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시공간을 넘어 공통성을 보이는 문화경관들은 가옥이나 음식, 종교 등 다양한 측면에서 관찰이 가능하며 이러한 공통성들은 독립적으로 고찰되기 보다는 상호 간의 비교를 통하여 고찰할 때 그 의미를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기복의 의미를 담아 쌓아 놓은 돌탑은 이처럼 문화재나 천연기념물 등을 관리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한다. 아래 사진은 춘천 청평사에 있는 수령 500년의 주목나무로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관리를 하기 위해 나무에 접근하려면 수많은 장애물을 먼저 제거해야만 한다. 누군가의 소원(?)을 무너뜨려야만 나무에 접근할 수가 있는 것이다. 공공성과 배치되는 배타적인 개인적 기복의 관습은 어떻게 보면 바다를 달리는 배 안에서 먼저 가려고 뛰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보호수 보호철망을 덮은 돌무더기 *춘천시 청평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