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식생&토양

대나무-온대의 지표종

Geotopia 2012. 11. 26. 11:39

  대나무는 대표적인 온대기후의 지표종(種) 식물이다. 벼과의 외떡잎 식물로 겨울철에도 낙엽을 떨어뜨리지 않기 때문에 가장 추운달의 기온이 낮으면 자랄 수가 없다. 대나무의 한계가 되는 기온은 가장 추운 달 평균기온 -3℃로 쾨펜의 기후구분에 의하면 온대기후의 경계에 해당한다. 차령산지는 온대의 경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자연경관이었다. 사임당과 율곡 때문에 잘 알려진 강릉의 오죽헌(烏竹軒)은 새까만 대나무인 오죽(烏竹)이 옛날부터 자랐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 강릉은 전통적으로 온대기후의 동해안쪽 북한계였으므로 대나무의 동해안쪽 북한계선이기도 했다. 서해안에서는 훨씬 남쪽인 당진-아산 지역이 전통적인 온대의 경계였다.

 

<옛 23번국도 차령휴게소 뒷편의 대나무밭>

 

<제주도의 대나무>

 

  대나무는 관다발 조직이 없기 때문에 싹이 나올 때의 굵기가 일생 동안 그대로 유지되는데 그 굵기는 온도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다. 즉, 기온이 낮으면 굵은 대나무가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죽제품으로 유명한 담양은 우리나라의 남부지역에 위치하여 굵은 대나무가 많이 생산되므로 옛날부터 다양한 죽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담양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남부지역에서는 굵은 대나무를 많이 볼 수 있다. 열대지역에서는 더욱 굵은 대나무를 볼 수도 있는데 최대 지름 30cm까지 자란다.

 

<전남 광양시 다압면 도사리 섬진강변 매화마을>

 

<전남 담양군 죽록원>

 

<전북 고창군 청보리밭 옆>

 

  그러나 온대의 한계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중부지방에서는 굵은 대나무를 볼 수는 없다. 북한계 지역에 자라는 오죽은 기껏 자라봐야 지름 2~3cm 내외에 불과하다. 오죽이 아닌 일반 대나무들은 좀 더 굵게 자라기는 하지만 중부지역에서는 남부지역 만큼 굵은 대나무를 볼 수가 없다.

 

<차령 이북에 위치한 천안에서도 여러 곳에서 대나무를 볼 수 있다. 봉서산 남쪽 쌍용선원 뒷뜰>

 

  그런데 지구온난화는 급격하게 대나무의 자생지역을 북상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온대의 한계로 일컬어지는 차령 이북지역에서 이젠 대나무를 보기가 아주 쉬운 일이 되었다. 서해안에서는 인천-서울까지 자생하며 동해안의 경우는 금강산까지 대나무가 자란다.

 

<인천공항>

 

<서울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운현궁의 오죽>

 

  예전에 금강산에 갔을 때 대나무연구소란 것을 본 적이 있다. 그 때 안내원이 설명해 준 말에 따르면 중국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대나무를 평양과 금강산에 나눠 심었는데 '이상하게도' 평양의 대나무는 모두 죽고 금강산의 대나무만 살아 남았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1월 평균 기온이 -8℃에 육박하는 평양에서는 대나무가 절대로 자랄 수가 없다. 만약에 그곳에 심었던 것이 사실이라면 그것이야말로 '이상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전통적으로 강릉이 온대의 경계였으므로 만약 지구온난화가 없었다면 금강산의 대나무도 평양의 대나무처럼 모두 얼어죽었을 것이다. 온난화가 금강산대나무연구소를 가능하게 해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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