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밀에 밀려 우리밀은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었다. 그나마 이런 호밀이 밀밭의 명맥을 유지해 왔지만 이 밀은 사실 식용이 아니라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는 것이다. 1980년대 이후 일부 뜻있는 사람들이 '우리밀 살리기 운동본부'를 만들어서 멸종하다시피 했던 우리밀의 씨앗을 찾아 복원해 내는 데 성공은 했지만 미국밀과 상대하기에는 가격 경쟁력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우리밀을 살리기 위해서 '운동본부'를 만들어야 하다니 생각해 보면 참 어처구니가 없다.
쌀을 필두로 영화, 교육, 서비스 등이 줄줄이 개방의 압력 앞에 무릎을 꿇었거나 무릎을 꿇을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멀쩡한 우리 밀밭을 초토화시킨 것이 원조물자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에 제공된 미국산 밀이었고 그것이 불과 50여년 전에 벌어졌던 일이었음을 상기해본다면 지금 우리의 처지는 가히 바람 앞의 촛불이라고 할 만하다.
혹자는 농업을 '전근대적 산업'으로 치부하고 공업화와 농업생산은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런 사고방식이 공산품 수출을 위해 농산물을 무방비로 내 주는 무역협정을 정당화 한다. 하지만 대규모 농산물의 생산, 수출 국가가 어떤 나라인가를 보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사고인지를 금세 알 수 있다. 또한 수출은 하지 못하더라도 이른바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은 식량 자급율이 개발도상국에 비해 월등하게 높다.
<이런 식용 밀밭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전북 고창군 공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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