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한성부 성곽

비오는 광화문

Geotopia 2012. 10. 14. 22:06

답사일시: 2011.2.26(토)~2.27(일)

 

▶이틀 째 일정: 동대문 앞 출발(09:00) - 아침식사(이화사거리, 10:00)- 율곡로 경유 - 광화문 광장(11:40) - 서울역(12:40)

 

 

▶ 대망의 이틀째 날, 비가 내린다 ㅠㅠ

 

  대망(?)의 이틀째 날이 밝았다. 술김에도 밤에 빗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왠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예정대로라면 오늘은 동대문에서 출발해서 남산을 거쳐 숭례문까지 가는 한성부 성곽의 남쪽 부분을 답사해야 한다. 한성부 성곽의 남쪽 부분은 북쪽 부분에 비해 짧은데도 훼손된 구간이 많다. 그나마 남산 구간은 성벽이 유지, 복원되어 다행스럽다. 기왕에 발걸음을 시작했으니 당연 이 구간을 마무리 해야 하지만 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든다.

  우선 적지 않게 내리는 겨울비가 걱정이다. 우산을 쓰고 산행을 하기란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더욱이 사진을 찍기는 더욱 어려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아주 달갑지 않은 날씨이다. 결정적으로 어제의 과음이 발목을 잡는다. 첫날의 장정에 스스로 대견해서 모두들 한결 같이 약간 오버를 한 것이다. 특히, 우리의 총무 승규의 상태를 살펴보니 아무래도 산행을 하기가 어려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제 고등학교 때 단짝 친구까지 불러내서 반가움을 나눴기 때문에 일행 중 누구보다 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결단을 내려야만 한다. 모두들 어려운 걸음을 해서 서울에 왔기 때문에 아쉽기는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일부를 남겨 두면 또 다음을 기약할 수 있지 않겠는가? 항상 아쉬움은 새로움을 찾아내는 원천이기도 하다.

  일단 길을 나섰다. 맨 먼저 눈에 띄는 해장국집에 들어가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이화사거리쯤이다. 해장국을 주문했지만 다들 땡기는 표정이 아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그대로 내려 가기는 못내 아쉬워서 꿩대신 닭이라고 성곽 대신에 도성 내부를 가로질러 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율곡로를 따라 걸어서 광화문으로 간 다음 광화문 광장을 거쳐 숭례문-서울역으로 가는 것으로 일정을 수정했다. 예상 보다는 매우 짧아진 일정이지만 그래도 총 거리가 5km 정도 된다.

  두 막내 중 원기는 집안 일로 먼저 내려갔기 때문에 성환이가 승규와 함께 먼저 택시로 서울역에 가 있기로 하고 80년대 노털들 셋이서 길을 나섰다. 안국역 부근 까지는 어제 술기운으로 걸었던 길을 되짚어서 가는 길이다. 이런저런 도시 경관들 가운데 눈길을 끄는 것들도 당연히 있지만 빗 속에 배낭에서 카메라를 꺼내는 것이 영 귀찮고 꺼려져서 모두 통과다. 나중에 후회할 줄 뻔히 알면서도…

  여전히 비가 내리는 가운데 광화문을 지나 광화문 광장에 들어섰다. 육조거리를 설명해 놓은 돌판이 바닥에 새겨져 있는데 내 발로 내 이름을 밟고 지났다.

  '병조(兵曹)'

  인증샷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역시 카메라를 꺼낼 엄두가 나질 않는다. 빗속에서 한 손에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삼각대에 우산을 끼우는 장치를 용접해 붙여서 비오는 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삼각대를 개조해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던 적이 있지만 계속 움직이는 것이 특징인 지리학도에게는 애시당초 맞지 않는 말이다. 혼자 가는 답사가 아니라면 그거 준비하고 있는 사이에 답사 팀은 멀리 멀리 가버린다.

  이 날의 유일한 사진은 광화문 광장이다. 세종대왕 앞에서 지하도로 들어 가는데 들어가자 마자 해원이가 화장실을 갔기 때문이다.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는 지하도에서 세종대왕 동상이 잘 보이기 때문에 해원이를 기다리는 동안 무료함을 달래려고 찍은 사진이 전부인 것이다. 짙은 비구름 사이로 광화문과 북악이 모습을 보여줘서 그나마 다행이다.

 

<세종대왕 동상 뒤로 광화문이 보이고 북악산이 흐릿하게 보인다>

 

<북악산이 나오게 노출을 줄여서 한장 더!>

 

 

▶ 설걷지의 첫 걸음, 전국의 모든 도시가 우리의 목표이다.

 

  첫 번째 우리의 답사는 당초 계획의 절반 만을 완수하고 마무리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절반의 성공은 결코 아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머릿 속의 생각을 실천에 옮긴 첫번째 장정이었기 때문에 큰 의미가 있었다고 자부하고 싶다. 실제로 이날 답사를 기점으로 이후로 여러 차례 답사를 성공시켰으니 분명히 맞는 정리이다. 2012년 겨울의 부산답사, 그리고 천안 시내 하천 답사, 곧 금북정맥 공주-천안 구간을 종주할 예정이다. 도시 답사는 일단 6대 광역시를 완주하는 것이 1차 목표이다.

 

  천안에 도착하여 역전의 어느 동태찌개 집에서 얼큰한 동태찌개로 속을 풀었다. 승규가 드디어 오늘 처음으로 곡기를 입에 넣고 살아나기 시작한다. 집에 가기 전에 살려 놨으니 천만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