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한성부 성곽

혈처가 보이지 않는 주산

Geotopia 2012. 10. 10. 21:17

답사일시: 2011.2.26(토)~2.27(일)

 

 

▶일 정: 숭례문 앞 출발(09:10) - 서울상공회의소 앞(서울성곽 시작점 표지, 09:20) - 서소문로(09:40) - 정동길 -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중구 정동, 10:20) - 정동사거리 - 서울시교육청(경희궁) - 홍난파가옥(홍파동, 10:40) - 행촌동 은행나무(10:50) - 인왕산(11:40) - 창의문 - 북악산 정상(13:00) - 청운대(점심식사,13:20) - 곡장(성곽 최북단, 13:50) - 숙정문(14:30) - 와룡공원(암문, 14:50) - 혜화문 - 낙산공원(16:00) - 이화벽화마을(16:20) - 흥인지문(16:40)

 

*시내 : 흥인지문 - 광장시장 - 청계천 경유 - 인사동(저녁식사) - 창덕궁/창경궁 - 대학로 - 숙박

 

 

▶ 주산에서는 명당이 보이지 않는다

 

  북악산(白岳이라고도 부른다) 정상에는 주말이라서 그런지 사람이 아주 많다. 앞쪽으로는 소나무가 자라기 때문에 시내를 조망하기가 어렵다. 인왕산은 노출된 화강암괴가 많아서 전망이 상당히 좋은 반면에 북악산의 정상은 오랫동안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 주변에 나무가 자라서 조망이 좋지 않다. 풍수적 입지로 보면 한성의 주산(主山)에 해당 하지만 주산에서는 명당을 자세히 살펴볼 수가 없는 것이다. 소나무 너머로 중심가의 빌딩 꼭대기만 겨우 보인다. 커다란 바위가 뒷쪽에 솟아 있는데 올라가 봐도 역시 큰 차이는 없다. 바위에 올라보니 서쪽으로 인왕산은 아주 잘 보인다. 뒷쪽으로는 백두대간으로 연결되는 북한산 줄기를 볼 수 있다.

  2009년 대규모 촛불 시위가 시청 앞에서 광화문 앞을 메우고 연일 벌어지고 있을 때 이명박대통령은 북악에 올라 시위대를 보고 '아침 이슬'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노라는 말을 했었다. 그 때 대통령은 어디쯤에서 눈물을 흘렸을까? 어디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곳이 아닌 것은 분명한 것 같다. 근데 왜 눈물을 흘렸을까? 이후의 대응과정을 보면 공감의 눈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등산객으로 북적대는 북악산 정상>

 

<남쪽은 나무에 가려서 중심가 빌딩의 꼭대기만 보인다>

 

▶ 515년 동안 사용된 이름 한성부

 

  1392년에 개국한 조선은 개국 2년 후인 1394년 도읍지를 개경(開京)에서 고려의 남경(南京)이었던 한양(漢陽)으로 옮긴다. 천도를 위하여 1394년 9월 1일 신도궁궐조성도감(新都宮闕造成都監)을 설치하였고, 10월 25일에 분도평의사사(分都評議使司)와 각 사(司) 2명씩만을 개경에 남겨두고 역사적인 한성천도를 단행하여 태조3년 10월 28일부터 한양에 도읍을 둔 조선을 시작하였다. 역성 혁명에 성공했지만 개경은 고려의 도읍지로서 기존 지배세력이 결집한 곳이었므로 새로운 국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장애 요소가 많았기 때문이다. 천도 1년 후인 1395년에는 한성부(漢城府)로 이름을 고쳐 일제의 침입으로 경성(京城)으로 이름을 바꾼 1910년 까지 무려 515년 이라는 장구한 시간 동안 그 이름을 유지했다.

   

 

<뒷쪽으로는 북한산 줄기가 보인다>

 

<북악산 정상에서 바라본 인왕산. 인왕산 뒷쪽에 있는 산은 안산이다>

 

▶ 1.21 소나무를 지나서

 

  풍화가 덜 진전된 조립질의 마사토가 덮여있고 노출된 화강암 암괴로 이루어진 정상에서는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한 전형적인 절리를 관찰할 수 있다.

  다시 출발.

  정상에서 내려오면 '1.21 소나무'라고 하는 1.21사태 때 총에 맞은 흔적을 간직한 소나무가 있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소나무에 흔적이 남아있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렇지만 그 흔적만으로는 전투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 도무지 그림이 그려지질 않는다. 경비병에게 김신조부대가 어느 방향에서 총을 쐈느냐고 물었더니 앳된 얼굴의 군인은 '등산객과 이야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

 

<노출된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북악산 정상. 북동-남서 방향의 절리가 발달하고 있다>

 

1.21사태소나무를 지나 조금 더 동쪽으로 내려가면 청운대가 나온다. 제법 넓은 평지와 몇 개의 벤치가 있는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몇 시간 산행을 한 후라서 김밥이 아주 맛있다. 나는 대개 식사 시간을 피해서 산행을 하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상당히 드물지만 여럿이 함께 먹으니 어릴적 소풍을 나온 것처럼 재미도 있고 맛도 좋다.

  이곳에서는 경복궁과 그 앞으로 이어지는 광화문광장, 그리고 세종대로가 보인다. 오른쪽으로는 북악산에 가리고 왼쪽으로는 나무에 가려서 시야가 많이 아쉽지만 그래도 경복궁을 중심으로 하는 한성부의 핵심지역을 볼 수 있어서 다행스럽다. 한성부의 입지와 좌묘우사전조후시의 도성 내부구조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을 상상하며 이번 답사에 기대를 걸었었는데 생각했던 확실한 조망점은 없는 것 같다.

 

<청운대에서 바라본 경복궁과 서울의 CBD)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