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와 개의 공통점은?
잡식성, 사람과 가장 가깝다, ‘똥’ 字가 들어가도 어울린다(?)
‘똥개’는 아주 귀에 익은 이름이다. 하지만 ‘똥돼지’는 육지에서는 들을 수 없는 이름이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는 흔히 들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인분은 돼지에게 가장 ‘영양가 높은 음식’이다. 우리가 먹은 음식물이 몸에서 흡수되는 비율은 극히 낮다고 한다. 우리의 몸을 그때그때 흡수 할 수 있을 만큼만 받아들인다. 나머지는 그대로 배출한다. 따라서 이것을 돼지에게 먹이면 돼지로서는 아주 간단하게 ‘고단백 종합영양식품’을 받아먹게 되는 것이다. 사람이 먹을 식량조차 귀했던 시절에, 더구나 벼농사가 불가능한 열악한 농업환경인 제주에서 돼지가 먹을 충분한 양의 음식 찌꺼기가 매일같이 생산될 수 있었을까? 인분이 아니면 사료부족으로 돼지를 기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육지에서 조차 개도 사람의 인분에 의지하였기 때문에 ‘똥개’라 불리지 않았던가.
또 하나의 원인은 비료이다. 제주도의 논은 전체 경작지의 고작 1~2%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밭농사가 중심이 되었다. 밭농사의 으뜸은 식량작물인 보리였는데 전통적으로 돼지똥은 보리농사에 가장 소중한 거름이었다. 즉, 돼지는 식량이면서 비료공급원이었으므로 제주도에서는 매우 귀중한 존재였던 것이다. 제주도 서부지역에서는 보리씨와 돼지거름을 섞어서 밭에 뿌렸고, 동부에서는 돼지거름을 뿌리고 밭을 갈고 나서 씨를 뿌려 농사지었다고 한다.
돼지는 일종의 ‘생태적 냉장고’라고 볼 수 있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는 음식이 남으면 버려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 돼지는 약간 상한 음식까지도 동식물성 가리지 않고 잘 먹기 때문에 남은 음식을 처리해 주는 훌륭한 청소부였다. 청소부 차원을 넘어 버릴 음식을 먹고 자신의 몸에 저장해 두었다가 적절한 기회에 양질의 고기로 주인에게 되돌려 주니 그야말로 없어서는 안 될 살림꾼이었던 것이다.
<제주 흑돼지. 통시는 찾아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