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문화 역사

딴산

Geotopia 2012. 10. 29. 20:52

  숲을 농경지로 개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은 부분이 사진처럼 작은 동산으로 남아 있다. 태안반도나 호남평야 주변의 밭농사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사진처럼 논농사 지역에서도 가끔 찾아볼 수 있다. 하천의 중하류 지역 주변은 범람이 심해서 인공제방이 축조되기 이전에는 사실상 농경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개간의 역사가 비교적 짧다. 대부분 일제 강점기에 농경지로 개간된 곳이 많다. 충남 예산군 일대에서는 이러한 동산을 '딴산'이라고 부른다. '떨어진 산', 또는 '다른 곳에 있는 산' 이라는 의미이다. 

 


  사진은 충남 공주시 정안면 보물리로, 금강의 지류인 정안천 유역 평야이다. 이 곳에는 풍수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해내려 온다. 하천 너머 마을(보물리)은 형국이 학(鶴)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앞쪽 차령산지가 입벌린 호랑이 형상으로 마을을 노려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한다. 그래서 호랑이의 위협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호랑이가 마을을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이런 비보림(裨補林)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숲이 제거된 모습, 2013.5>

 

  어느날 지나가다 보니 그 숲이 제거되었다. 지날 때 마다 곁눈으로라도 보고 가는 버릇이 있었는데 갑자기 썰렁한 느낌이 들었다. 경지로 만들기 위해 제거했을 것 같은데 마을 사람도 아닌 내가 왜 허전해 지는 것일까?

  마침 들려온 소식, 이 마을 출신의 모 재벌 기업 총수가 지난 4월15일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는 보도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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