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인구&가옥&취락

까치구멍집

Geotopia 2012. 9. 14. 22:01

   지붕의 양쪽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까치구멍집이라고 이름이 붙은 경북 안동지역의 가옥이다. 구멍으로 비라도 새어 들면 어쩌나 걱정이 된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안쪽에 또 지붕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집을 '겹집'이라고 한다. 집이 전체적으로 두겹으로 되어 있는 것이다.

 

<안동호 건설로 수몰된 마을 안동시 와룡면 가류리에서 안동호 관광지로 옮겨온 박분섭씨의 겹집>

 

  지붕만 두겹으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건물 앞 면의 벽도 두겹이다. 아래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전면 외벽의 안쪽에 마루, 온돌, 부엌 등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마루를 중심으로 온돌이 양쪽으로 배열되어 있는 병렬(倂列)형이기도 하여 여러 모로 '두 겹'으로 되어 있는 집이다.

 

<건물의 전면에서 바라 본 내부. 대청 마루를 중심으로 온돌이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다>

 

  토방을 포함한 집 전체가 바깥 지붕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아궁이에 불을 지필 때 발생하는 연기가 직접 굴뚝을 통해 밖으로 배출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 공간을 거쳐 까치구멍으로 빠져 나간다. 겹집은 전체적으로 폐쇄적이기 때문에 추위를 막는데 유리한데 연기가 집안을 순환하는 것도 난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통가옥은 건물의 앞 부분이 터져 있지만 겹집은 건물의 앞 부분이 벽으로 막혀있다>

 

  가옥의 구조는 기후 환경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지역에 따라 가옥구조의 차이가 많이 나타나는데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기후이다. 북쪽으로 갈수록 폐쇄적이고 반대로 남쪽으로 갈수록 개방적인 것이 일반적 특징이다. 겨울 추위와 여름 더위 때문이다. 따라서 추위를 막는데 유리한 이런 유형의 겹집은 보통 북부지역이나 산간지역에 나타난다.

  폭설로 장기간 외출이 어려운 지역에서도 이러한 유형의 가옥구조가 나타난다. 일정한 내부 공간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간지역에서는 야생동물로부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전통가옥에서 부엌은 난방과 취사의 공간인데 병렬식 가옥은 아궁이가 두 곳에 설치되므로 한쪽에만 부엌(부뚜막)이 있다>

 

  원칙적으로 가옥의 구조는 기후의 영향을 받지만 접촉이나 이전 등 문화적 원인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특별히 이런 문화적 교류와 관련된 증거를 찾기가 어렵지만 다양한 유럽인이 이주 정착한 미국같은 경우는 어떤 나라의 이주민이 어느 방향으로 이동했는가에 따라 가옥의 구조가 다양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부엌에서 바라본 마루와 옆 본체. 부뚜막이 없이 아궁이만 있으며 지붕이 평면으로 되어 있고 그 위에 바깥 지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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