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청산도

청산도-서편제의 아릿한 기억을 찾아서

Geotopia 2012. 2. 24. 18:04

일정

 - 첫째 날(2012년 2월20일(월)): 천안-완도-청산도 도청항-보적산-당리(서편제, 봄의 왈츠 촬영지)-숙박(도청리)

 - 둘째 날(2012년 2월21일(화)): 도청항-슬로길 4코스(읍리 해안길)-읍리 고인돌 및 하마비-신흥리-진산리(몽돌)해수욕장-지리마을-범바위-도락리(방파제)-도청항-완도-천안

 

 

▶ 서편제의 기억을 찾아서

 

  청산도!

  여러 여행 후보지를 놓고 논란을 벌이다가 현준이형 입에서 그 이름이 나왔을 때부터 설레었다. 서편제의 그 가슴이 먹먹한 듯, 아릿한 듯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끔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봤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나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그런데 서편제, 이 영화를 나는 세 번이나 봤고 볼 때 마다 다른 느낌으로 몰입해서 봤다. 나로서는 전무후무한 경험이었다. 심지어 나중엔 영화에 나오는 음악들을 모아서 자작 OST테잎을 만들어 듣기도 했다. 당연히 여러 후보지 가운데 청산도에 강력한(?) 한 표를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하여 우리의 여행지는 청산도로 결정되었다. 자청해서 여행 일정을 내가 짜기로 하고.

  여러 곡절 끝에 결국 우리 넷 가운데 둘 만이 여행을 갈 수 있게 되었다. 제주도 가족 모임이 잡힌 현준이형과 시부님이 갑자기 편찮으셔서 집을 비울 수 없게 된 영자누님을 빼고 명일이와 둘이서. 당연히 포기할 줄 알았더니 명일이는 의외로 여행광이다. 나야 물론 '그것이 여행이라면 지옥불도 마다하지 않는 사람'이므로 포기할 이유가 없다.

  아침 아홉시 반에 집 앞으로 온 명일이 차를 타고 장정을 시작했다. 완도는 생각보다 멀다. 몇날 며칠을 가야만 고향에 갈 수 있는 중국 귀성객들도 있다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 정도면 충분히 먼 거리라고 볼 수 있다. 호남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공주에서 공주-서천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서천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갈아 탔다. 우리의 화제는 어쩔 수 없이 학교 이야기, 이것과 이어지는 교육 이야기, 그리고 또 그것과 이어지는 작금의 정치 현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당장 해결을 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식을 털어놓고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다.

 

▶ 전남도청은 어디에?

<목포, 무안 일대(편집) *원본지도: Daum 지도>

 

  목포 시내를 지나 영산강을 건너던 길이 아니라 새 길이 생겼다. 네비게이션 모니터가 알려준 정보이다. 내가 운전 담당이 아니었으므로 지도를 자세히 보고 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새 길을 찾는데는 네비게이션 기계가 지리학도보다 낫다. 목포 종점 약 9km 전방에서 왼쪽으로 빠지는 나들목이 생겼다. 그런데 전남도청은 무안에 있는데 왜 여기에 있다고 나오는 것일까? 나는 막연히 무안군은 목포시의 북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온 것이다. 지도를 보니 무안군은 대부분 목포의 북쪽에 있는 것은 맞지만 무안군은 전체적으로 목포를 남서쪽에 두고 목포를 둘러싸고 있는 형세이다. 그러니까 무안군의 남쪽 부분은 목포시와 위도가 비슷하고 일부 내륙 지역은 더 남쪽까지 내려간 곳도 있다. 무안읍과 무안공항은 전남도청에서 직선거리로 20km 정도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전남도청은 사실상 목포시가지와 연결되어 있어서 무안에 속하기 보다는 목포에 속한 것 같다. 아마도 광주광역시가 탄생하고 전남도청 이전 논의가 쟁점이었을 당시에 목포시와 무안군을 모두 만족시키는 절충안이 격렬한 논란을 잠재우는 대안으로 제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충남도청 이전 문제가 논란이 되었을 때 결국은 홍성군과 예산군의 접경지역에 두 군의 땅을 일부씩 떼어서 신도시를 만드는 것으로 '타협'을 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다. 작은 아들에게 장난감을 사줘서 소유권을 주고 실제는 큰아들이 맨날 가지고 놀도록 해서 불만을 잠재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우리도 가끔 노렸었다.

 

▶ 역시 음식은 전라도! 

 

  새로 만들어진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와 영암군 서호면 매월리를 잇는 영산강 다리는 이름이 무영대교이다. 두 지역에 걸쳐 있는 다리나 터널의 이름을 지을 때 제일 쉬운 방법이 두 지역의 첫글자를 따는 것이니 무안과 영암의 첫글자를 따서 그렇게 지은 모양이다. 좋은 방법인 것도 같지만 나는 이런 이름을 만나면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든다. 한번 이름을 지으면 거의 그 이름이 바뀌는 일이 없다고 보면 조금 더 고민을 해서 지역의 특징이 잘 드러날 수 있는 이름을 지었으면 좋겠다. 자기 지역을 나타내는 이름을 서로 고집하다 보면 결국 이런 의미없는 이름으로 타협이 되고 만다. 혹시 자신이 속한 지역의 이름을 잃더라도 의미있고 고운 이름을 얻는다면 장기적으로는 모두 성공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광양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그러나 아직 미완성이라서 영암군 삼호읍에서 영산강하구언을 건너온 옛길과 만난다. 두륜산, 달마산 등 남해안의 굵직한 산들을 끼고 나 있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 마침내 완도대교를 넘었다. 날씨는 아주 좋다. 일단 여객터미널에 들어가 배표를 사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차는 직접 부두로 몰고 가서 바로 표를 끊으면 되고 사람은 따로 터미널에 가서 표를 끊어야 한다.

  표를 끊고 나니 1:40분, 2:30분에 출발하는 배이니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더구나 차를 먼저 태워야 하기 때문에 운전자는 2:10분까지 와서 준비를 해야 한다. 터미널로 들어오면서 봐 두었던 기사식당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한 때는 '기사식당 음식이 맛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오래전 유행했던 것이 기사식당이라서 이날의 느낌은 꼭 그 느낌은 아니다. 좀 오래된 느낌이라고 할까? 하지만 시간이 없으므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 '기사식당 음식은 맛있다' 보다는 '전라도 음식은 맛있다'에 기대를 걸기로 하고 길을 건넜다.

 

 

  오래된 집인데 사람이 아주 많다. 흩어져 있지 않고 대오를 유지(?)한 상태로 떠들면서 먹는 것을 보니 단체 손님인 모양이다. 단체손님들이 의자를 차지하고 있는 덕분에 앉아서 먹는 탁자를 차지하게 되었다. 요즘 속을 썩히는 중인 허리도 불편하고 등산화 벗기도 좀 귀찮지만 그래도 나는 바닥에 앉는 것이 더 좋다.

  '빨리 주세요~' 하나마나한 추가 주문을 해놓고 기다리자니 할 필요도 없는 주문을 했다. 식탁에 놓을 필요도 없이 커다란 쟁반에 음식을 차려서 쟁반째로 식탁에 올려 놓는다. 역시 반찬 가짓수로 압도하는 전라도 음식이다. 섬답게 해산물이 풍성해서 생선과 해산물을 좋아하는 나의 식욕을 돋군다. 홍합미역국, 젓갈, 생선구이, 곰치, 멸치조림, 김... 바다 냄새가 물씬 나는 식단이다. 방학 동안 체중조절을 위해 나름 굳건하게 쳐 놓았던 방벽이 쭈글쭈글 양은 쟁반 앞에서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래서 나는 길을 나서면 안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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