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아산의 지리환경/산지(천안)

천안에는 왕자산이 둘이다

Geotopia 2024. 6. 11. 23:27

  「신증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옛 문헌들은 천안의 진산(鎭山)을 '왕자산'이라 하고, 고려 태조가 이곳에 올라 '오룡쟁주'의 지세를 살핀 다음 행정 치소를 설치했다고 쓰고 있다. 그런데, 그 '왕자산'이 천안에 둘이다. 태조가 올랐던 그 산, 천안의 진산이라고 했던 그 산은 과연 둘 중 어느 것일까?

  ▶ '왕자산' 표지석이 서 있는 백석대학교 뒷산

  두 개의 왕자산 가운데 백석대학교 뒷쪽에 있는 왕자산에는 '왕자산(王字山)' 표지석이 서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세종실록지리지」를 인용한 글귀를 표지석에 새겨 놓은 것으로 보아 이 산을 태조가 올랐던 바로 그 산이라고 주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 산은 맥이 천호저수지와 문암저수지에서 끝이 난다. 아래 지도를 보면 쉽게 확인이 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왕자산을 천안의 진산이라고 했는데 이 산은 천안군 관아가 있던 중앙초등학교와는 맥이 끊어져 있다. 진산은 혈과 맥이 이어져 있어야 하므로 이 산은 천안의 진산이 될 수가 없다. 즉, 태조가 올랐던 왕자산이 아닌 것이다.

금북정맥에서 서쪽으로 갈라지는 산줄기들 두 개의 왕자산은 각각 다른 산줄기에 있다. *카카오지도
왕자산 표지석

  맥의 연결뿐만 아니라 조망으로 봐도 '태조가 올랐던 산'으로 보기에는 결격 사유가 많다. 여의주를 다투는 오룡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룡이 어떤 산줄기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 왕자산에서 보이는 산은 기껏해야 한 두 개 뿐이며, 그나마 중간 줄기만 겨우 보일 뿐 여의주(남산)에 이르는 부분은 전혀 볼 수가 없다. 

왕자산에서 바라본 성거산(정상에 기지가 있다)과 금북정맥(사진 오른쪽 산줄기)
앞에 보이는 건물은 KB금융그룹연수원으로 문암저수지 바로 위에 있다. 사진에서 연수원 뒷쪽에 있는 산줄기가 영인지맥이다. 영인지맥은 천안군과 직산현의 경계를 따라 서쪽으로 흐르다가 노태산에서 천안으로 갈라진다.
가운데가 천호저수지이고 오른쪽 산줄기가 영인지맥이다. 영인지맥의 한 줄기는 노태산에서 갈라져서 봉서산-일봉산을 거쳐 여의주(남산) 앞에 이른다. 멀리 노태산-봉서산-월봉산(사진 오른쪽부터)이 흐릿하게 보인다. 이 산들은 아파트단지로 끊어져서 독립 구릉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결되어 있는 산줄기이다. 사진 왼쪽 끝에 있는 봉우리가 또다른 왕자산이다. 사진에서는 천호지에서 산줄기가 끝나는데 반대쪽에 더 긴 줄기가 있어 천안군 관아로 이어진다.

  ▶ 천안향교 뒷산도 왕자산

향교 뒷산에는 삼각점 표지판만이 서 있다. 이곳은 나무가 우거져서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다
봉우리 바로 아래에 전망대가 있는데 시내는 잘 보이지 않고 태조산(왼쪽 끝)과 태조산 양쪽으로 이어지는 금북정맥, 그리고 금북정맥 뒷쪽으로 흑성산이 보인다.

  천안향교 뒷산은 시내에 가까워서 주변의 산세를 보기가 훨씬 좋아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나무가 우거져서 주변을 조망할 수가 없다. 이 산줄기는 천안군 관아(중앙초등학교)를 거쳐 맥이 정확히 여의주(남산)로 이어진다.

  그런데,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군 동북쪽 12리에 있다'고 했는데 방향은 동북쪽 맞지만 거리는 3.75km 정도로 10리가 채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대체 '왕자산'은 어디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