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룡쟁주의 도시 천안
'오룡쟁주(五龍爭珠)',
고려시대 이래로 천안을 표현해온 풍수용어이다. 그렇다면 여의주를 다투는 다섯 마리 용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 어떤 역사 문헌에도 이를 정확하게 기록해 놓지 않았으므로 그냥 추측만 할 뿐이다. 아래 지도를 보면 천안천과 원성천이 합류하는 지점으로 네 마리 용이 달려들고 있다. 여의주격인 남산이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천안천 유역의 산줄기와 물줄기. 산은 곧 용이므로 이 산줄기 중에 다섯개가 여의주(남산)를 다투는 '오룡'이다.
위 지도에서 남산 가까이까지 뻗어 있어서 여의주를 다툴만한 용은 넷이다. 문제는 다섯번째 용이다. 고만고만한 용들이 여의주를 바라보고 있지만 거리가 멀어서 여의주를 다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차라리 '사룡'이면 딱 좋으련만 우리는 예로부터 '사(四)'는 이름에 즐겨 쓰지 않았다. 그래서 어떻게든 하나를 더 넣어서 '오(五)'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다섯번째 용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는 굳이 따지지 않아도 된다. 그 중에 어느 용이든 열심히 날아서 여의주에 도달한다면 우린 박수만 쳐주면 된다.
▣ 천안타운홀에서 내려다 보는 오룡
천안시 동남구 문화동 동남구청 앞 힐스테이트에 '천안타운홀 전망대'가 있다. 204m 높이의 이 전망대에 오르면 천안 시내가 모두 내려다 보인다. 건물들이 산줄기를 대부분 뒤덮어서 용의 흐름이 잘 보이지는 않지만 위의 지도를 보면서 찬찬히 살펴보자.
▶첫번째 용: 대머리봉-구름다리-왕자산-동남구청-중앙초-중앙시장-남산
사진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은 성거산 (597m), 오른쪽 그 다음으로 높은 봉우리가 태조산(420.1m)이다. 사진 가운데 가까이 보이는 산줄기가 옛 천안군 관아를 거쳐 남산(여의주)으로 이어지는 가장 뚜렷한 용이다. 이 산줄기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가 왕자산(252.4m)이다. 성거산에서 태조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금북정맥이며, 두 산 사이(성거산에서 약 2.8km, 태조산에서 약 1.6km)에서 왕자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갈라져 나온다. 옛 천안군 관아는 이 사진을 찍은 곳, 즉 지금의 동남구청에서 남서쪽으로 약 200m 쯤 떨어져 있는 중앙초등학교에 있었다.
건물 왼쪽으로 살짝 보이는 작은 봉우리가 남산이다. 남산으로 이어지는 중앙시장의 긴 천정(아케이트)이 보인다.
▶두번째 용: 만일고개-무너미고개-큰매산-노태산-봉서산-일봉산
왼쪽 산이 큰매산(북일고 옆 구름다리가 보인다)이고 큰매산 오른쪽으로 낮은 곳이 무너미재이다. 무너미재는 단대병원 앞에서 성거읍으로 넘어가는 고개인데, 그 위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난다. 작은 고개지만 삽교천 유역과 안성천 유역을 나누는 어엿한 분수계이다. 무너미재 오른쪽으로는 야트막한 산줄기(백석대 앞)가 끊일듯 끊이지 않고 이어져서 문암저수지 옆을 지나서 만일고개에 이른다. 사진에서는 세 개의 산줄기가 겹쳐 있는데 맨 뒷쪽으로 보이는 것이 성거산 줄기이고 앞쪽에 있는 것이 왕자산 줄기이며, 그 사이에 있는 산줄기가 바로 이 산줄기이다.
왼쪽 산줄기가 봉서산이고 봉서산 자락 오른쪽에 아파트로 끊어진 작은 독립 봉우리가 노태산이다.
사진 오른쪽 끝에 큰매산(단국대, 북일고 뒷산)이고, 왼쪽에 기다란 산줄기가 봉서산이다. 사진 가운데 보일듯 말듯 눈썹처럼 생긴 작은 봉우리가 노태산이다.
건물 뒷쪽으로 일봉산이 보인다. 두번째 용이 천안천을 만나 끝을 맺는 곳이다. 오른쪽 봉우리는 월봉산이다. 봉서산에서 갈라져서 천안천과 장재천 합류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사진에서 두 건물이 교차하는 지점에 중앙초등학교가 살짝 보인다. 조선시대 천안군 관아가 있던 곳이다.
▶세번째 용: 장태산-유량자동차매매단지 옆-천안여중-남부오거리
교보생명과 e-편한세상아파트 사이로 큰길(버들로)가 뻗어서 세번째 용을 향한다. 그 뒤로 멀리 보이는 큰 산은 흑성산이고, 그 앞에 보이는 산이 장태산이다. 장태산에서 내려온 산줄기는 유량로를 건너서 사진 맨 앞의 작은 산으로 이어진다. 장태산 왼쪽으로는 태조산이, 오른쪽으로는 취암산이 있다. 사진 오른쪽 'M'자 모양의 산이 취암산이다.
이 산줄기는 사진 가운데에 있는 천안여중을 지나 사진 오른쪽 끝의 남부오거리(원성천-삼룡천 합류 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네번째 용: 취암산-말망산-도리티고개-선문대천안캠퍼스 뒷산-수도산-남부오거리 앞
취암산에서 서쪽으로 뻗은 산줄기를 따라 내려오면 천안의료원을 만난다. 사진에서 취암산의 오른쪽으로 뻗어 내려오는 산줄기가 갑자기 쑥 들어간 부분이 경부고속도로이다. 고속도로를 넘으면 다시 산이 나타나는데 이 산이 말망산(183.7m)이다. 이 산줄기는 도리티고개를 건너면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청수동의 수도산에 이른다. 사진 오른쪽의 아파트단지와 산이 섞여 있는 곳이 이 산줄기의 끝이다.
이 산줄기에서는 남부오거리 건너 북서쪽으로 여의주(남산)가 보인다.
▣ 다섯번 째 용은 어디에?
▶서부역 앞에 한 마리
서부역 앞에서 천안천과 봉서산에서 흘러나온 작은 지류가 만난다. 합류 지점은 용이 끝나는 곳이므로 이곳에도 용이 하나 있는 셈이다. 이 용은 큰매산-역말오거리-천안축구센터로 이어져 서부역 앞에 이르는데, 여의주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져 있다.
▶천안삼거리에 또 한 마리
사진 가운데 아파트단지 사이로 삼용천이 흐른다. 이 아파트단지 뒷쪽이 천안삼거리이다. 아파트단지 왼쪽으로 보이는 산줄기로 장태산에서 내려오는 세번째 용에서 갈라진 줄기이다.
▶월봉산은 '쟁주(爭珠)'에 뛰어들기에는 너무 멀다
월봉산 뒷쪽으로 펜타포트가 보인다. 펜타포트는 건물 높이만 239m로 시티홀전망대보다 높다.
▣ 다 보인다.
망경산-광덕산 줄기가 멀리 보인다. 앞쪽으로는 태화산, 배방산, 설화산도 볼 수 있다.
재개발이 한창인 천안 원도심(문화동 일대)
재개발이 한창인 천안 원도심
홍대용과학관에는 천안의 풍수지리를 이렇게 해석한 전시물이 있다. 안팎의 아홉마리 용이 여의주를 다투는 구룡농주(九龍弄珠)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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