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신풍고개~하고개

가송리·신동리 오거리~신성역 : 마을길로 이어지는 분수령, 자전거로도 갈 수 있는 금북

Geotopia 2024. 2. 17. 21:20

▣ 가송-신동 오거리: 11:50

잠깐 쉰 다음 장곡면 가송리-신동리 경계에 있는 오거리를 향해 간다.

▶개불알꽃, 봄까치꽃

봄까치꽃. 개불알꽃이라고도 하는데 알고보니 일제 때 일본 식물학자(마키노 도미타로)가 창씨개명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 작자가 봄까치꽃이라는 이쁜 이름이 있는 이 꽃에 제 마음대로 이누노후구리(犬陰囊, 개 불알)라고 붙였는데 그것을 해방 후에 바로잡지 못하고 그대로 우리 말로 옮긴 것이다.

▶자전거로도 충분한 마을길이 정맥이라니···

오거리를 지나 100m를 가면 이런 묘한 갈림길이 나온다. 사실은 갈림길이 아니고 오른쪽은 개인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길 왼쪽 역시 농장이어서 길이 농장 사이로 나 있다. 앞서 가시던 근부쌤께서 '자전거를 가지고 올 걸 그랬다'고 농담을 던지신다. 마을길로 이어지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마을을 벗어난다 해도 낮은 산이고 대부분 임도가 나 있다. 말씀을 듣고보니 자전거를 타고 가도 충분하겠다.
깔끔한 금북정맥 표지판을 처음 만났다. 홍동면 홍원리 삼거리이다. 주변이 온통 농장이어서 냄새가 요란하다.
왼쪽(남동쪽)으로 오서산이 보인다. 여전히 구름에 덮여있다.

▣ 홍원리 녹색비료공장 앞 삼거리: 12:09

텔레비젼에 나왔던 은퇴농장. 하숙비를 내지만 주인의 농장에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독특한 농장이라고 한다.
은퇴농장 들어가는 길에 있는 폐 연립주택. 이런 곳에 이런 공동주택이 세워졌던 이유가 무엇일까? 버려진 이유는 쉽게 짐작할 수 있지만 세워졌던 이유는 짐작하기가 어렵다.
홍동면 홍원리 녹색비료 공장 앞 삼거리. 사진의 반대쪽이 얼핏 보기에 높아보이기 때문에 길을 잘못 들 수 있다. 냄새가 요란해서 은퇴농장 사람들이 괜찮을까 싶다. 고니는 버려진 돼지 사체를 보고 불쾌해 했는데 나도 그럴 것 같아 애써 보지 않았다.

홍원리 삼거리에서 잠깐 길을 잃을 뻔 했다.

광천읍 운용리와 홍동면 홍원리는 정맥길을 사이에 두고 있다.
저 언덕 위가 은퇴농장이다.

▣ 언덕 위 예쁜 삼층집: 12:27

광천읍 운용리 고개마루 삼거리를 지나서 뒤돌아 본 장면. '판관오리'는 '탐관오리'를 비꼰 이름인가?. '판관 포청천'이 합쳐진 말인가?
많은 금북꾼들이 저 언덕 위에 있는 집을 '언덕 위 예쁜 삼층집'이라고 쓰고 있다. 누군가 우연히 그렇게 이름을 지었을텐데 이젠 굳어진 이름이 되었고 금북 경로상의 주요 이정표가 되었다.
삼층집인가, 오층집인가? 층수는 3층인데 지붕은 오층이다.

▣ 아홉고개(12:42)~난향묘: 낮아서 길 찾기가 오히려 어려운 구간

아홉고개. 광천읍 월림리(서쪽)와 홍동면 홍원리(동남쪽), 원천리(서북쪽) 사이에 있는 고개이다. 사진 왼쪽으로 대나무숲을 헤치고 올라가야 한다.
아홉고개 앞에서 뒤를 돌아본 장면

아홉고개에서 난향묘 구간은 지도에서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실제 걸어보니 헷갈리는 구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그럭저럭 길을 잘 찾았다.
원천리-월현리 고개를 지나 난향묘까지

▣ 난향묘: 13:00

열녀난향의 묘. 춘향이와 비슷한 이야기인데 난향 이야기는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슬픈 결말로 끝이난다. 조선시대 양반님네들은 정말 살만 했겠다. 극도의 남성 편향적 도덕관념은 성리학에서 비롯되었다. 천리 먼길을 걸어와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채 죽은 남자를 위해 시묘살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기생 신분의 여성조차 '열녀'라는 허울을 좇아 목숨을 던지게 만들었던 사회적 관습은 그 사회의 지배자들이 만들어 내었다. '열녀'니 '현모양처'니 하는 양반 남성중심적 낱말들이 신분, 성별을 초월하여 보편적 낱말로 받아들여졌다. 그 관성은 성리학의 나라 조선이 문을 닫은 지 10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 사회에 남아 있다. 문화적 관성은 이렇게 엄청나다. 잘못된 가치관은 그래서 위험하다.
열심히 공부중

▣ 갈마고개 앞에서 길을 잃다

난향묘를 지나면서 길을 놓쳤다. 놓친 다음에 건너다 본 금북능선. 난향묘는 사진 오른쪽 끝에 있다.
위 사진에 이어지는 금북 능선. 홀로 서있는 소나무까지 내려가서 왼쪽 산을 타고 가야한다.

▣ 점심: 13:14

잠깐 길을 놓쳤다가 다시 금북능선으로 올라서서 점심을 먹었다. 아침에 김밥집이 문을 열지 않아서 편의점에서 산 대기업 김밥을 먹었다. 동네빵집 빵, 코코넛잼을 바른 식빵, 도미찜과 개복숭아술, 달콤한 곶감 등을 곁들이니 밥상이 제법 푸짐하다. 고니가 말레이시아에서 코코넛잼을 사 가지고 왔고, 이번엔 금학산 봉삼주 대신에 야생개복숭아술을 가지고 왔다. 안주로 도미찜까지 챙긴 놀라운 꼼꼼함! 개복숭아술은 살짝 달콤한 향이 나서 맛이 좋는데 무릎에 좋다고 하니 두 잔을 거푸 마셨다. 사모님께서 준비하신 오라버니표 곶감은 디저트로 일품이다. 대기업 김밥의 허술함을 그럭저럭 메울 수 있었다.

▣ 갈마고개: 13:53

갈마고개를 향해 가는 중
갈마고개 서쪽은 광천읍 월림리이다.
동쪽은 홍동면 원천리
문이 달려 있는 정맥길. 길인데 사유지인가? 고만고만한 고개를 여러 개 지나다 보니 마치 아까 지났던 곳인 것 같다. 회장님께서 '아까 왔던 곳 아녀?' 하고 농담을 던지신다.

▣ 신곡리/원천리 고개: 14:07

구항면 신곡리(서쪽)와 홍동면 원천리를 잇는 고개. 아스팔트 포장이 된 큰 길이 지나지만 고개 이름은 없다.길을 내느라 고개마루를 깊이 파서 오르기 약간 불편할 정도의 절벽이 생겼다. 구항면 신곡리 방향.
오르기 편한 얕은 곳을 찾아 원천리쪽에서 신곡리쪽으로 고개마루를 약간 가로지른다. 금북정맥 표지판이 서 있다.

▣ 내포문화숲길 갈림길: 14:25

내포문화숲길과 금북정맥이 일치하는 구간이 여기부터 시작된다. 오늘 코스에서는 맞고개(구항면 마온리-홍성읍 옥암리)까지 금북과 일치한다. 지난 번에 갔던 하고개~백월산 너머까지도 일치하는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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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북과 내포문화숲길이 일치하는 구간

금북과 내포문화숲길이 일치하는 구간. 척괴마을 갈림길에서 맞고개까지.
지금까지 걸어온 구간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
161.9m로 알려져 있는데 구글어스는 146m로 표시한다.

▶국가지점번호: 다바 구역 기준점(웅천천 하구 부근 바다) 동쪽으로 24.4km, 북쪽으로 40.16km

능선에서 서쪽으로 구항농공단지와 그 뒷쪽으로 남산이 보인다. 회장님은 국가지점번호를 꼼꼼하게 보시고는 '북쪽으로만 갈 것 같은데 동쪽으로 꽤 많이 간다'고 말씀 하신다.오늘 코스는 전체적으로는 북북서 방향으로 진행하지만 이 구간(신곡리/원천리 고개~신성역)에서는 동북동 방향으로 간다. 만약 조난을 당한다면 위치를 설명하는 매우 정확한 기준점이 되겠지만 조난을 표지판 근처에서만 당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볼때마다 기억해둬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안 된다, 내 나이도 수시로 까먹는데...

 

 

국가지점번호

등산하다 보면 가끔 만나는 표지판이 있다. '국가지점번호'라는 것이다. '다바 5802 5337' 이런 식으로 서 있는 노란 표지판인데 산에서 조난을 당했을 때 번호를 불러줘서 구조대가 쉽게 조난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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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으로 홍동면 월현리 일대
한 때는 적어도 밭이었을 것 같은 평지. 이런 땅을 보면 늘 아까운 생각이 든다. 농민의 아들이지만 정작 손끝에 흙을 묻혀본 적이 별로 없는 주제에 노는 땅은 아까운 것은 어인 조화일까?
홍성읍 학계리 신성역을 향해 내려가는 길. 참나무 잎이 두껍게 쌓여서 디딤발이 참 좋다.

▣ 신성역 와계교: 15:00

신성역을 넘는 다리인 와계교. 이 다리가 없었다면 금북꾼들이 꽤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학다리와 알품는 닭이 합쳐진 이름 학계리

이 동네는 학계리인데 와계는 학계리 안에 있는 가장 큰 자연마을 이름이다. 금계포란형의 명당이어서 '와계(臥鷄)'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1914년 조선총독부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학교리와 와계리가 합쳐진 이름이 학계리이다. 왕동도 학계리로 통합되었지만 이름을 잃었다. 지금의 이름으로 '학닭'으로 마을 이름을 해석하면 안 되는데 우리나라의 마을 이름은 거의 이런식으로 바뀌었다. *조선총독부(1915)

▶시멘트공장이 있는 간이역

간이역인데 철도가 복잡하다. 홍성역 방향.
광천역 방향으로 시멘트공장이 있어서 따로 철도가 설치되어 있다. 시멘트공장은 거의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인 신성역의 철도가 복잡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