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신풍고개~하고개

신풍고개~가송리: 금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錦北

Geotopia 2024. 2. 17. 20:50

▣ 금강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북정맥, 삽서지맥이 어떨까?

  신풍고개는 삽교천과 광천천을 가른다. 그러니까 이 산줄기는 금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으므로 '錦北正脈', 즉 '금강의 북쪽에 있는 산줄기'라고 부르는 것은 옳지 않다. 이 산줄기는 가야산을 지날때까지 줄곧 동쪽으로 삽교천을 끼고 간다.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삽서지맥(揷西枝脈)' 정도로 불러야 옳다.

금강 북쪽을 달리는 금북정맥의 백월산에서 지맥이 갈라져 북쪽으로 흐른다. 이 지맥의 동쪽은 모두 삽교천 유역이다. *충남도청, 2019, 한 눈에 보는 충청남도 하천 현황(편집).

▣ 신풍고개 출발: 09:30

7년 전 풀이 우거져 있던 그 길. 신풍고개에는 그 사이에 집이 한 채 생겼다.
이 일대에는 특이하게 백악기 편마암이 분포한다
능선에 자리잡은 보리밭. 산속에는 버려진 땅이 많아서 이런 풍경이 오히려 낯설다.

▣ 꽃밭굴고개: 10:08

꽃밭굴고개. 장곡면 화계리(서쪽)와 장곡면 신풍리를 잇는다.
70년대 유행했던 4H 표시석이 눈길을 끈다. 담쟁이에 덮여 있는 것으로 보아 버려진 표지석이지만 '지덕노체' 글씨를 알아볼 수 있다.
꽃밭굴고개를 지나서 내려다본 신풍리. 돼지농장 뒤로 산기슭에 논이 있다. 버려지기 딱 좋은 위치인데 잘 쓰이고 있어서 반갑다.
정맥 상에 자리 잡은 묘.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큰 산줄기에 올라앉은 셈이다.
능선의 왼쪽은 화계리, 오른쪽은 신풍리
사진 오른쪽이 약간 높다. 실제 정맥 능선은 그쪽이지만 길이 이쪽으로 나 있어서 약간 돌아서 간다.
이 코스는 '금북정맥'으로 알려져 있어서 산꾼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비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금강의 북쪽으로 이어지는 서천-장항 구간에서는 비표를 찾기가 어려웠다.

▣ 작은 고개를 두 개나 넘는다

장곡면 도산리(동쪽)와 화계리를 잇는 작은 고개를 지난다
작은 고개 하나를 더 넘도록 도산리와 화계리 경계를 따라 능선이 한동안 이어진다. 남쪽(화계리쪽)으로 구름에 덮여있는 오서산이 보인다.
편리구조가 보이는 편마암인줄 알고 다가가 봤더니... 어찌하여 산속에 냉장고가 누워있다는 말인가...
실제로 이 일대는 대부분 선캄브리아기 변성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능선과 거의 일치하는 임도가 나 있다

▣ 생미고개: 10:48

생미고개는 장곡면 소재지(도산리)에서 광천읍으로 가는 길에 있는 고개이다. 고개마루에서 도산리 방향(동쪽).
출발지점에서 약 3.26km, 고개마루의 해발고도는 66m(보정하면 약76m)
광천읍 방향(장곡면 가송리)과 신동리 방향
서쪽으로 멀리 보이는 산은 지기산(324.5m, 은하면 화봉리)이다.

▣ 3.1운동 기념 광장: 10:54

놀라운 일이다. 인터넷도, 텔레비젼도 없던 시절에 서울에서 시작된 일제 반대 싸움이 한 달 만에 이곳 장곡면까지 퍼졌다는 사실이 놀랍다. 장곡면이 특이한 것이 아니라 이 일대의 대부분 면단위 지역에서 똑같은 싸움이 있었다. 지금은 지구 반대쪽에서 벌어지는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는 세상인데도 모르는 일은 계속 모른다. 소식이 전달되는 수단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자세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일제의 압제를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이 전국적인 공감대를 이루고 있었다는 뜻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그때를 잘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기념탑 앞에서 다같이 만세를 불러봤다.
오늘 구간은 전체적으로 북북서쪽으로 향하는데 서쪽으로 방향을 트는 부분에서는 왼쪽(남쪽)으로 오서산이 보인다. 여전히 구름에 덮여있다.
숲길이 멋지다.
겨울에도 쌩쌩한 이 녀석은 뭘까? 산에서 자주 볼 수 있는데 예전에도 있었던가 싶다. 외래종인가, 기후변화 탓인가?

▣ 도재고개: 11:11

도재고개에서 서쪽(장곡면 가송리) 방향
조선시대 이래로 명당에 매장을 하는 풍습이 셩겼는데 이는 성리학에 기반한 조상숭배와 풍수지리가 결합한 풍습이다. 조선 후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기독교와 이러한 전통이 결합하여 한국적 경관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 사람 사는 집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데 이 물건들은 어떻게 여기까지 올라와서 이러고 있는 것일까? 여기까지 끌고 올라올 정성이면 폐기물 딱지를 붙여서 내놓는 편이 쉽지 않을까? '지구를 지키는 데는 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버린 사람을 '무식한 사람'으로 깎아 내리는 오만한 생각인지라 내 자신이 부끄럽지만, 이런 풍경을 보면 볼수록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은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의 문제라는 생각이 솔직히 든다.
밭이 능선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밭 옆으로 지나간다. 산이 낮다보니 이렇게 능선을 밭으로 일군 곳이 많다.
잠깐 길이 헷갈렸지만 다행히 잘 찾아갔다. 출발한지 두 시간, 저 앞에서 잠깐 쉬어갈 것이다.

▣ 휴식: 11:26

서남쪽으로 탁 트인 명당에서 잠깐 쉬는 시간을 가졌다. 산소 앞에 생강나무가 꽃망울을 부풀리고 있다. 장곡면 가송리 산 39-1. 쉬는 동안 진돗개를 닮은 목줄 풀린 개가 정맥 길을 가로막고 사납게 짖어대고 있었는데 우리가 움직이질 않으니 제풀에 지쳤는지 어디론가 가버렸다. 줄 풀린 개는 늘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