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대전광역시

원도심

Geotopia 2018. 3. 18. 23:38

■ 보문산: 안산일까, 주산일까?


  원도심 답사를 하기 전에 먼저 보문산에 올랐다. 보문산(457m)은 대전 원도심의 남쪽을 감싸고 있는 산으로 원도심을 조망하기에 딱 좋다. 대흥동, 선화동, 은행동, 원동 등 원도심이 한 눈에 보인다. 대전역과 옛 충남도청, 충무체육관 등 대전광역시의 주요 시설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들이다. 보문산의 북쪽 기슭에 있는 전망대인 보운대(140m)에 오르면 해발고도는 낮지만 시내, 특히 구시가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인다.

  보문산은 대전의 남쪽에 있어서 방향상으로는 안산(安山)격이다.하지만 물의 방향으로 보면 유등천과 대전천의 지류가 발원하는 상류에 속하여 보기에 따라서는 주산(主山)이 될 수도 있다. 조선시대 회덕현과 진잠현이 있었지만 중심은 모두 보문산 주변이 아니었으므로 보문산은 군현의 풍수적 입지와 관련된 지형은 아니었다.

  대전천과 유등천은 모두 금산군에서 발원(대전천=만인산(538m), 유등천=백마산(460m))하는데 보문산은 두 하천의 분수계 역할을 한다. 이 분수계는 금남정맥의 인대산에서 갈라져 만인산-떡갈봉-석태산-보문산으로 이어진다.


[대전 주변의 산계와 수계(산경도) *자료: 월간 산]


  근교에 자리를 잡고 있음에도 457m라는 만만치 않은 높이의 산이어서 보문산은 대전 시민들에게 사랑을 받는 산이다. 전형적인 화강암(흑운모화강암, 쥬라기) 산지로 남동쪽으로 지나가는 옥천누층군과 경계를 이룬다. 풍화가 진전되어 기복이 작으며 암석이 노출되기 보다는 대부분 식생으로 덮여있다.


[보문산 보운대에서 바라본 대전. 대전역(쌍둥이 빌딩)을 중심으로 원도심이 가까이 보인다. 멀리 산줄기의 왼쪽 끝이 계족산이다]



[석영반암 노두. 보문산 남쪽 사면에는 동서 방향으로 길게 관입한 석영반암을 볼 수 있다]


■ 원도심: 대전역~옛 충남도청


  2000년대까지 대전 원도심의 랜드마크였던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철거되면서 지금은 대전천을 가로지르는 다리(목척교)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목척교는 나름 모양을 낸 대전 원도심의 명물이기는 하지만 옛 영화(?)에 비하면 보잘 것이 없다.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는 1974년에 복개한 대전천 위에 건설되어 2008년 철거될 때까지 30년이 넘는 세월을 대전 원도심의 상징으로 군림했었다. 


[대전 원도심의 상징 목척교]

 

  금산군의 만인산에서 발원한 대전천은 원도심 한 가운데를 관통하여 대전역 쪽에서 흘러 나오는 대동천과 합류한 다음 계속 북쪽으로 흘러서 유등천-갑천과 합류하여 금강으로 유입한다. 중앙데파트, 홍명상가 복개구간을 걷어내고 천변도로와 자전거 도로 등을 만들었지만 물이 그다지 깨끗하지는 않아서 마음이 아프다. 다리 위에서 대전천을 내려다 보니 팔뚝만한 잉어들이 유유히 헤엄을 치고 있다. 잉어를 볼 때면 평화롭게 보이기 보다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잉어와 붕어는 더러운 물에도 잘 견디는 대표적인 물고기이기 때문에 요즘에는 도시 하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물고기가 되었다.


[목척교에서 하류쪽으로 바라본 대전천]

 


[옛 충남도청에서 바라본 중앙로]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가 철거된 직접적인 이유는 하천 복개 때문에 악화된 환경을 회복하기 위해서지만 대전의 중심 이동으로 인하여 복합쇼핑몰로서의 기능을 많이 상실했던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대전의 유일한 백화점으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던 동양백화점이 둔산으로 이사를 한 것도 같은 이유다. 중심업무지구로서 상업 기능이 축소되면서 중앙로를 중심으로 하는 선화동, 은행동, 대흥동 일대의 대전 원도심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고급 상업 기능과 유흥 오락 기능이 눈에 띄게 축소되었다.


[중앙데파트 폭파 장면 *출처: 네이버 블로그 Summer trip]


[대전의 상징이었던 중앙로 지하상가. 독특한 조형물로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중앙로역 4거리에 짓다 만 건물이 있다. 이 정도 규모의 건물을 지지하려면 꽤 큰 최소요구치가 필요하다]


■ 목척시장


  중앙로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그 변화는 더욱 눈에 띈다. 예를 들면 선화동의 목척시장은 그 기능을 거의 잃어가고 있다. 목척 시장은 선화4거리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져 있다. 하지만 외부로부터 원도심으로 유입되는 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과 함께 원도심 자체 인구가 줄어들면서 시장의 기능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좁은 골목안에 발달한 전형적인 재래시장이었던 목척시장은 원도심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하고 있다. 건물은 낡고 상가는 상당 수가 문은 닫았다. 중앙로에서 지척 거리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상가가 문을 닫은 목척시장]


[꿋꿋하게 목척시장을 지키고 있는 음식점]


[묻닫은 가게 앞에 차가 주차되어 있는데 이 차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을 모양이다]


[목척시장 뒷골목]


[낡고 오래된 건물 뒷편으로 큰길(대종로)가에 서있는 빌딩들이 보인다. 이곳은 큰길에서 불과 한 블록 떨어져 있다]


[목척시장 뒷골목]


■ 만나자 이별…


  대전역 앞에 아카데미극장이 아직도 운영되고 있어서 너무 반갑다. 영화판이 멀티플랙스 천하가 된 지 벌써 수십 년인데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다니! 그런데 커다란 간판 옆에 현수막이 달려있다.


  '아카데미극장 매매'


  오랫만에 옛 친구를 만났는데 반가움을 느낄 새도 없이 헤어지는 기분…


[대전역 앞 아카데미극장]


■ 원도심이 사는 법: 전통의 성심당


  원도심의 기능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중앙데파트와 홍명상가를 철거함으로써 친환경적으로 원도심을 재'창조'하고자 하였으나 한계가 뚜렷하다. 가장 큰 원인은 중심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요구치가 충족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둔산을 시작으로 외곽에 신도시들이 건설되면서 그곳에 많은 기능들이 새로 생겼다. 상업 및 유흥오락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신도시의 새로운 기능들은 신도시 인구가 원도심으로 이동하는 것을 차단한다. 따라서 원도심이 유일한 핵심(CBD)으로서 과거의 영화를 되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급 상업 및 유흥 오락기능이 급격히 쇠퇴했던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그렇다면 원도심이 사는 법은 무엇일까?

  '전통적 요소'이다.

  '전통적 요소'와 '도시'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드는 것이 우리나라이다.'도시=새로움', 또는 '도시=개발'로 받아들여져 왔으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원도심이 사는 법은 '새로움'보다는 '전통'을 강조하는 것이다. 엄연한 도시 내부 기능지역이지만 이미 '전통'이라는 낱말이 어울릴 만큼 우리나라의 도시도 나이를 먹었다고 할까?

  실제로 은행동, 대흥동 일대는 오랜 전통을 가진 문화공간이나 상업 시설 중심으로 기능을 유지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성심당'이다. 1956년에 창업을 했으니 60년이 넘었다.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지배하는 나라에서 독특한 사례라고 할만하다. 특이하게 전국적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유명한 빵집이 꽤 많다. 이성당(군산), 풍년제과(전주), 코롬방(목포), 삼송빵집(대구)… 대전의 성심당은 곰보빵(소보루)으로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입을 즐겁게 해왔다. 원도심이 쇠퇴하면서 많은 상업 기능들이 앞다퉈 신도시로 이동했지만 성심당은 꿋꿋하게 자리를 지켜왔다. 그냥 지켜오기만 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세를 불리면서 사업을 확장해왔고 그 결과 명실상부한 원도심의 상징으로 확고한 자리를 구축하였다.

 

['성심당 거리'로 불릴만큼 성심당은 원도심의 상징이 되었다]


[성심당]


■ 원도심이 사는 법: 관광기능 강화

  대전광역시에서는 원도심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관광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성심당을 비롯하여 공연장, 근대문화유산, 카페, 음식점 등을 시청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여 열심히 홍보하고 있다. 음식점들은 과거에는 충남도청 등 중앙로 일대에 있던 많은 관공서, 기관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았던 기능이다. 하지만 그 원인이 사라진 지금은 관광객들을 유인해야만 그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평균적으로 과거와 같은 활황을 누리지는 못하는 것 같지만 일부 업체는 관광객들을 끌어들임으로써 크게 성공한 경우도 있다.


[중앙로 뒷 골목의 두부두루치기]


[적극적으로 모바일 매체를 활용하는 원도심의 음식점]


[선화동 골목 횟집 사장님과 함께]


[친절하게 배웅까지 해 주신다]


■ 원도심의 명물: 팔로미노


  원도심의 명물 가운데 '팔로미노'라는 컨트리 바가 있다. 1980년대에 활동했던 컨트리 가수 이정명씨가 운영하는 바다. 농담 반 진담 반 '한류 1호'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이정명씨는 실제로 1980년대에 미국 네슈빌 팝 페스티벌 컨트리 부분에서 작곡상을 받았다. 이후 컨트리 가수로 활동하다가 고향 대전에 내려와 '대전빌'을 꿈꾸며 음악 활동을 계속해왔다. 컨트리 바 팔로미노는 음악을 좋아하고 음악인으로서 미래를 꿈꾸는 대전의 많은 젊은이들의 활동 무대가 되어왔다. 

  공연 시간이 아니었지만 무례를 무릅쓰고 공연을 청해봤다. 멀리서 왔다는 핑계로. 넉넉한 미소와 함께 천천히 피아노로 다가가는 것으로 무례함을 용서해 주신다. 예순을 넘긴 나이인데도 얼굴이 소년처럼 맑은 이유를 알 것 같다. 아낌없는 박수로 고마움을 표현해본다. 변치 않을 '팔로미노'와 이정명님의 꿈 '대전빌'을 응원하면서.


[이정명님의 공연]


[차를 마시거나 가볍게 술도 한 잔 할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


[LP의 복고풍 느낌을 즐길 수 있다]


[마음이 편안한 인테리어]


[북스와핑(Book Swapping)을 할 수 있다]


[이정명님의 앨범]